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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Jun 02. 2021

거기, 요가 수업에 남자 있어요?

마음 챙김에남녀 없어요

그 남자의 요가 수업


할까, 말까?


등록할까 말까 하다가 월 말이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또다시 월말이다. 거짓말 안 하고 3달을 고민했다.


늘 머릿속에 맴돌았던 요가 수업에 등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남녀가 함께하는 요가학원은 역시 무리 데스까?


남자가 요가를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같은 반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정말 요가 수업에 전화를 걸고, 센터에 가기까지 엄청난 고민이 있었다.

섬세하거나 내면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려 깊다. 행동은 느리고.


용기 내어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걱정도 잠시, 요가 수업에는 정확히 10명 중 4명이 남자였다.


"휴, 살았다"(뭘 살았는지 몰라도 안도감이 든다.)


그리고는 한쪽 구석에 아내가 빌려준 요가 매트를 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막상 요가 수업에서 들어가면 남을 신경 쓸 시간은 없다.


"엄지발가락에  손가락 걸고, 파스 타목 타나"

'아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 ㅠㅠ 전 초보라고요'


요가 선생님은 여러 가지 못 알아들을 암구호를 말하면서 능숙하게 동작을 한다. 

예를 들면,, 부장가나사나(부장님 아니신가?) 같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다 보니 이미 나는 온전히 내가 되어 있었다.


요가 수업에 등록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없고,
발가락을 잡고 내 몸에 집중하는 나만 있다.



요가는 내면을 가꾸는 운동이다. 

요즘은 워낙 운동의 겉모습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가만큼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운동도 아니고, 우락부락 보이는 근육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 흔한 인스타에 올릴 사진은 더더욱 없다. 미안하다 잭**스, 안*르, 룰**론


양손을 하늘로 높게 들고, 고개를 젖히고 가슴을 펴는 시간은

내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이다.


엉덩이를 바닥에서 들고 내 손끝을 보는 시간은

직장에서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는지, 

사회에서 얼마나 작아졌는지, 

쭈그러져있던 나를 쭉 펴는 시간이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요가 수업을 끝났다. 

마음이 편안하다. 머릿속이 개운해진 느낌이다.


근처 샐러드 가게에서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아보카도가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살살 녹았다.


진정으로 나를 위함이 무엇인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휴대폰을 볼까 하다가 그냥 두고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삭아삭 입안에서 부서지는 채소의 신선함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밥 먹을 땐 밥만 먹기로 한다.


우리는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이 매우 익숙하다.

휴대폰을 보면서 걸어 다니고, TV를 보면서도 휴대폰으로 여러 어플들을 확인한다.


아이들과 놀다가도 휴대폰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그냥 그 시간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법륜스님의 말씀이다.

"밥 먹을 때 똥 생각하고, 똥 눌 때 밥 생각하지 말고,
  밥 먹을 때 밥 먹고, 똥 눌 때 똥 눠라"


내가 정말 바쁜지, 아니면 내 마음이 나를 바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건지 생각해본다.

요가를 통해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혼자서 요가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진행할 프로젝트, 이번 달에 나올 카드값, 지난날의 안 좋은 기억들

모든 번뇌가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처음에는 이 잡념들을 물리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요가를 계속하면서 깨달았다.

"아 생각은 없앨 수가 없는 거구나, 저 하늘 위에 구름처럼 잠시 내 머릿속을 왔다 가는구나"


아~ 진작 등록할걸!


옛말에 손금보다 뛰어난 것이 관상이요, 관상보다 뛰어난 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운명을 만들거나 바꾸는 일은 모두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 한구석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요가를 추천한다.

외로움은 "나"를 부르는 마음의 신호이다.

나를 뒤로 한채 사람들에 휩쓸려 다니지 않아야 한다.


요가 클래스에서 나오는 길에서 한잔하고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를 본다.

지난날 외로움에 직장상사 술을 마시고, 동료들과 휩쓸려 다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제 외로움이 아닌 고요함 속에서 나를 마주한다.


온전한 나를 만드는 시간, 남자도 여자도 요가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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