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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Oct 01. 2022

소금쟁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소금쟁이도 날 수 있다. 


나는 연못이 있는 동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나를 낳은 그 해 돌아가셨다. 옆집 친구도, 또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들은 그렇게 물가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내 것"이라는 의미는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몸이 성장하면서 "내 영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열심히 뛰다 보니 먹고 생존할 수 있었다. 생존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존 = 뛰기"였다.


생존 = 달리기


그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른이 되는 해였다.

그는 내게 말했다.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 없어." 내 얘기를 잘 들어봐. 

"나뭇잎 위에 열 개의 이슬이 있어. 그중 아홉 개는 신선한 이슬이고, 단 하나의 이슬방울에만 농약이 들어있지. 만일 네가 신선한 이슬을 선택한다면, 여기 한 동안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의 곤충들의 체액을 선물로 줄게. 어때? 너한테 유리한 게임이지?"


아홉 개의 이슬,
그리고 단 하나의 농약


모두들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아우 성대던 때였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고들 이야기했다. 나는 나뭇잎 위에 있는 이슬 중에 하나를 택했다. "휴, 살았다" 그리고 한 동안 먹고, 마실 충분한 양의 음식을 얻게 되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먹이 걱정은 이제 그만하게 되었다.


그리고 먹이가 다 떨어질 무렵이 되면 다시 그를 찾았다. 그리고 아홉 개 남은 이슬 중에 하나를 골랐다.

"좋았어!" 이번에도 농약이 아니었다. 나는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막 날이 더워졌지만 검은색 수평선 사이에서는 수시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좀 어색하지만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는 날이 잦아졌다.


충분한 먹이가 있어서
나는 더 이상 먹이사냥을 멈췄다.  


그리고 물 위를 미끄러져가며 점점 내 영역을 넓히는데 집중했다. '역시 이 연못에서는 날 따라올 자가 없군.' 주변에 함께 자라던 친구들이 왜 보이지 않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신나게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람들은 나를 소금쟁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의 의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람?!" 

"이처럼 멋지게 물 위를 걷는 생물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그게 바로 나라고! 하하하" 

"내 예쁘고 튼튼한 다리에 달려있는 멋진 털을 봐 물에 젖지 않는 신비한 마법은 바로 이거야!"

출처 : https://www.zoores.ac.cn/cn/article/doi/10.24272/j.issn.2095-8137.2020.029?viewType=HTML


물 위를 걷는 생물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검정 수평선에서 부는 바람이 잦아졌고, 물은 점점 말라갔다. 연못을 찾는 곤충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괜찮아! 그에게 가서 다서 이슬을 골라보자! "옳지! 이번에도 신선한 이슬이야!!" "항상 내가 옳다니까?!"

어느새 나는 더 이상 넓힐 영역이 없었다. 통통하게 살이 쪘다. 예전에는 주변에 물웅덩이가 제법 있었는데 어느새 그늘이 되어 있었다. 산보다 높고 네모난 물체는 수많은 네모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리고는 커다란 상자에 가득 닮긴 흙이 하늘에서 정신없어 떨어졌다. "으악, 이게 뭐야!!" "내 집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나는 힘차게 뛰어올랐다. 등 쪽에 힘을 빠악 주었다. 등 뒤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살던 연못이 점점 작아보게 보였다.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연못 이라기보다는 물웅덩이처럼 보였다. 나는 내가 날아서 연못이 작게 보이는지 아니면 연못이 언제부터 물웅덩이가 되어 있었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포동포동 살찐 몸을 띄우기에는
날개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늘에서 본 광경은 기가 막혔다. 내가 살 던 연못은 흙으로 다 메워졌다. 내가 바라보던 검정색 수평선은 바둑판같은 격자무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흙을 담은 물체들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느낀 바람이 어디서 불었던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저 네모난 물체들 사이로 정말 멋져 보이는 연못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날개에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소리쳤다. "소금쟁이다! 소금쟁이가 날고 있어!"

난 그제야 내 이름의 의미를 번뜩 깨닫게 되었다. 

작을 소(小)   새, 날짐승 금(禽)



아, 좀 더 일찍 나에 대해 알았더라면..





나는 아파트 연못에 앉아 소금쟁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넌 어디에서 왔니?

연못에 비친 소금쟁이는
연못 위에 만들어진 나무 위를 올랐다가

또 그 옆에 만들어진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소금쟁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네, 어서 오세요. 이렇게 곤충을 집으로 초대하기는 처음입니다."


"당신께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저에게 들려주실 이야기요?"

그렇게 소금쟁이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떻게 하면 물 위를 더 잘 미끄러질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지는 않나요?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있는 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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