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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ELLY Jun 24. 2022

헤어지자, 이제는 제대로 헤어지자 (드라마:연애의발견)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여주인공인 한여름과 남주인공 강태하는 두 번 헤어집니다. 첫 번째 이별은 5년 동안 연애한 후 한 번이구요. 헤어진 지 5년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어 일을 같이하며 교류하다가, 다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애인이 있었던 한여름이었기에, 둘이 다시 연인이 된 건 아니지만 ‘진짜 이별’을 ‘제대로’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묵은 오해를 해소하고 나서, 강태하가 타이밍을 놓친 사과를 다시 하고나서, 그는 한여름에게 이별을 선언합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5년 전이지만, 드디어 이제야, 진짜 헤어질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요.


 “...그리고, 우리는 헤어지자. 이제는 제대로 헤어지자. 미워하는 동안은 아직 헤어진 게 아니야. 한여름, 행복하게 잘 지내.”


 헤어진 후 연인이 아니었던 기간 동안 서로 미움이 남아 있었기에, 다시 만났을 때 둘은 쌓인 감정 때문에 갈등을 겪습니다. 한여름에게는 연인이 이미 있었고 그 사랑이 굳건해보였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강태하를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있었기에 오히려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한여름처럼 저는 잠깐,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몇 번의 연애 끝에 제 감정을 스스로 분명하게 읽는 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저도 애매한 감정 때문에 한동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별을 한 후 꽤 오래 질척거린 적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과 저 둘 다요. 연인이었던 기간은 굉장히 짧았는데요. 헤어지고 힘들어하는 날이 사귄 기간보다 더 길었습니다. 만나면 또 서로 상처줄 걸 알기에, 다시 사귈 수는 없었지만 둘 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 했습니다. 내가 연락하고, 또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가 연락하고, 그러다 잠깐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또 서로를 못 믿어 헤어지고. 이런 질척거림을 여러 번 반복하다, 정말 끝이 났죠. 아니, 정말 끝이난 줄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 지 1년 정도 지났을까요. 저는 한창 장거리 연애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전남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욕먹을 일이지만, 저는 만나러 나갔습니다. 왜냐하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의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다 지난 일이라 덤덤할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남하진과 알콩달콩 연애하던 한여름이 전남친 강태하의 등장에 흔들렸듯이.


 그 사람에 대해 별 생각 없었고, 현재의 남자친구만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있었는데. 그를 만나고 난 날부터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슬펐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내 자신이. 그 만남의 후유증이 며칠 갔던 것 같아요. 저는 마치 두 사람을 다른 모양으로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달라서 비교가 불가능한,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을 수가 없는 모양의 두 사랑이요. 어느 한 쪽을 잃어도 타격은 클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저는 혼자 방황했습니다.


 하지만 방황의 시간을 며칠 보내고 나서 저는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잠깐 아주 크게 흔들린 듯이, 그냥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괜찮아진 것 같았어요. 그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했고, 또 질척거려줬기 때문에, 잠깐 힘들었지만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었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은 만났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변한 것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못믿는 버릇이 여전했고, 저는 그에게 본의 아니게 다시 상처를 줄 것이 뻔했습니다. 저도 몰랐던 제 안의 감정을 확인하고, 며칠 울고 나니, 마음이 깨끗해졌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 마음으로 다시 마음껏 그때의 남자친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죠. 한여름은 결국 전남친을 택했지만요.



 참,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나봅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칼로 도려낼 수 없는 연기같은 것이어서,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가야할 길이 더 있었을 수 있구요. 그 안가본 길까지 한번 더 가봐야 비로소 매듭지을 수 있는 관계도 있구요. 어떠한 이유로 두 사람 중 누구도 놓을 수가 없는 시기도 있을 수 있구요. 


 그 사람을 만난 기간은 겨우 3개월이었지만, 제대로 이별하는 데는 2년이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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