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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Oct 18. 2021

아니 잠깐만요 바늘 찌를 때 꼭 말하고 찔러주세요






 이렇게 도저히  불안해하면서는   없다고 생각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일히 불안해하기 심지어 귀찮아졌다. 머리  쪽은 아니라고   없다고 다독이는데 다른  머리와 몸은 꼬박꼬박 외부의 모든 자극에 주도면밀하게 반응했다. 24시간 귀를 쫑긋 세우고 지만 성과는 꼴지인 수사반장처럼  미간은 그렇게 점점 좁아졌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어떻게 불안해하지 않을  있을지 생각하고 조사하기 시작했고 불안의 시작과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을 안다면 대비할  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노력들을 했다.







-예측해서 상상하기

 요새는 주사 맞을 일이 좀 잦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무래도 코비드 백신 때문에라도 개인의 평균 접종 횟수가 모두에게 늘었을 것이다. 내가 언제부터인가 주사 맞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호들갑을 떠는 일이다. 꼭 주사 찌르시기 전에 말씀해주시라고. 이렇게 솔직하게 무섭다고 벌벌 떠는 환자에게 냉정하게 콕 찔러버리는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도 아직까지 만나 뵙지 못했다. 선생님들께 가끔씩 죄송할 때도 있지만 이해해주셔서 결론적으로는 접종을 잘 받을 수 있었다. 다들 그러면서 한 마디씩 안 볼 때 살짝 찔러야 덜 아프다고 말씀을 주시지만,


아니오

저는 직접 봐야 훨씬 덜 아픕니다.


라고 말씀드린다. 불안장애는 소리가 크거나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꽤 충실하게 작동하지만 이와 같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얼마나 아플지) 상황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주사를 맞으면서 공포 발작을 느낀 적은 없으나 절대적으로 주삿바늘이 팔에 꽂히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직접 볼 수 있어야 나는 훨씬 덜 아프다.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할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 이제 선생님께서 뚜껑을 땄구나
주사 놓으실 준비가 되었구나
차가운 알코올 솜으로 쓰윽쓰윽
이제 곧 날카로운 바늘이 살을 찌르겠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손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아 이제 들어가겠구나
아 그래 잠깐 따끔.
그래 그리고 지금 용액(?)이 들어오는구나.
묵직한 통증. 오케이 다 끝났어
 이제 바늘만 빼면 돼.
바늘 뺄 때 각도 좀 정확히 빼주세요
선생님 네네 오예 바늘 나가네요 안녕히 가세요
이제 화장솜 주세요.
(휴, 진짜 끝이다)








 실제로 주사 맞을 때는 이러한 복잡한 내 긴장도와 상관없이 아주 두꺼운 주사도 잘 맞는다고 칭찬을 받는 편이다. 사실 주사 찌르는 분의 경로를 내가 방해할까 봐 온몸에 힘을 주고 최대한 정지상태로 소위 말해 찍소리도 않고 주삿바늘을 뺄 때까지 기다린다. 내가 살면서 가장 두꺼운 주사를 맞은 건 간 조직검사할 때였다. 정말 두껍고 반짝거리기까지 하는 무지막지한 바늘을 갈비뼈 쪽에 찌른다. 그리고 생 조직을 떼간 후 지혈만도 몇 시간을 해야 해서 화장솜을 엄청 두꺼운 걸 대고 한참을 옆으로 누워있어야 한다. (지금은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좀 덜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도 바늘 찌를 때 꼭 말씀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드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이상한 습관이 정점을 찍었던  출산이었다. 19시간 동안 분만을 유도했지만 아기가 내려오지 않아서 응급 제왕을 했다. 제왕수술을 하려면 수면마취와 부분마취  선택할  있다. 내가 출산할 때는 거의 대부분의 산모들이  과정에서 수면마취를 선택하거나 아기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하반신 마취만 하고 아기 얼굴을 보고 그다음에 재워달라고들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자는 동안에 일어날 모든 상황을 낱낱이 지켜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안해서  견디겠어서 그냥 수술 내내 하반신 마취를 부탁드렸다. 19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데다가 수술은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거의 꼬박 24시간을 자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당연히 잠은 절대 오지 않았고 아기 얼굴을 보고 나서도 배를 계속 눌렀다. 마치 케첩처럼 오로와 분비물이 찌익 찍 나왔고 그것들을 계속 닦고. 썩션도 계속 이루어졌다. 나는  태반을 보여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잘라서 형체를 알아볼  없다고 셨는데 그래도 나는 여 달라고 했고 이윽고 음식물 쓰레기의 비주얼을 하고  눈앞에 보여주셨다. 파란색 계열의 GS supermarket이라고 쓰인 글씨에 불투명한 흰색 비닐봉지 속의 국물 많은 김치 같기도 하던  형체를 아마도 나는 평생 잊을  없을  같다. 태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못 했던게 아직 마음에 걸린다.






 이렇게 모든 상황을 일일이 보고 듣고 느끼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자신 때문에 수많은 자극을 소화하는 과정도 점점 버거워졌다.









-최고의 선택하기

 편의점이나 마트에 미리 정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주전부리를 사러 가는 일이 생기면 평균 체류시간이 15분은 족히 늘 넘는다. 영양성분표를 보고 단백질이 최대로, 당과 탄수화물은 최소로(사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만) 들어있으면서 맛있는 간식을 고르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 점점 알바 혹은 지점장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데 이럴 땐 아르바이트생이 자주 카운터를 지키는 편의점을 자주 찾게 된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계산대에 올리는 건 결국 감동란과 우유 혹은 가끔씩 막 튀긴 온기가 남은 치킨 같은 것들.

 편의점뿐인가, 카페에 가서 음료를 고를 때, 그리고 식사 메뉴를 고를 때. 음료에는 청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시럽은 넣는지(만약 넣는다면 꼭 빼 달라고 한다), 식사메뉴도 조리과정이 역시 너무 궁금하다. 어떠한 재료와 어떠한 소스 그리고 어떻게 익히는지가 너무너무 궁금하다. 궁금한 메뉴 두세 가지의 재료와 레시피를 물어보고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하고 늘 힘들게 결정한다. 딱히 알레르기 같은 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상황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에 물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하는 이유는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지만 지내다 보니 완벽한 선택이란  없더라. 무조건 어떤 선택을 하던크거나 작거나 후회는 하기 마련이고 그럴  결국 내가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자폐스펙트럼의 특징 중 하나가 늘 같은 길로, 늘 같은 메뉴만 고집한다는 이야기는 크게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아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다. 익숙하고 아는 길은 대뇌나 전두엽을 쓰지 않아도 편하게 갈 수 있으니 남은 뇌 영역으로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속방지턱이나 과속단속카메라를 일시적으로 제거하고 편하게 속도를 내어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환경을 내가 인위적으로라도 나 자신에게 조성해 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이미지 출처

1. http://kormedi.com/1335675/%EC%A3%BC%EC%82%AC-%EB%B0%94%EB%8A%98%EC%9D%B4-%EB%AC%B4%EC%84%9C%EC%9B%8C-%EB%B0%B1%EC%8B%A0-%EC%A0%91%EC%A2%85%EC%9D%80-%EC%96%B4%EB%96%BB%EA%B2%8C/

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384532#home

3.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1609197716A&category=AA009&s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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