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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Dec 14. 2020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베트남 오피스에 새로운 팀이 꾸려졌다- 중국어 가능자이자 세일즈 담당인 앤디, 일본 마켓 담당인 아이린, 콘텐츠 담당 리사, 미디어 담당 트레이시- 그리고 상사인 윌리스


그리고 팀이 꾸려진 지 한 달 후, 앤디가 해고를 당했다. 


해고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아침에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앤디가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둔다고 했다. 나는 떨떠름하게 그러냐고 대답하고 앤디가 오기를 기다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정말 걱정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앤디는 아무렇지 않게 퇴근했고 퇴사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앤디가 오피스에 들어오자마자 나와 다른 직원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앤디: 응? 무슨 말이야? 내가 그만둔다니? 

: 너 그만둔다고 하던데? 잠깐만. 내가 인사팀이랑 다시 얘기해볼게. 


인사 담당자한테 앤디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자, 회사에서 해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 앤디, 이메일 확인 좀 해볼래?


우리는 같이 이메일을 확인했다. 회사에서 해고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메일 안에는 오늘이 (?) 마지막 근무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직원들도 웅성웅성 거리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불편했다. 이런 상황도, 이런 상황을 만든 회사도. 이별에 예의가 있는 것처럼 퇴사할 때도 예의가 중요하고 해고를 할 때에는 더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나빴다. 퇴사 이유는 낮은 업무 성과라고 했다. 

나: 한 달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성과를 측정하는 게 가능해? 한 달이면 이제 막 배우는 거잖아. 

앤디: 몰라.. 

앤디는 넋을 놓고 있었다.

앤디: 어쩔 수 없지. 다시 면접보고 다른 회사 들어가야지.. 내 걱정은 마. 나 잘할 수 있어. 



그날 사무실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앤디는 오후에 잠깐 핸드오버 미팅을 하고 그 후에는 다른 회사들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다. 다른 직원들은 애써 침착한 척 일을 하고 있지만 분명 속은 좋지 않겠지.. 나 또한 그랬다. 사실.. 앤디는 처음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껏 그랬다. 말은 정말 잘하는데 정작 별로 일 하지 않고 업무 시간에 자격증 관련 공부를 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래도 앤디가 더 열심히 하길 바랬고 적어도 3개월은 같이 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려서 마음이 안 좋았다. 



퇴근 후 회사 건물 앞에서 상사인 윌리스를 따로 만났다. 

나: 앤디 해고당한 거 이미 알고 있었어?

윌리스: 아니. 전혀 (no idea) 

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당일날 바로 해고 이메일이라니. 

윌리스: 그럴 수도 있어. 걘 아직 수습기간이었잖아. 

나: ???? 



저녁에 미용실 예약이 있었는데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갔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앉아 있다가 사장인 조지한테 연락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얘기하다가 앤디 얘기를 꺼냈다. 

조지: 할 말이 정말 많아. 걘 아마 자기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와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거야. 겸손하지 않았어. 

나: 응. 사실 나는 저번 주까지 정말 힘들었어. 슬럼프가 왔었어. 일은 일대로 앞으로 못 가고 꽉 막혀 있는 것 같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사실 고백하자면, 나 앤디를 잘 챙기지 못했어. 

조지: 그런 문제가 아니야. 넌 모르겠지만 우린 걔한테 정말 많은 기회를 줬어. 경고장도 몇 번이나 보냈어. 근데 걘 그런 걸 다 무시했었어. 



조지와 얘기를 끝마쳤다. 어차피 앤디는 내일부터 보지 못한다. 앤디를 잘 못 챙겼다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어차피 그런 것도 이젠 의미가 없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성과,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도 아무도 신입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친절하게 이것 저것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자기가 스스로 해야 한다. 아무리 잘난 스펙을 갖고 있어도 회사 와서는 남의 말도 잘 듣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앤디는 그냥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앤디가 더 좋은 회사에 가서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 경험은 가슴 아프지만 앤디가 뭔가를 많이 배우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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