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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엄마라고 생각했을까

by 롸잇테리언











모든 게 끝났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아기들 이유식 먹일 때

내 입에 더운 밥 한숟가락

밀어넣어주는 사람,





손목 아픈 딸이 나설까봐

매직캔 쓰레기통 리필부터

분리수거까지

다 새벽같이 해버리는 사람,



아기 앞에서 미디어 노출하면

안된다고 극성떠는 나 때문에

휴대폰이 늘 가방 속에

그대로 있는 사람,




삶의 유일한 낙이던

드라마 한 편 못 보면서도

애기들 얼굴 보는 게

더 재밌다던 사람,




금요일에 집 가서 쉬고

월요일에 오라고 보내면

금요일 밤에 가서

월요일 꼭두새벽에

문 열고 들어오던 사람,



그마저도 마음이 불편해

일요일만 되면

"일은 좀 했니?"

"엄마가 갈까?" 물어주던 사람,





이유식 책을 머리맡에 놓고

유튜브로 '아기 이유식'을

검색해 이것저것 만들던 사람,




그런 사람, 우리 엄마가

나를 두고 떠났다.






사람은 참 간사하고 어리석다.



잘해줄 땐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잃어봐야 사랑이었음을 안다.





평소와 다른 공기 때문인지

집안을 찢을듯이

자지러지는 아이들을

연신 쓰다듬으며

어쩌자고 내가, 이 나이에,

쌍둥이를 낳았을까...하고

울음을 삼켰다.



혼자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어설프면서

어쩌자고 내가... 자책했다.


엄마로서의 내가 너무나도

부족하게 느껴져

지구 밖으로 사라지고 싶었던 그날.




대체 엄마는 옛날에

이런 날들을 어떻게

견딘 걸까.


스물 셋에 시집와,

스물 넷에 날 낳았으니

곱씹을 청춘도 없었을텐데...



....외로웠겠다.







그제야, 깊은 깨달음이 밀려왔다.






엄마에게는 그냥

내가 전부였겠구나.



당신의 전부인 나를 위해

모든걸 포기하고

달려온 거구나.



나는 엄마의...청춘이고

자랑이고 분신이고

그냥...모든 것이니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싸늘하다.


장문의 톡을 보냈다.





엄마 미안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쩌고)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 무거운 건 무거운 거고

현실은 현실이다.



아기들이 울어 기저귀를 갈아주고

'멋쟁이 토마토'를 부르며

혼신의 독박육아를 했다.






잠시 후,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삑-




이 정직한 리듬은 분명...

엄마다.





"엄마!"





엄마는 치킨을 들고 있었다.





"애들 다 깼어? 아이구~

이서방은 야근이래고

넌 치킨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사러 갔다왔지. 포장하면 싸잖아."



태연하게, 아무 일 없던 듯

들어오는 엄마.






어?



식탁 가운데 치킨이 놓였다.





하...내가 오바했나?

지금이라도 톡 지워야 하나?

늦었나?




"치킨 먹게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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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마주보고 앉아

무표정으로 생맥주를

콸콸콸...

따랐다.




꿀꺽꿀꺽.




이상하다.

맥주가 왜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고

다 눈으로 흘러넘치지...




맥주잔 너머로

흐릿하게 엄마가 보인다.




......



엄마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엄마...내가봐도 나 좀 이상해.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냥 다 무섭고 화가 나...


애들한테 잘해주지도 못하고

자격도 없는 것 같고


다른 엄마들은 이유식도

예쁘게 만들어준다는데

나 때문에 안 먹는 것 같고


괜히 애를 낳아서

엄마도 고생이고

애들도 너무 불쌍해

더 좋은 엄마 만났어야 하는데..."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대성통곡 하는 나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젖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




"누가 그래?

내 딸 같은 딸도 없고

너 같은 엄마도 없어.

엄마도 너처럼 밤새도록

공부하고 알아보고,

그렇겐 못했어.

됐어...어서 치킨 먹어."







바보같은 우리엄마.



엄마는 이번에도

나를 버리지 못했다.




그즈음의 나는 위태로웠다.

엄마는 비틀거리는 새끼를

안쓰러워할 뿐,

미워하지도 못했다...







나는 왜 그동안

나만 엄마라고 생각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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