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브런치를 시작하며 처음 쓴 글은 바로 운동에 관한 시리즈물이었다. ('운동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outoflucy) 시리즈의 마지막 글을 올린 것도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놀랍게도 나는 꾸준히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운동을 실제 시작한 건 작년 6월 중순이니 10개월 정도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 끼어든 새로운 변화를 10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누군가의 권유 혹은 강요 없이 이어온 것은 스스로도 괄목할만한 변화다. 일주일에 최소 3번, 한번 갈 때마다 근력 운동 1시간 30분 내외, 유산소 1시간 내외 정도를 꾸준히 유지한 건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이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도 한몫했지만 날마다 그 결과를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를 그만둔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이것저것 시도하며 남들에게 선뜻 내보일 성과는 얻지 못했다. 여러개의 플랫폼을 운영하며 새로 생긴 구독자나 처음 시작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방문자 수 등 지표는 변화했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옮아오진 않았다는 말이다. 모아두었던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헐어쓰는 게 가능했지, 그마저 없었으면 회사를 관둔 나 자신을 금방 책망하고 후회했을 터였다. 정성적 지표는 마음을 포근하게는 했으나 체감을 하기엔 어쩐지 아득했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눈에 띄게 변화한 게 바로 신체였다. 모델 한혜진이 그랬던가. 몸이야말로 우리가 자의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뻑뻑한 눈을 아무리 부릅떠가며 글을 써도 내가 의도한 것보다 퀄리티가 낮을 수도 있고, 그날 독자들의 관심사가 아닐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 재밌는 게 떠서 관심이 모조리 그 쪽으로 쏠릴 수도 있고 등등 초단위로 바뀌어 짐작할 수 없는 세상에 비해 몸은 너무나도 정직하게 인풋을 반영했다. 인터벌을 헛구역질이 날만큼 힘들게 하면 과자로 볼록 튀어나왔던 뱃살이 말끔히 정리가 되었고, 욕심내서 무게를 올리면 근육에서 바로 기분 좋은 뻐근함이 몰려왔다. 통제광인 내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계획한대로 10만큼의 노력을 쏟아부으면 10만큼을 돌려주는, 철저히 계산적이라 오히려 기분 좋은 수식은 바로 몸에서 나왔다.
운동을 하며 발견하게 된 새로운 포인트들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세트 중간에 남는 횟수 혹은 시간을 확인하는 게 나에겐 독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것만 더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힘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겐 '아직도 이만큼 더?'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별 도움이 안됐다. 운동을 하며 발견하는 이런 점들이 신기한 건 동일한 사고의 프로세스나 습관들이 일상의 다른 영역에도 반영이 된다는 점이다. 남는 세트에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것처럼 업무 등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무언가 예정된 태스크에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이걸 어떻게 역으로 이용하면 좋을까 역시 새로운 과제가 된다.
문득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찾아올 때가 있다.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덜 혼란스러웠을텐데, 그랬더라면 내 통장 잔고도 한기가 느껴지진 않을텐데, 그랬더라면.. 하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이제까지 살아온 빅데이터에 근거할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운동을 결코 시작하지 않았을 거란, 할 수 없었을 거란 것. 아마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운동을 시작하고 난 후 스스로 바뀐 점들이나 얻게 된 깨달음을 비교해본다면 아무래도 회사를 관두고 운동을 택한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저 먼 미래를 봤을 때도 결론은 같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과거에 좋은 선택을 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운동으로 벼려진 것일수도 있겠지. 좋다. 잘하고 있다. 마음을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