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야 할 길
새벽 맑은 길
문득 앞선
백발 지팡이 노인
새벽 여명黎明에
뚜벅뚜벅 내딛는
여명餘命의 지팡이
그 삶의 역사는 알길 없고
완고한 고집마저 고단했을
아버지의 뒷모습
밤새 뒤척임에 꾸덕한 몸
이른 새벽 걸음
백발의 여명
무겁게도 느리게나
걸어내는 삶의 걸음
아직 살아내야 할,
삶 조금 더.
새벽 여명에,
삶 여명을 마주하니
질긴 인동초가 견디운다.
묵고 단단한 지팡이를 닮은
노쇠한 몸을 기대어
살아낸 시간과 살아내야 할 시간
흐릿한 시력과 청력을 붙잡고
지팡이에 걸음 한다.
부모생각 자식생각
뛰놀던 어린 동심
혈기왕성 청춘
생계와 삶의 터전
쓰린 기억마저 걸어낸다.
몸도 기억도 노쇠한
이 몸을 이끌고
푸릇한 시절 그립듯
어린 새벽을 반기며
한걸음 두 걸음
기억 속 회고를
지팡이에 내딛는다.
하룻밤이 지나고
내일도 이 길에
걸음 걸을까.
백발 지팡이의 길
지팡이 길 한참 뒤에
낯선 걸음 하나
아버지와 어머니
돌아온 시간 뒤를 너머
그리움 품은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