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쌍둥이 엄마에게도 덜 아픈 손가락은 있다

by 롸잇테리언









이건 어디에서도 한 적 없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다.








빼빼로를 잡고

도구 없이 최대한

절반에 가깝게 나눈다해도,

그것이 정확하게 절반일 확률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KakaoTalk_20250927_185106478.jpg?type=w773 해 보실래요?









눈에 보이는 물체도 이러한데,

마음을 정확하게

반으로 나눌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하물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들'을 향한

마음이라면 더하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다 똑같은 강도로

아프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싫어하지도 않았으니...

그냥 관심이 없었다,

정도로 해두는 게 맞겠다.







그런 내가...

아이 한 명을 얻고자 찾아간

난임센터에서,

두 명의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처럼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문제는, 두 아이를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몰랐다는 것.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

파워 J였던 나는

일의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육아 역시,

'급한' 순서대로, 혹은

'급해 보이는' 것 먼저

줄을 세워

처리하려고 했다.







문제는

항상 '급한' 쪽이

같다는데 있었다.







나의 딸들은 쌍둥이지만

외모로

이란성임을 강렬하게 주장하며

태어났고,



조리원에서부터

철저하게 다른 성격을

지녔음을 알려주었다.





첫째 고원이로 말할 것 같으면

36주 내내

후둥이 밑에 깔려 있으면서도

큰 태동도 없이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한

일등공신이다.



더 고마운 것은, 그렇게

단련(?)되어서인지,

나와서도

놀라운 참을성을 보여줬다는 것.





20230226_190208.jpg?type=w773




20230226_133221.jpg?type=w773 일단 잠순이였다










고원이는

배가 고파도, 똥을 싸도,

졸려도,

자지러지게 우는 법이 없었고,

까만 눈동자를 똥그랗게 뜨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뿐이었다.






20230224_175246_remastered.jpg?type=w773 제 차례되면 불러주세요









고이는 달랐다.








20230225_160417.jpg?type=w773 천사 코스프레









조금만 불편해도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데시벨로 나를 불러들였다.





20230224_174936.jpg?type=w773 단골 호출 고객






'내 팔이 두 개 뿐인데 어떡해.'




라는 말로,

나는 나의 부족함을 감췄고


고이의 울음이 잦아들고나면

그때 고원이의 고충을 해결해주었다.







20230413_194135.jpg?type=w773 자는 애 = 고원







남편이 있는 날에도

난이도가 낮은

첫째 고원이를 남편이 케어하고,



둘째 고이는 내가 온전히

케어하는 시스템이었다.







20230329_194235.jpg?type=w773




20230406_194857.jpg?type=w773




20230428_035322.jpg?type=w773 고원이 사진은 대체로 이런 구도









분명 둘을 낳았는데,

내 품에 안겨있는 아기는

늘 하나였다.






20230410_091254.jpg?type=w773 고이는 주로 이런 구도








둘 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임에는 틀림없지만,


고이에 비해

내 손이 덜 탄 고원이는

덜 아픈 손가락이 맞았다.





(이것을 고백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지만

쌍둥이 엄마들과 대화하며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보고

적어보기로 했다.)





계란 때문에

엄마에게 날 선 말을 이어가던

그날 아침.





(이전화 참고)






내 터진 입을 막은 것은

아기들의 울음소리였다.






"애들 깼나보다."





반사적으로 아기방으로 뛰어가

습관처럼,

고이를 안아올렸다.





고원이는...모르겠다.

늘 그랬듯이

눈만 똥그랗게 뜨고 있었겠지.




그러다 뭔가 여분의 인기척이

더 느껴졌는지, 고원이가

평소와 다르게

제법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이구~ 우리 애기~

할머니야~ 그래 그래~"




엄마가 손을 뻗어

고원이를 안았다.




"할머니 왔어~ 괜찮아~"






고원이는 울음이 짧은 아기였다.


예방주사를 맞아도

앵~ 하고 바로 그치는 유니콘.





그런데!





친정엄마의 어르는 말에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데시벨로 울어제끼던 고원이.







고원이 인생에

가장 든든한 아군, '쭈 할머니'의

등장이었다.








20230323_174213.jpg?type=w773 고원이 시대 개막?











keyword
이전 08화모녀전쟁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