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여름의 끝 꼭지, 입추
해마다 더위가 절정을 치달을 때,
아버지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
8월 15일만 지나면 된다.
시원해진다
한풀 꺾인다.
그 8월 15일이란
아버지 어머니의 살아오신 세월 속에
삶의 생채기 흔적처럼
묵어진 지혜 같은
절기 입추였다.
그렇게 입추 날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선선해진다.
날이 갈수록 해마다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난리지만
절대 이 더위가 가실 것 같지 않지만.
그 기록적 폭염도
사계절 질서가 있는
우리나라의 순리에
기를 꺾고 사라진다.
간간이 손님처럼 찾아오는 태풍도,
덥고 지난한 여름의 자연과
인간의 어떤 것들을 정리하고 간다.
그렇게 매미와 개구리 소리 가득하던
한더위 여름날은
아침저녁 귀뚜라미 소리가 자리잡는
청명한 가을날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자연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점점 더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아열대기후로 변질되어 간다.
석 달여 간격으로 변해가는
사계절의 순차적인 변화에
기다림과 기대가
그 흐름에 변동이 생겼지만
오늘 문득,
태풍이 지나가고
8월 15일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이 선선해진다.
역시나 그렇네라고
친구와 나눴던 담소가 무색하게
요 며칠은 폭염에 열대야가 이상하다.
마지막 발악 그것이리라,
이제 좀 순리를 따라
여름 이 더위는
가을날에게 순서를 넘겨주자.
인간이 발전시킨
그러나 폐해가 되어버린
자연의 반발이
조금씩 현대와 인간의 삶에
경종을 울린다.
이제 발전은 좀 그만 더디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자.
그 일기예보를 해마다 주시던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어머니는 병중에 계신다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인생사지만
부모님 같이 해주시던 그 날씨는
가슴에 담겨 멍우리 하나 되어있다.
섭리의 몫을 다하며
여름과 더위와
가을을 데려오는 입추는
해마다 돌아온다.
한더위에 지쳐도 가을의 기다림
부모님의 일기예보는
기억의 코끝 내음으로
늘 거기에 있다.
Aug. 2024
8월 폭염의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