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이 스멀 스멀

인생에서 보람 있는 경험 중 하나

by 쌈마이작가
KakaoTalk_20250325_193719789.jpg 액션캠 하나 들고 해볼라꼬 하는 미친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진


지리산 둘례길을 다녀오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계속 생각이 났다.

2차로 간 치킨집에서 술만 먹고 손도 안된 치킨이 갑자기 생각나는 것처럼 잠들기 전에 생각이 났다.

포장해서 올걸이라는 후회 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고 나서 또 후회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걸으면서 후회하는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동유럽 런던 암스테르담 북유럽 45일을 여행하며, 유튜버를 해보자라는 아주 즉흥적이며 단순한 생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에서 오는 후회처럼 말이다.


얼마나 즉흥적이고 단순했냐면 출발 일주일 전에 액션캠을 구입했다. 휴대폰처럼 녹화 시작, 끝 이 정도 아닐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세팅을 해야 했다. 손떨림 방지도 여러 개였고, 화질도 여러 개 설정할 수 있었다. 거기에 따른 용량 문제 때문에 외장하드를 구입해야 했고, 하루에 한편씩 편집해서 올려야지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노트북도 구입했다. 마이크도 구입했다. 들고 갈 가방도 구입했다.

뭔가에 홀린 듯 장비를 구입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 휴대폰으로 찍으면 될걸.....


한 번 해보지 라는 단순한 생각을 한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찍은 건 편집을 해서 업로드를 해보자라고 마음을 잡고 내가 찍은 영상을 보면서 내 한심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흔히 말하는 카메라 워킹도 엉망이고, 음성도 안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화면이 흔들려서 내가 봐도 멀미가 나는 영상도 있었다. 계획에 없는 영상이니 보여줄 것도, 봐줄 것도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업로드를 마쳤다.


그런데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이 스멀스멀거렸다. 하루는 그래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끓었다.

다음 날이면 뭐 하려고 라는 생각에 며칠 동안은 잊고 있었다가. 다시 담배연기처럼 스멀스멀거렸다.

그래서 담배를 다시 폈던 걸까.


내 고민과 후회는 양질에 술과 안주를 사주는 손봉기선배님께 향했다.

나는 유럽을 갈 때 왜 안 말렸냐고 했다.

또 연예인들이 해도 안 되는 유튜버를 내가 어떻게 하냐고 했다.

그런데 산티아고 가서 뭘 한단 말인가라고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고민과 후회는 한데 뭉쳐 짜증이 되었던 거 같다.

그런데도 선배님은 묵묵히 내 말을 듣고 술잔을 부딪혔다. 용기를 복 돋아 주셨다.

12월과 올해 1월, 2월 동안 술자리는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선배님은 술잔에 술을 부어 주셨다. 가득.


이런 고민에 시간이 나쁜 것 만은 아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망설이고 있는 고민에 핵심으로 점점 생각이 스멀스멀 다가 가고 있었다.

나는 왜가 없었다.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다. 스스로 납득 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검색했다.

웃기다.

나의 왜라는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한다니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없는 이유로 산티아고순례길을 걷는 다고 한다.

버킷리스트중 하나 라서, 나는 버킷리스트가 없다.

여자친구와 함께, 나는 여자친구가 없다.

아내와 함께, 당연히 아내가 없다. 물론 있을 수는 있겠지만..

허니문으로, 당연히 없다.

자식들을 다키우고, 당연히...

부모님과 함께, 아.. 이젠....


보람있는.JPG 산티아고순례길 정보 사이트 그론즈(https://www.gronze.com/)


나의 왜 라는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 보려고 하는 웃긴 상황속에서. 그론즈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한 문장을 발견했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경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문장.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고민이 사라졌다. 유쾌. 상쾌. 통쾌. 나는 가야겠다.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가자라고 결정했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경험 중 하나 라는 문장에 매료되었다.

물론 번역이 잘 못될 수도 있고, 누구 하나 낚으려고 그럴싸하게 적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자 라면 구글 번역기에 감사할 것이고, 후자 라면 낚여서 기분 좋다.

나의 왜라는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찾는 것이 웃긴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인생에서 보람 있는 경험은 봉사, 배려, 희생의 이타적 마음이나 행동에서 오는 걸라 확신하고 있었다.

도대체 산티아고 순례길이 뭐길래 그럴까 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홀린 듯 항공권을 발권했다. 발권을 하고 드는 생각이 아. 일정 계산을 좀 정확하게 할걸.........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과 안 들고 가는 것에 대한 고민에 선배님은 당연히 들고 가야지라고 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계획하지 않았던 유럽 45일과 계획해서 가는 40일 산티아고순례길이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지만 들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유튜버로 성장할 수 있을지 판단의 지표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가야 한다. 노트북도 마이크도 드론도 들고 가야 한다.


손봉기선배님은 술잔에 술을 부어 주며 지금 까지 내게 들었던 이야기중 가장 명쾌한 이야기라고 했다.

용기가 솟아 오른다.


선배님은 흔쾌히 파리에서 1박 호텔과 파리에서 바욘 가는 기차를 선 듯 예약과 결재를 해 주셨다.


ㅋ ㅑ.... 이 맛에 유튜버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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