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죽음 단상

죽으러 가는 사람들

by 청연

골목을 들어서다 순간 섬뜩했다. 불빛,

금세 알았다.

누가 죽었구나.


꺾어 돌아선 길 우에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초췌한 상복의 여자들은 이리저리 분주하고

타다 남은 연탄재들, 너절한 그릇과 술병들.

소름 돋게 하는 향냄새


컸다는 것일까.

제법 의젓하게 그 집 천막 아래를 지나왔다.

늦가을 밤의 추위 탓인지,

초상집의 음산한 분위기 탓인지.

잔뜩 움츠린 채로.



몸부림을 쳤겠지.

가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텐데.

왜,라는 말을 무색하게만

사람들은 죽으러 간다.


그 끝을 알면서도 아등바등 살아간다.

공수래공수거가 괜한 말이 아닌 것을.

연고 없는 죽음에 특별히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듯이

우리가 슬퍼할 수 있는 죽음에 대해

쉽게 생각한다면

과연 그것이 무서운 일은 아니다.






풋풋하던 그러나 거침없던 스무 살 새내기 시절, 늦가을 어느 날에,

동아리 선배들의 재촉에 써냈던, 날 것의 시.

미숙하나, 순수했다.

생각은 그때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엄마 계신 집을 다녀갔다가 오랜만에 시집을 들춰봤다.


아직 삼십 도를 넘는 무더위인데.

가을이 된 것처럼 스산하고 센티해져

감정의 기복에 낯설었다.

흐른 시간이 무색하게 그때의 감정 그대로 살아온다.

시간을 돌려낸 듯, 가슴이 저린다.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은 선물같은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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