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폭염 도심 속 천변풍경

자연의 아침 걸음

by 청연

늘 걷는 길이 있다. 시간이 정해진 것은 없다.

그날의 일정과 여건에 따라 새벽에도 밤에도 걷는다.


보편 진리 같은 대구의 더위는 올해도 변함없고, 달라졌다면 더 빨리 와서 더 오래간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구는 물론 주위의 경산, 영천, 포항, 경주 등 경북 남부 다른 지방도 그 더위의 기세가 만만찮다. 어떤 때는 대구보다 기온이 더 높을 때도 있다. 4~5년 전부터 인 것 같다.


특히 포항과 경주의 지진 전후로 대기나 지반 자체의 부정적인 변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

올해 들어 더 이른 장마가 당혹스럽게 잠시 그 찝찝한 습도를 발산하더니, 갑자기 폭염이 시작되었다.

이제 이 장마를 한동안 견뎌야겠구나라고, 몸도 환경도 습한 날을 준비하던 찰나에 폭염이 덮쳤다.

6월인데 낮은 물론 30도를 넘는 열대야에 새벽녘에야 26도라니, 괴랄한 폭염에 어지간히도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몇 달을 더 갈 것 같은 예감에 한숨도 든다.

2025년 6월의 대구이다.


오전과 저녁은 물론 아침에도 이미 태양은 작열하고, 늘 걷던 매일의 일상에 새벽 5시도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도 땀은 흠뻑이고 태양빛은 강렬하다.

매일 걷는 그 길과 시간에 쉼도, 생각도, 해소도 있고, 과하지 않을 자연스러운 운동이다. 그래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추워도 더워도 걷는다.

자연의 태양과 땅의 에너지를 몸에 담으며 그렇게 매일 걷는다. 자연 안에 그 속에서.




걷는 길에는 친구들이 있다. 집 주변을 길게 흐르는 천川과 산책길,

무성한 풀과 계절 따라 변화하는 쑥, 냉이, 민들레 같은 식물과 야생화와 잡초들. 산책로 조성을 위해 뿌리고 심어진 다양한 꽃과 나무들.

그리고 천 주변의 생태계를 이루는 청둥오리, 고니, 비둘기, 참새와 지렁이, 까치, 까마귀.

두꺼비, 개구리, 뱀, 나비, 잠자리와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들과 소금쟁이,

가끔 보이는 또 이름 모를 철새들.


그중에 부리부터 온몸이 하얗고, 가느다란 검은색 다리의 기럭지 늘씬한 흰 새 고니. 말 그대로 백조가 있다.

우아한 자태로 천을 걷고 날아다니는 고니는

도심 속 천변의 선물이다. 간간이 계절 따라 천을 찾아들더니 어느새 이곳에 터를 잡은 듯하다.

그 유유자적한 걸음과 노님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넋 놓고 바라본다.


형형색색 화려한 꽃보다 길가에 들녘에 담틈에 피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들꽃들이 좋다. 자연의 생태계에서 의미가 있을 잡초도 그렇다.

매일 걷는 길의 천변풍경은 순리 속 자연이고 정겹다.






그 길에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근래 들어 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이 불문이다.

한겨울에도, 폭염에도 걷고 뛰는 사람들은 계속 걷고 뛴다.

천변의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처럼 길을 걷는 사람들 또한 여러 모습이다.

유모차에 실린 아기부터 지팡이 짚은 어르신, 마비나 장애 등으로 조력자와 함께 힘겹게 그러나 천천히 꾸역꾸역 애쓰며 걸음을 옮기는 몸이 불편한 환자들까지.

사람들 또한 각양각색의 삶이 있다.


예쁜 옷 입고 신나서 주인보다 앞서 내달리던 강아지들도 돌돌돌 몇 바퀴 회전하며 돌다가 땅을 파서 그곳에나, 나무 둥지 곁에 다리 들고 실례도 하면서 그 길 따라 걷는다. 그 모습도 한결같고 친숙하다.


걷는 사람이 걷고 뛰는 사람이 뛴다. 나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걷기가 맞다. 뛰는 사람은 그것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근육을 단련시키고, 흠뻑 흘린 땀만큼이나 성취를 수행한다.

걷다가 뛰기 시작한 동네친구가 뛰기를 적극 권유한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성취 정도와 몸의 상태가 확연히 다르단다. 그래서 가끔 뛰기도 하지만 걷는 길은 여전하다.




그렇게 매일 걷는 길에 이른 폭염이 기승이던 월의 이른 아침.

꼬물꼬물 기어가는 작은 생명체 하나를 만난다. 주변에 뱀출몰 한 곳이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어 순간 뱀인가 섬찟했다. 도롱뇽이었다.

이름만 알고 처음 보는 도롱뇽.

풀숲 양옆길을 꼬물꼬물 횡단하는 그 모습에 미소가 들었다.


한낮 폭염을 피해 이른 아침에 그 생명체도 바지런을 떤 것일까.

오늘도 폭염이라는 예보라도 본 걸까.

영리하게 이 아침을 바삐 걸음 한다.

어미는 새끼를 두고 늦잠을 자는지, 먹거리 준비 중인지 아기 혼자 아침의 생존 걸음을 한다.

같은 길을 가는 동행자를 만난 듯 반갑다.

그렇게 아침 걸음 하고 한낮 땡볕에는, 아름드리나무 아래 풀더미를 그늘 삼아 어미 곁에서 쉬거라.


매일 걷는 길이지만 익숙하고 지루하지 않다.

같은 공간이지만 어제의 시간이 아닌 오늘의 시간에 있으니까.

그 시간 찰나 이른 유월 폭염 속 아침에 자연의 생명체를 만나 자연 순응의 삶 한 꼭지를 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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