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과연, 경력직이었다.
나를 포함해 삼남매를 길러낸
베테랑이, 맞았다.
실제로, 아이들을 달래거나
트림을 시키는 것 같은
일을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해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으니
'경단녀'라는 것이었다.
막내동생이 94년생이니...
어림잡아도 근 30년 가까이
육아에서 손을 뗀 것이나
다름 없는 엄마였다.
세기를 건너 뛴 2023년의 육아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당연하게도,
엄마와 나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았다.
1.
멀쩡한 브레짜(분유제조기)를 두고
왜 손분유를 타는 것인가에 관한 건
2.
기저귀 갈 때
왜 주요부위에 입으로
후~ 바람을 부느냐에 관한 건
3.
젖병전용 세정제와 수세미를
혼동하는 건
4.
애기가 앵~ 만 해도
얼른 달려가서 안아버리는 건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사안은...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
'아 춥다' 이슈였다.
엄마의 주장은
에어컨을 이렇게 틀어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면...이었고
나의 주장은
태열 올라오면 골치 아프다, 였다.
나시 바디수트 하나만
입혀놓는 나와 달리,
엄마는 내가 조금만 자리를 비우면
애들한테 이불을 덮어놓거나,
몰래 양말을 신겨놓아
나를 분노케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럴 것까진..나도 유난이었다.)
다행히도(?)
모든 이슈에서 우위를 점한 건
나였다.
"내 새끼잖아.
내가 하자는대로 해."
이 말은 사실이었으므로,
엄마는 늘 나에게 졌다.
다소 결벽증이 있는 성격이라
싱크대 물기, 세탁기 문 열어두기,
같은
작은 느슨함도
용납하지 못했던 나.
마치 무슨 사감이 된 것마냥
엄마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교정하기 바빴다.
일회용 행주가 있는데
왜 천 행주를 꾸역꾸역 쓰는건지,
아기 수세미와 어른 수세미를
왜 겹쳐 놓는지,
먹지도 않는 김치를
왜 이렇게 종류별로 담아
집 안에 냄새를 풍기는지... 같은.
엄마는 내 날카로운 말들 때문에
뒤돌아 설거지하며
운 적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날, 엄마한테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대답대신 그냥 웃었다.
.
.
.
.
.
.
.
.
.
.
.
그렇다.
재재들은 내 새끼가 아니라,
'우리의 새끼'였고
나는 '울 엄마의 새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