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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Mar 29. 2023

지금까지, CJ 루나였습니다 - 2탄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고, 이젠 글로 하나가 되다

지금까지, CJ루나였습니다 (brunch.co.kr) 1탄은 여기에.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아, 아



점찍어놨던 OO 방송국의 면접을 보는 날이다.

이게 뭐라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국장님이 음향을 담당하셨고, 평소처럼 멘트를 쳐보라고 지시하셨다.

마이크를 켜고 마이크 테스트를 한 후 시그널 음악을 깔았다.

내 등장과 함께 늘 울리는 시그널 음악은 '리사 오노의 You are my sunshine of my life'이었다.

'You are my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이걸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네.

시그널 음악이 10초 정도 울리고 나면 음악소리가 서서히 줄어들고 내가 입을 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CJ루나예요.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촉촉한 밤이에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답니다.
방 안에만 있으면 아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정말 아무 일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매일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키우는 햄스터 쵸비가 탈출을 시도했었거든요.
쵸비에게는 햄스터생애에 길이 남을 하루였고, 저에겐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해프닝이었어요.

이처럼 우리는 내 앞에 어떤 일이 닥치면 당장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안절부절못할지 모르지만,
며칠만 지나고 나면 그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답니다.
만약 지금 무언가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와 함께 차분한 음악 들으면서 잠시 머리에 쉼을 줘보세요.
하루가 지나고 나면 좀 더 또렷한 해결책이 떠오를 거예요.
첫 곡입니다.

'패닉'이 부릅니다.  '달팽이'


음악 큐!


국장님의 큐 싸인이 떨어졌고, 패닉의 노래를 랜선으로 흘려보냈다.

긴장했지만 나름 담담하게 준비한 멘트를 마치고 미리 골라온 곡을 틀었다.

오디션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루 이틀 뒤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길래 기다렸는데, 합격했다.

너무 기뻤다!

누가 보면 3년 간 준비해 온 임용고시에라도 붙었나 싶을 정도로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그렇게 개인 방송국을 운영하던 나, CJ루나는 뮤O방송국의 밤 11시 CJ로 데뷔하였다.

한 인터넷 방송국의 메인시간대인 밤 11시 방송을 맡게 되니 커다란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양 어깨가 무거웠다.

라디오 방송을 몇 년씩 진행하면서 방송 펑크 한 번 안 내는 분들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내 CJ활동은 방송국에 입성하게 되면서 좀 더 프로 자세로 바뀌었다.

매일 밤 10시 30분이 되면 방송 준비를 하고,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사연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어떤 사연을 소개할 것인지 그리고 신청곡 외에 준비할 추천곡까지.

이 모든 일은 낮에 이미 끝내야 한다.

허겁지겁 방송에 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0시 50분이 되면 '아,에, 이, 오, 우' 발성 연습을 하고 따뜻한 물을 가지고 와 자리를 잡는다.

10시 59분이 되면 청취자분들을 만날 마음의 채비를 한다.


삐삐삐 삐-

11:00


그리고 11시.

11시가 되면 어디에서 듣는건지 알 수 없는, 여러 청취자분을 만나러 떠난다.


CJ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 다양한 장르로 접할 수 있었고, 곡을 깊숙이 알아보는 태도가 생겼다.

좋은 곡을 찾으면 '아! 오늘 청취자분들에게 소개해야지' 라며 곡명을 메모하고 mp3음원을 찾아다녔다.

청취자분과 소통하면서 단골 청취자가 생겼고, 부캐인 CJ루나에게 늘 사연을 남겨주시는 애청자도 한 분, 두 분 늘어났다.


나에게 자신의 하루를 속닥속닥 말해주는 분

가슴속 아픔을 어렵게 꺼내시는 분

직장에서 생긴 열받는 일에 대한 하소연을 털어놓는 분

남자 친구와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자랑하시는 분


다양한 청취자를 통해 갖가지 인간사를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린 모두 밤 11시에 각기 다른 곳에서 서로에게 닿았다.

그런 생활을 1년 정도 이어갔다.

내 20대 후반에 여러 사람과 음악을 곁들인 이야기로 동고동락한 그 일 년은 값진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40대가 된 나는, 이제 음악이 아닌 글로써 매일 누군가를 알아간다. 

그들은 전국 팔도에, 혹은 해외 이곳저곳에 살고 계신다.

비록 상대의 얼굴은 모르지만 매일 자정까지 올라오는 글로써 한 두번 사연을 남기는 것보다 더 진한 추억을, 우린 함께 차곡차곡 쌓아간다.

오늘과 같은 66일 동안.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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