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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김창성 Jan 04. 2023

멈춘 시간 속으로

나에게 남아 주는 것

    40여 년이 지난 야구글러브

 아직도 간직하고픈 것이 있는 건 내 안에 어린아이가 그대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오래된 글러브를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잊은 듯 살아간다. 그러다 몽글몽글 살아나는 기억을 돼 살리며 또 꺼내 보곤 한다. 이번에 꺼내 놓은 글러브는 아직 내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두었다. 가끔은 방문사이에 끼워 문 닫힘을 막는 용도로 쓰고 있었다. 너무나 무심히 말이다. 식어가는 커피같이 나의 생각도 차가워져서였을까! 40여 년 전에 사 둔 낡은 글러브를 바라보는 시간은 가끔 멈춘다. 바라보고 떠올리는 순간마저 행복한 나의 재산 1호.

 6학년 정도 였다. TV에서 고교야구 중계를 보았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던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거금을 들여 선수용 야구공을 하나 샀다. 아주 큰 담벼락이 있는 곳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연습했다.

뜻대로 되지는 않아 동네 서점에서 야구 교본을 사서 열심히 보았다. 공은 어떻게 잡는지, 팔 스윙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두었다. 물론 어린 난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무조건 던졌다. 얼마 가지 않아 야구공의 실밥이 다 터졌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낚싯줄을 구해서 몇 시간을 야구공과 시름하며 꿰매기 시작했다. 나름 낚싯줄이 질겨 오래갈 것 같았다.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낚시 줄은 오래 버텨 줬지만 이번에 내 중지 손가락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중지 손가락이 아물고 나니 굳은살이 생겼다. 터득했다 변화구를 던지는 법을... 오래도록 내게 남아 멈춰 있는 시간 속으로 언제든 갈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 너무 좋다. 화려한 주인공보다 조연을 택해야 하는 인생이라도 좋다. 야구든 또 다른 무엇이든 야인으로 좋은 기억만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더 멋지다고 믿고 싶다. 비록 선택받지 못하는 인생이라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떳떳한 프로선수다.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든 야구글러브 이제 오래 볼 수 있는 곳에 두기로 했다. 가끔 꺼내 보지 않아도 되도록 오래 간직하며 바라보아야겠다. 



낡은 글러브

시 청량 김창성


낡아 가는 시간


싫어지는 것과

눈이 마주쳤다

시간도 

떠올리지 않으면

늙어 간다


낡은 야구공


추억은

멈춰 있기에 

지나온 만큼 흐릿하다

자주 

그리워하지 않으면

그 시간도 낡아 간다


버리지 못하니

미련이더라

버리지 않으니

남아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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