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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Sep 24. 2022

데이터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선한 영향력] 레몬 트리(Lemon Tree)는 무슨 뜻일까

# 01 가정형편에 따른 디지털 역량 차이


가정 형편에 따라 중·고교생 '디지털 문해력'에 격차


얼마 전, 이목을 끄는 제목의 뉴스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가정형편에 따라 디지털 문해력에 차이가 있다는 자극적이면서도 명확한 내용의 뉴스 기사였습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은 서울지역 중고생 13,141명을 대상으로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찾고, 올바른 정보인지 판단하고, 스스로 만들어보고 소통하는 능력인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역량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Z세대 서울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학교환경과의 관계 (6페이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학교와 가정경제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차이가 있다.
    (*유의수준 p값<0.01)

2. 고등학생의 평균수준이 중학생보다 높다.
    (중학교 평균 3.12 < 고등학교 평균 3.17)

3. 가정경제상황이 좋을수록 평균 수준이 높다.
    (가정형편 상 3.26 > 중 3.11 > 하 3.07)


* 유의수준 p값


p값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제 책("나는 처세술 대신 데이터 분석을 택했다")과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writerjeong/166


연구보고서의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창의융합, 온라인 협업, 미디어 비판능력과 활용능력 전반에서 가정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디지털 문해력 역량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격차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학생의 디지털 문해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에서의 교육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복지사업 등 관련 정책에서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사회기관에 대한 관련 과정 개발과 지원도 필요하다.


기사를 읽고 있는 제게 누군가 속삭였습니다.  선생님, 근데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죠?


# 02. 데이터 사고와 활용이 평등한 사회


데이터 → 정보 → 지식 → 지혜 → 삶
데이터 사고와 활용이 평등한 사회


이전 글에서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는 말씀드렸습니다.

(Birth 탄생)(Death 죽음)(Choice 선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되고 순간순간 선택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됩니다.

과거에 비해 데이터가 개방되었고,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단서를 붙여야 합니다. 바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입니다.


제가 배운 것들은 맨 몸으로 텅 빈 머리로 태어나 사회에서 얻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로 세대가 구분되지 않고, 계층이 구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연구보고서를 만들고, 뉴스 기사를 냅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교육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행동해야 하고, 용기를 내야 합니다.


데이터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정보를 얻어 냅니다. 정보는 힘이고, 아는 것(지식)도 힘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했으면 했습니다. 살아가는 데는 돈보다 명예보다 값진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 근데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죠?



# 03. 코딩 교육 봉사활동


앗, 늦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늘 깊게 빠져들곤 합니다. 취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지만 늘 취하게 되는 게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정신없이 교구를 챙겨서 지역아동센터 내비게이션을 찍고 이동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눈앞에는 아동센터와 같이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복지사님께 부랴부랴 전화해보니 내비게이션 주소가 잘 못된 것이었습니다. "아... 선생님 죄송해요 10분만 더 기다려주시겠요?"


다시 선택한 목적지로 가는 길이 어찌나 초조하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윽고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고 트렁크에 있는 교구를 들고 뛰어올라갔습니다. 다행히 초롱초롱 아이들의 눈망울과 호기심 어린 학습 태도에 금세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아이들과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그리고 준비해온 코딩 교육 교보재를 하나씩 나눠주고 시작했습니다.


첫 시간에는 센서와 데이터, 코딩 개념 알아보기.

둘째 시간에는 선풍기 만들기, 자동차 만들기

그리고 셋째 시간에는 만든 자동차에 코딩으로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하기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데이터와 함께 성장해온 아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고 똑똑했습니다. 가르쳐주기 무섭게 스펀지처럼 빨아드렸고 집중하는 모습에 제 설명이 잘 안 들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오늘 재밌고, 유익했나요?


"네, 네 선생님!"


'아 뿌듯해!'라는 마음이 느껴지며 교구 박스를 들고 차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비상 깜빡이가 켜져 있네요! 너무 급하게 올라가느라 비상 깜빡이를 그만 켜고 올라갔습니다. 배터리 방전, 그리고 기다림. 결국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 근데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죠?


# 04. 선한 영향력이란


대학시절, 외국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학교 규정상 휴학 후, 복학하는 학기에는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교내 근로장학금이나 학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이래저래 찾다가, 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학금 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3살 남대문 시장(회현) 역에서 멀지 않았던 높은 빌딩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면접을 거쳐 학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죠?


장학금의 조건은 제가 가진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제 역할은 홍대 앞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외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당시 제가 가진 그 무엇이었습니다. 23살이 가진 전부였습니다. 약간의 경험과 재능. 저는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전 대안학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안학교 아이들은 정말 순수했고, 착하고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더 여렸습니다. 한 학생이 저한테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선생님,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에 레몬 트리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데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요"


All that I can see
is just a lemon tree

지난 7월에도, 8월에도, 그리고 9월에도 지역아동센터를 찾았습니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일, 그것이 유일한 사명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번 지각하고, 배터리가 나갔던 그 아동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다시 와줄 수 없냐고 여쭤보셨습니다. 그때 너무 고맙고 행복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사회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이구나.

노래 가사와 같이, 매일매일 레몬 트리만 보이던 따분한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었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또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선명해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정작 그 노래를 듣게 된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그 희망의 노래는 아이들이 아니라 제 머릿속에 늘 PLAY 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AFS43NKFag


내일은 새로운 복지센터의 아이들과 만나는 날입니다. 설레어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선한 영향력과 재능기부 봉사 덕에 이제 인생에서 레몬 트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선생님, 레몬 트리가 무슨 뜻이죠?


주변에 온통 레몬 트리뿐이라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고 싶다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레몬 트리(Lemon Tree) 뜻

레몬(Lemon)은 원래 불량(특히 자동차)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노래에서는 시고, 고달픈 인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겉보기에만 좋고 행복하지 않다에 대한 비유로 비쳐집니다. 레몬 트리는 반복되고 의미없는 따분한 일상을 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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