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 Oct 17. 2021

세라핀의 퇴사 소식



  금요일, 세라핀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우울해져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었고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서 한마디로 얘기했는데 나는 그동안의 모든 사건들이 생각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세라핀은 베트남 오피스랑 일도 같이 했었고 우리는 주기적으로 계속 연락을 했었다. 그래서 그녀의 퇴사 소식이 나에게는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나: 앞으로 뭐할 거야? 

세라핀: 글쎄. 좀 쉬면서 생각해볼래. 



  세라핀은 싱가포르인이고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인들을 위한 교육이나 보장제도를 잘해놓았으니까.. 조금 쉬다가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 하지만 세라핀이 정말 많이 그리울 거다. 회사에서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이젠 누구한테 얘기를 해야 하지..? 



나: 앞으로 더 좋은 회사에 가고 더 재밌는 일들을 하게 되길 바래.

세라핀: Thank you for the blessing.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정말 모를 테니까..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만두게 된 걸지도 모른다. 나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 회사가 아니니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바로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까? 





  사실 이사하고 우울했다. 집은 마음에 들고 다 좋은데.. 아마 지난 몇 번의 이사가 지쳤던 것 같다. 집을 꾸미면서도, 이렇게 꾸며서 뭐하나. 어차피 다시 이사 가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다 버리겠지, 이런 생각도 들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나는 너무 불안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을 꾸미고 쇼피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면서도, 나는 한 치 앞 일도 모르겠는데 언제 한국에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12월 크리스마스까지 나는 과연 베트남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건 예상치 못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마음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기로..! 만약에 또 이사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물건 다 가져가기로 했다. (얼마나 머물지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 집 꾸미고 싶은 대로 꾸며야지..) 앞일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한국에 살든 베트남에 살든 어느 나라에 살든 항상 언제라도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베트남에 산다고 해서 불안한 게 아닐 거다. 한국에서 살더라도 가끔 불안함을 느끼겠지.. 



  엄마랑 오후에 오랜만에 전화로 수다 떨어서 좋았다. 이사 온 집 좋고 한국 음식 배달도 잘 돼서 너무 좋다고 자랑했더니 ㅋㅋ 엄마가 이사 잘했다고 했다. 빨리 쇼피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배달 왔으면 좋겠다. 그럼 연말 분위기 물씬 날듯.. (미리 준비) 

매거진의 이전글 락다운이 끝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