약천 일면설이면 , 편견상이별이니라
약 청일면 설 若聽一面說 편견상 이별 便見相離別
만약 한 편 말만 들으면, 곧 서로 헤어지게 될 것이다.
-명심보감 (성심 편) 상
시아버지의 '들어와서 시집살이' 하라는 명령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더군다나 그녀의 남편은 아버지 마지막 말을 허투루 듣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건 무슨 뜻이지?' 그녀는 생각했다.
솔직히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말에 남편까지 동조를 하고 나서니 말이다.
가까스로 화해를 시도했던 그녀는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밤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고,
'나를 맘에 들지도 않는다는 시아버지와 속에 있는 말을 감추지 못하는 시어머니와 어떻게 한 공간에서 살라는 말일까? 더군다나 본인은 직장을 핑계로 술자리를 핑계로 결혼 전처럼 살면? '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 와중에 문득 얼마 전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길가는 사람 100명에게 물어서 다 같은 대답이 나오면 그게 상식인 거야.'
그녀는 익명성에 기대어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보기로 한다.
그저 눈팅만 하던 SNS에 그간의 간략한 내용과 함께 글을 올려보았다.
그 결과는?
잠 못 이루다 새벽녘에 올린 그녀의 글에 사람들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만큼 반응들은 뜨거웠다.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이미 댓글은 100개가 넘어가고 조회수는 몇천이 넘어갔다.
그녀는 그녀가 고민하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기준 또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한 것들을 조심히 읽어 내려갔다.
' 지금 제가 21세기의 글을 읽고 있는 게 맞나요?'
'어디 조선시대에서 날아온 시부모인가요?'
'지금 행복하세요?'
'합가 하라는 게 진심은 아닐지라도 안 그래도 맘에 안 드는 며느리더러 들어와 살라는 건 이 참에 며느리 길들이기 하려는 모앙입니다.'
'아니 남편분은 뭐 하고 있었나요? '
'그렇게 시집살이하면 암 걸립니다.'
물론 그녀는 남편에게 세월이 흘러 서로 간의 정이 쌓이면 그때에는 합가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아이도 가져야 하고 직장 거리도 멀고 스트레스받으면서 될 일도 안된다며 시아버지의 말을 거부했다.
그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가 원망스러웠고 왜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오히려 그는 나와 우리 부모님을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응수했다.
그녀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우리 가족인 부부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너의 부모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많이 섭섭하다고 표현했다. 그 뒤의 그의 반응은 정말이지 경멸과 무시 그 자체였다.
그녀 안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라며 병원을 가라는 말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녀는 다시 한번 절망감을 느꼈다. 전에 그가 '정신개조'란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 나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건가?'
그에게 몇 번이고 부부 중심으로 생각해달라 요구하고 너의 저런 표현들로 난 상처 받아 마음이 아프다며 그녀는 그에게 최대한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지금 우리 부부 둘 사이의 문제로 이걸 풀어나가고자 했던 그녀에게 그는 그와 그의 부모, 즉 그의 원래 가족의 문제로 여기며 그녀를 탓하기만 했다.
당신의 화를 못 이겨 이혼의 위기에 있던 아들 부부에게 특히, 며느리에게 그렇게 막말을 퍼붓는 시아버지와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절대' 아니었다. 두려움과 함께 외로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고 싶지 않았다. 이미 댓글들 속에서도 사과하러 시댁에 간 것이 문제였단 글을 보고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시댁에 발길 끊는 며느리가 될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하던 찰나였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더 멀리했다. 표정도 어두웠고 경멸하는 눈빛이 보였다.
결국, 일이 발생했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그와 대화를 하고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여주길 바랬지만 그로부터 들은 말들은 그녀의 마음에 상처만 남겼다.
"이건 진짜로 살자는 게 아니야. 누가 봐도 테스트하는 거잖아. 내가 딱 보니 테스트하는 거고만. 네가 잘못한 게 있으니 빈말이라도 네가 당분간이라도 들어가서 살자.. 이 말을 하길 나는 기다렸다고.."
"빈말을 왜 해! 나중에 뭐라고 하려고. 나는 빈말 같은 거 하는 사람 아니야."
그 말을 뒤로 한채 그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둘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의견이나 생각 따위는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그는 어떤 노력을 통해 지금의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삼일째 된던 날은 그녀도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했고 늦게 귀가한 그녀에게 원망스러운 말을 퍼붓는 그를 내버려 두었다. 더 이상 말다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와의 관계를 이 결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이브날이 되었다.
연애 시절, 이 날은 그래도 같이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을 떠올리며 그녀는 그를 기다렸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이 날은 그가 여느 때와 다르게 일찍 들어와 그녀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그에게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왜 안 와?"
"술 먹어."
"... 오늘 같은 날도 꼭 밖에서 술을 마셔야 해? 지난 삼일 내내 늦었잖아."
"이런 날 저런 날 다 따지며 살 필요 없어. 술 먹고 들어갈 거야."
"꼭 이런 날까지 그래야겠어?"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의 마음은 상처 받았고 몸은 고민과 스트레스로 지쳐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을까? 왜 그만 바라보며 바보같이 이렇게... 힘들게 병원 다니는 것도 혼자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만 들고 연애 때만도 못하게 시부모는 힘들게 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점점 그녀의 머릿속엔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결혼을 했는지, 왜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늦게 귀가하던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뭐 사갈까?"
"아니 됐어. 저녁 먹어서 배불러." 그녀의 마음은 점점 닫혀 가고 있었다.
뒤늦은 그의 호의에 아무렇지 않은 듯 응수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삐삐 삐삐 삐삐삐'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손에 봉투가 들려있었다.
'치 그래도 머 사 왔나 보네? ' 그녀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기대는 빗나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식만을 사서 들어왔다.
'에휴... 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거실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눈물이 맺혔다...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
다시 좋아졌던 관계가 망가지게 된 것에 대해 시부모가 원망스러웠다.
또한 화가 밀려왔다.
'우리 둘이 잘 사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자신들을 모시고 살고 같이 살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이제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오늘 같은 날도 나 혼자 집에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애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네가 나랑 왜 결혼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술이나 마시고 부모님 모시고 살 거면 왜 나랑 결혼했어. 그냥 부모님이랑 살면서 술이나 마시지.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 '
전송을 한 뒤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후에 그녀는 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그때 기분이 그녀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 크리스마스이브인걸 알았지만 다른 이들과 어울렸다는 것이었다.
그가 그때 한 발짝 다가왔다면, 야식에 소주 한 병들고 들어와 대화와 소통을 하려 했다면....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는 남자 하나 보고 결혼하는 건데, 남편이 아내 편을 들어줘야지. 그래야 아내도 버티지.'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이는 알 것이다.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느꼈던 소외감과 외로움...
그녀는 남편과 그녀가 가족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그에게 그녀는 자신과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에 맞춰 들어오지 못하고 겉도는 '남'이지 않았을까?
' 네가 여기에 맞춰. 너만 맞추면 다들 편해져'
이런 식의 태도로 몇십 년을 다르게 살았던 그녀를 그는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그녀의 친정부모님을 불편해하면서도 그녀에겐 혼자라도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밥을 먹고 친해지라며 잦은 만남을 강요하며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렵게 번 돈으로 도와준 시부모와 그걸 받은 남편을 이해하려 했지만 그녀의 미래, 그녀가 꿈꿨던 결혼생활과 행복까지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남편의 이해를 바랐지만 그것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부모의 편에 서서 부모의 뜻을 자신의 뜻으로 그녀에게 관철시키려고 만 한건 아닐까?
자신을 믿고 결혼한 그녀를 위해 부모를 설득할 생각은 왜 못했을까?
그녀의 손을 놓을 만큼 부모님의 돈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한쪽으로 치우쳐진 그의 말과 행동은 그녀와 곧 이별을 하게 만들 거란 걸 그는 알아채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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