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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Sep 20. 2021

지구가 터질까 봐 잠에 못 드는 아이



 내 걱정은 범우주적이었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했다. 아무런 걱정스러운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으면 카테고리를 상향하여 인류의 존폐 자체에 대해 걱정했다.

 

 걱정을 멈출수가 없었다.










 어린 나는 공상과학만화를 즐겨 읽고, 독서를 좋아했다. 공부도 잘 하는 꽤나 똘똘해보이는 아이였다. 독서 덕분에 어휘도 또래보다 풍부하게 잘 쓰고 백일장 같은 곳에서는 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2,3등 안에는 들었다. 호기심도 많아서 그걸 채우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했다. 초등 저학년의 어느 날 귀가 아파서 병원을 갔다. 아는 말은 뭔가 갖다 붙이고 싶고 어디가 아픈지 걱정도 되고 나름 복합적인 마음으로 ‘세반고리반’ 에 문제가 있는지 의사선생님께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단어도 아느냐고 칭찬해주셨다. 사실 내 목적은 그거였다.마음 속으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영악하다. 이 때부터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를 갈망해왔을까.













 가끔씩 밤에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날들이 있었다. 너무 어렸어서 그 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혹은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등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길가의 자동차 따위가 이동하며 생기는 후미등이 창문까지 비쳐 벽을 타고 움직이는 불빛을 발견할 때 공포가 나를 압도했다. 그 빛 그림자가 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와서 나를 덮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자동차 라이트의 반사빛이었는데 무섭다고 이야기하면 모두가 비웃을까봐 혼자만 공포를 집어 삼키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고 잠을 자려고 노력했지만 잠에 들기는커녕 심장이 점점 더 강하게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해서 한참을 울며 잠에 들지 못했다. 큰 소리를 내며 울면 공포의 주인공인 정체모를 그것이 나를 찾아 잡으러 올까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눈물만 줄줄 흘렸다. 빛 뿐만이 아니었다. 신체에서 더욱 심한 반응을 하던 것은 소리였다. 지금도 조금은 남아있지만 그때는 특히 오토바이 소리나 큰 트럭 따위가 지나가면서 큰 소리를 내 그 소리 때문에 말 그대로 지구가 빵 하고 터져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다. 그 소리가 지나간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혹은 일어나지 않는지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처럼 숨을 죽이고 지켜보느라 동이 틀 때까지 잠을 못 이루었던 적이 아주 여러 번이었다. 어디서 우주 관련 책을 읽었던 걸까,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 처럼 없어질때도 그런 폭발이 생길 거라고 혼자 근거없이 믿었던 걸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갑자기 꺼지거나 터질까봐 걱정하는 기우도 있었다. 그때는 그런 나를 부모님은 똑똑하다고 좋아하셔서 마냥 내가 섬세해서 그런 공포를 느끼는 줄 알았다.












이미지출처

1. https://psmag.com/environment/care-big-bang-77709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ekdrmsajrwk12&logNo=22073528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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