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상사 빼고..
처우가 그만둔다고 해서 우리는 퇴근 후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상사인 윌리스 빼고..)
베트남에선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자가용이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나는 처우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가는 도중 비가 갑자기 내렸고 우리는 비를 그대로 다 맞고 원래 가려던 이탈리안 음식점이 아닌 근처에 있는 핫팟 음식점에 갔다.
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비는 엄청나게 내리고 앞은 안 보이고 처우 뒤에 타서 처우만 꽉 잡고 있었다.
겨우 도착한 핫팟 음식점에서 따듯한 국물을 먹으면서 우리는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나: 처우, 왜 그만두는 거야?
처우: 사실.. 다른 일본계 광고회사로 이직했어. 다다음주부터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
나: 아 정말?
낸시: 레몬, 있잖아.. 나도 사실 그만둬..
나: 왜?
낸시: 그냥.. 다른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싶어. 난 아직 어리고 다른 회사들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으니까.
나: 음.. 근데 너 일한 지 8개월이잖아. 1년을 버텨보는 건 어때?
낸시: 사실.. 클로에도 그만둬.
나: 정말?
클로에: 응.. 그리고 트레이시도 그만두고.
나: 세일즈가 싫은 거지?
클로에: 응. 난 사실 세일즈 하기 싫었어. 페이스북이나 구글 관련 광고 집행하고 싶어. 다른 회사로 옮길 거야.
트레이시도 이미 그만뒀다.
그러니까 이제 나랑 내 라인 매니저(line manager)인 윌리스밖에 남지 않았다.
음.. 마음이 심란했다.
다들 그만 두면 나는 어떻게 하지..?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도 적응하고 있는데..
겨우 친해질 만하니까 다 그만둔다고 하고..
낸시: 그만둬도 우리는 친구니까. 모르는 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돼.
클로에: 응. 내가 그만두더라도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 전화해.
나: 응..
특히 일 관련해서 협업을 많이 해야 했던 낸시랑 클로에의 퇴사 소식은 슬펐지만 그만두더라도 가끔씩 만나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끝마치고 음식점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트남 오피스가 작으니까, 아마 다들 그만두면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지겠지.
하지만 그것보다도,
팀원들이 그만두더라도 좋은 회사로 잘 이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