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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Feb 17. 2021

니 새끼 니나 이쁘다.

-희망편-















네가 얼마나 예쁜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을

다른 사람들에게 만약에 혹시라도

마음껏 설명해도 되는 기회가 온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되려나.



첫 태동을 느꼈을 때 생각보다 너무 경쾌한 느낌이라 작고 하찮고 귀여운 네가 상상되었던 그 날이라고 말할까.


20주 가까이 돼서 찍었던 초음파 사진에서 선명한 손가락 다섯 개가 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걸 봤던 순간일까.








산모님, 다섯시 일분, 아가 태어났습니다.
아가 얼굴 보실래요?






쭈글하고 분홍색 소시지로 한껏 가린 한쪽 눈과

다른 쪽 눈은 강렬하게 엄마를 보며

찡긋 하던 순간이 최고로 예뻤다고 말을 하면 될까.

아무래도 그게 너와 나의 첫 만남이었으니까 말이야.







아니지,


신생아실에서 방으로 너를 데리고 나올 때 엘리베이터 불빛에 비쳤던 보석같이 까만 네 눈동자가

유난히 뱃속에서 너무도 보고싶었노라고 

이야기하면 될까.


9개월 쯤 되었을까, 새벽 내내 찡찡거리는 너를 괜히 잠투정이 심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잤는데 언뜻 보니 온몸에 발진이 너무 심했고, 급히 병원에 갔는데 현저히 높아진 백혈구 수치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로 몇날 며칠을 시달리고 온갖 항생제로 버무린 후 겨우 컨디션을 찾고 열이 마침내 떨어졌던 그 날

네가 들려준 꺄르르르 웃음소리가,

음악에 맞춰 시크하게 두드리던 발재간이 

아무래도 가장 소중할까?



혹은.

네 얼굴과 울음소리를 보고 나니

이제는 말하는 목소리가 궁금해질 즈음 처음으로 엄마라고 명확하게 나를 부르며 하회탈처럼 웃었던 네 반달눈이라고 콕 찝어 이야기할까.



며칠 전, 떨어진 물건을 주워줬더니

“곰마워”

하더니 쪼르르 방으로 들어가버리던 종종거리는

네 뒷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긴 한데.



방금 너를 재우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다른 방으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컴퓨터를 켰는데

“엄마, 안아줘요”


하고 종종거리는 네 발소리와 목소리를 들었을 때가

역시 가장 최근이라 다른 모든 순간들을 

이길 수 있을까.




네가 생긴 줄 알았을 때,

임신 테스터기의 두 줄을 보았을 때

나는 솔직히 절망했다.

두줄 실화?






아기 엄마나 출산, 임신과 같은 단어와 평생 거리두기를 하며 살 줄 알았던 지난날 나의 날들과 

너무 생경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 인생에서 아기를 만나는 날이 온다면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경험을 하게 될 ‘나’의 진짜배기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할 의향도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내 위주의 생각이었을 만큼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이에게는 몇 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환희의 두 줄이 나에게는 전혀 달갑지가 않았고,

나라는 사람이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네가 너무 빨리 와버린 것 같아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물속에 갇힌 것처럼 하루하루 너무 막막하고 힘이 들었다.






사실, 남들 다 하는 태교.

태교가 뭐야

나는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임신기간은 힘들었는데,

(입덧, 먹덧, 독감, 우울증, 체중증가,

각종 피부질환 등등)



아무래도 그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내 속에 내재되어있던 너에 대한 태생적인

그리움인지 몰라도



나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반해버린 것 같다.







요새 너는 내가 내 안위를 신경쓰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음식을 더 신경쓰고, 차도를 더 주의 깊게 건넌다.

밤길운전, 빗길운전은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고,

건강검진을 풀옵션으로 하고 싶어졌고,

혹시나 몸이 유독 피곤하면 관련 질환을 한두 번 더 검색한다.





너를 낳고 처음 같이 외출을 할 때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바라봤다.

혹시라도 너에 대해 물어볼까 싶어서,

묻지도 않은 TMI를 마음속 깊이 든든하게 장전하고 있었다.

이 아가가 내가 낳은 아가라고,

내가 열 달 동안 너무 힘들게 품었다 만나게 된 생명이라고. 내가 자의던, 타의던 모두 다 빚고

만들었다고.

(물론 네가 한 것도 인정,

세포분열 하느라 수고했어 아가야)

(이미지출처: https://kr.freepik.com/premium-vector/medical-poster-about-cell-division-stages-of-fetal-development_6346668.htm)




내가 겪은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너에게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줄까봐 과거의 나는 너를 만나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자는 네 얼굴을 보고 매번 다짐한다.

나보다 덜 상처받고, 나보다 덜 힘들고,

나보다 덜 떼타고, 나보다 덜 울고


나보다 더 웃고, 나보다 더 건강하고

나보다 더 행복하고,

나보다 더 충만한 삶을 살게 될 수 있길 

매일 기도한다.



내 새끼는 나나 이쁘지만,

엄마가 된 나는 아기를 낳기 전보다 남의 새끼(?)도 많이 예뻐졌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모든 아이들, 아가들부터 초등학교 가방을 매고 삼삼오오 간식을 먹으며 지나가는 남자아이들, 모두가 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해졌다.

이 아이들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힘들게 세상에 나왔고 또 그만큼 존중받고 보살핌 당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기를 가지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물론, 내 새끼만큼이야 예뻐해 줄 수도 없고, 내가 보살펴줄 수는 없겠지만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아 마땅함을 출산을 함과 동시에 이해하게 됐다.


어린이집에서 온 영상파일을 보다 보니 내새끼 옆에 있던 남의(?)새끼도 너무 예쁘고 귀엽고 또 그 옆에 옆에 있는 언니, 오빠도 사랑스럽고, 또 어느 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외하는 노란색 스타렉스에 탄 더 큰 아가야들이 내새끼한테만 고정되어있는 내 눈을 보고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부터 다른 아이들도 너무나 사랑해주고 싶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남의 새끼한테는 관심도 없고,

노키즈존이 제일 좋았고,

이미지 출처: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7091501777


ktx는 시끄러워서 최대한 배제하고,

해외여행 귀국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를 몇 번이나 흘겨보았던

지극히 개인적이고,

배려없던 나는

이제 무릎에서 가슴까지밖에 오지않는

손도 작고 발도 작은

조그마한 인간들이 너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너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많고 많은 엄마들 중에 나라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

내가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지게 하는

원동력인 네 심장을 응원한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내가 처음 들었던 그 소리마냥

힘차고 건강하게 뛰어주렴.








매일 매일

고마워.















현재의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너무 좋을텐데...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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