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안 먹기, 입에 물고 있기,
10분에 한 입 먹기,
식사시간을 촉감놀이로 만드는 등
밥을 안 먹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 한다.
진수성찬도 대령해보고,
매끼 갓 지은 밥도 줘봤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딱 하나.
딸들은 객관적으로 쌍둥이치고
작게 태어난 아이들은 아니었다.
36주 0일 조산이지만,
각각 2.56kg와 2.4kg로
태어났으니 적당했다.
하지만, 분유부터 시작된
안먹아기의 조짐이
이유식까지 이어지면서
나는 초예민 극성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앞에서부터 읽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는 요리를 못한다.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아마도 급한 게 없으니
이 나이까지 배우지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나역시,
둥이들의 모든 밥상차림은
친정엄마의 몫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오첩반상, 칠첩반상
그 무얼 해서 대령해도
입꾹 닫고 울어제끼는
애들을 보면서
나는 나날이 밥맛이 떨어져갔다.
그 즈음이
아마 가장 해골같은 몰골이었을거다.
엄마는 아기들이 남긴
이유식과 반찬들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건 또 왜 그리 보기 싫던지.
"너는 안 먹어?"
"싫어! 배 안 고파."
거의 단식투쟁을 불사하며
둥이들과 생사를 함께하겠노라
같잖은 반항심에 불타있었던 초보엄마.
엄마는 아이들의 이유식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날 위해
꽃게탕을 끓이고,
닭볶음탕을 하고,
도라지초무침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이어갔다.
나는 아이들의 밥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었으므로,
엄마가 왜
우리 먹는거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지, 의아하고
짜증이 났었다.
"엄마, 큐브로 얼렸다주니까
안 먹는 것 같아."
"엄마, 얘네 반찬 연달아 2,3번 주면
안 먹는 거 같지 않아?"
"엄마, 얘네 갈치는 좋아하니까
수산시장 갔다오자."
엄마는 그 모든 요구를
군말없이 다 들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사리가 나와도 백개는 나왔을
일이다.
사건이 터진 것은
어느날 저녁이었다.
유독, 아이들이 우리의 진을
빼놓았던 그날.
엄마는 속도 없는지
또 뚝딱뚝딱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뉴는 '청국장'
바삭한 치킨에
시원한 생맥주나 한잔
들이키면 딱 좋겠는데,
청국장이 모람?
애기들 옆에 누워서
밀린 카톡을 보던 나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아기를 안고
거실로 나갔을 때
엄마는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