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 Oct 22. 2020

첫 출근: 호치민 Wework 위워크

싱가포르 영어 악센트와 화법 




회사는 건물 22층에 있는 위워크 공유 오피스 안에 있었다. 우리 회사 말고도 여러 유명한 회사들이 많았다. 각각 회사 별로 나누어진 오피스마다 유리에 회사 이름이 쓰여 있었다. 건축 회사, 인텔, 투자회사, 제약 회사 등등.. 







회사 팀원은 총 6명이었다. 나, 윌리스(싱가포르인 상사), 트레이시(미디어 담당) 처우(일본파트 담당), 낸시(컨텐츠 담당), 클로에(세일즈 담당).. 




회사는 아시아에 여러 지사가 있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지사가 없었다. 면접 때 조지 말에 따르면, 아주 옛날(?) 한국에도 지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접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회사는 다른 나라 오피스에 한국인을 뽑았다. 지금 회사에는 한국인이 나밖에 없었다. 나는 한국/한국 회사 담당 마케터이자 베트남 마케팅 서포트도 같이 하게 되었다. 




첫날은 인수인계와 미팅으로 가득 채워졌다. 내가 담당하게 될 한국 회사, 외국회사들에 대한 설명과 내가 어떤 을 해야 하는지. 윌리스가 화이트보드에 열심히 설명했지만 사실 나는 그때 절반 정도만 알아들은 것 같다. (윌리스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 화이트보드 앞에서 셀카 찍고 가족들한테 카톡으로 보낸 건 비밀...)




내가 맡게 될 한 한국 회사와 관련, 담당 AE는 싱가포르에 있는 싱가포르인 디렉터 제슬린이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Teams)로 전화를 했다. 제슬린이 나에게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 앞으로 할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내가 그녀의 말을 70% 정도밖에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나름대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싱가포르 영어 악센트는 정말 달랐다. 내가 못 알아듣고 가만히 있자 옆에서 윌리스가 자꾸 끼어들었다. 




윌리스: 제슬린, 조금 천천히 얘기해줄 수 있어?

제슬린:




 제슬린은 천천히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싱가포르 특유의 악센트로 빠르게 얘기했다. 

 윌리스가 다시 말했다.




윌리스: 제슬린, 천천히 얘기해줄 수 있어?

제슬린: 응


 그녀는 웃으며 천천히 말하다 다시 어느 순간 빨리 말하기 시작했다. 

 


무한 반복...





 그러다 제슬린이 중국어를 썼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다)

 윌리스가 중국어로 잠깐 대답했다.



나한테 들리는 말: !@#$$%^&&*&&^^%$##@@@#$% (... 영어와 중국어가 섞인 이상한 말들)




다시 그들은 영어로 돌아와 영어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미팅 내내 나의 표정: 0_0





영어 악센트뿐만 아니라 영어를 말하는 방식도 싱가포르 특유의 화법이 있었다.

예를 들면, 미팅 내내 윌리스가 제슬린에게 천천히 얘기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볼 때,



윌리스: 제슬린, 천천히 얘기해줄 수 있어? (Jeslyn, can you speak slowly?)

제슬린: 응 (Can)





Can????


나 지금 잘못 들은 거니?

보통 영어로 대답할 때는, sure이나 yesno나 이런 것들이 아니고 can?

보통 대답들이 다 그랬다. 짧고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특히 can ~~~?이라고 물어볼 때 

대답은 다 can이다.





첫날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퇴근시간이 되자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친구랑 전화하면서 집 근처를 걸었다.

걱정이 시작됐다.




잘 버틸 수 있을까?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다리



매거진의 이전글 호치민으로 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