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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Oct 22. 2020

매주 금요일 세일즈 미팅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각종 보고서를 써야 되는 일이 많이 생겼다. 위클리 리포트, 클라이언트 먼슬리 리포트, 제안서와 프로덕트 리포트까지. 또 금요일마다 있는 모닝 세일즈 미팅에 참석해야 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 9시(싱가포르 시간), 8시(베트남 시간)에 하는 세일즈 미팅은 굉장히 독특하다. 사장 주최로 싱가포르 본사의 모든 직원들이 직접 회의실에 모여 참석하고 아시아에 있는 오피스들의 세일즈 담당 직원들이 각각 팀스(teams)로 참석한다. 


 


모든 세일즈 담당 직원들이 자신의 맡은 마켓(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등)에 대한 발표를 돌아가면서 하고 사장은 피드백을 해준다. 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발표와 토론, 피드백이 그 자리에서 핑-퐁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나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일즈 미팅에서 발표는 하지 않고 참석만 하면서 다른 발표자들이 어떻게 발표하는지 미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어느 금요일, 평소처럼 나와 베트남 세일즈 담당인 클로에 둘 다 8시에 출근해(다들 9시 출근이다) 팀스로 세일즈 미팅에 참석해 사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는 세션이 와서 클로에가 발표하는데 이번엔 피드백이 많이 안 좋았다. 다른 나라 세일즈 담당 직원들에게는 클라이언트에 관해서나 마케팅 아이디어에 관한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클로에가 발표를 끝내자 영어 발음에 대한 지적을 했다. 




사실 베트남 직원들은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별로 없다. 클로에도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싱가포르 발음을 알아듣기엔 가끔 부족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클로에는 싱가포르 발음 때문에 잘 못 알아듣고 영어 발음 지적에.. 




사장이 물었다. 



틱톡 모기업이 어느 회사야? 



클로에가 대답하지 못했다. 

곧 바이트댄스 기업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1시간의 세일즈 미팅이 끝난 후, 나는 클로에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 괜찮아? 근데 틱톡 바이트댄스는 나도 몰랐어.   

클로에: 아냐. 내 잘못이야. 다 파워포인트에 있는 건데 내가 알았어야 했던 거야. 

나: 그래도 이번 미팅은 정말 힘들었을 거야. 그렇지?

클로에: 아냐. 난 익숙해. 괜찮아. 




나도 곧 세일즈 미팅에서 발표를 시작해야 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됐다. 발표가 부담이 되는 건 아닌데 세일즈 미팅은 아직도 어렵다. 특히 나는 싱가포르 발음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싱가포르 발음 관련 컨텐츠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세일즈 미팅이 끝난 후 오피스로 들어온 윌리스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나: 윌리스, 니가 영어로 말할 때 너무 천천히 말해서 내가 다른 싱가포르 사람들이 말할 때 잘 못 알아듣겠어.

윌리스: 정확히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천천히 얘기하는 거야.

나: 그럼 빨리 얘기해줘.

윌리스: 왜?

나: 발전이 없잖아. 나도 그렇고 다른 팀원들도 그렇고. 다들 니 말은 알아듣는데 다른 싱가포르 사람들 말은 못 알아듣는 단 말이야. 그치? (다른 팀원들을 돌아보며.. 하지만 다들 나를 쳐다볼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윌리스: (한숨을 쉬며) 그럼 진짜 빨리 얘기한다?

나: 응!

윌리스: (진짜 빨리 얘기하며) 그러니까 !@#$%ㄲㅇㄴㄿ^%##@.. 이해했어?

나: ...........(절반만 알아들음)

오피스에 있는 다른 팀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들 웃음 터짐..)





세일즈 미팅이 금요일마다 있는 게 정말 좋다고 느끼는 게, 주말이 되면 다 잊어버린다.. 만약 세일즈 미팅이 월요일마다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 주가 더 힘들 것 같다. 어쨌든 금요일이고 주말엔 뭐 할지 고민 중이다. 넷플릭스 틀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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