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빛의 문을 열다
이제 가을 스산함이 간혹인걸
아직 늦여름이 기세인걸
이제 꽃을 피워내도 되는걸.
화개를 열다.
생기 연잎의 화사한 봄꽃은 아니라도
열정을 붉어낸 여름꽃은 아니라도
만추의 농익은 단풍은 아직 아니게라도
설익은 가을을 담아내다.
바람에 설렘 실어내는 코스모스처럼
태양에로 곧추 세운 해바라기처럼
묵묵히 자리를 감내하다
그제야 색 뽐내는 백일홍처럼
초추에 피어나다.
모든 것 스러진 들판에 홀로 피어
소임을 다해 고고한 정원
구절초처럼
차가운 서리에도 꿋꿋이 향기 피워
깊은 연륜에 곧은 아름다움
국화처럼
생의 빛과 색을 켜켜이 넣고 놓아
화려하게 타오르는 농염
천지를 수놓은 단풍으로
비로소 만개할 만추를 기다리다.
미처 발하지 않아
깊이 묻어둔 소박한 진주
방황과 인고의 시간 걸어낸
만추의 그 끝에서,
장막을 열어 꽃을 피우리라.
빛나는 화개를 열다.
인생의 가을에 어김없이 다가온
또 한 계절 스산한 가을날 문턱
설익은 가을을 빚어내어
만추를 나아감에
느즈막이 빛을 피어낼 진주
성숙의 채움 그 화개를 열다.
인생 가을 초입, 스산한 가을날의 문턱에서
*화개華蓋: 빛날 화. 덮을 개. 화려함을 덮다.
*초추初秋: 초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