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쪽팔려도
운동을 시작하고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게 무엇일까. 운동복 입는 것조차 어렵게 만드는 피로와 게으름? 넘치는 식욕을 제어해야 하는 식이조절? 나에게는 ‘거울로 운동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 무슨 생뚱맞은 얘기냐 하시겠지만, 지금부터 제 얘기를 들어보시라.
내 방엔 거울이 딱 하나 있다. 외출 전 옷매무새를 점검하거나 체중 조절 때 ‘눈바디’를 측정하기 위한 전신 거울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화장을 하는 일도 드물고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예전부터 가방에 그 흔한 손거울 하나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시력이 좋지 않지만 안경을 쓰고 다니지 않는 습관도 내 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앗아갔다. 이상하다고 느낀 건 콘택트렌즈를 착용했을 때였다. 얇은 플라스틱이 눈에 닿는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똑바로 보기가 힘들었다. 원시와 난시의 콜라보로 씌워놨던 필터는 없어지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보이자 허둥지둥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 모습으로 살아왔는데 자기 모습에 당황하는 게 말이 되냐 하겠지만 난 그랬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그저 습관이라 생각했던 이 행위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힘들어하는 무의식에서 나온 것이란 것을.
하지만 운동이라는 것은 본인의 자세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울을 봐야 하는 행위다. 팔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할 때도 어디까지 굽혀야 하는지, 어디까지 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숙지하지 않는다면 그 동작의 감을 잡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내가 나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그 모습을 똑바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허리가 충분히 돌아가고 있는지, 웨이트 중엔 엉덩이가 충분히 뒤로 빠졌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계속 거울 속 자신을 관찰해야 했고 유산소 끝엔 얼굴을 뒤덮은 땀을 닦으려 거울을 봐야 했다.
솔직히 어려웠다. 이제껏 외면했던 자신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 외에도 운동을 ‘못하는’ 나를 지켜보는 것도 고역스러웠다. 60kg가 넘는 몸무게를 잘도 지탱했던 허벅지는 왜 10kg 덤벨에도 휘청거리는지, 다리 운동 몇 개만 하면 후들거리는 종아리는 왜 이렇게 나약한지, 3kg 덤벨에 종잇장처럼 나부끼는 팔은 얼마나 하찮아 보이던지. 운동을 시작하고 딱 2주가 되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나만 보려 했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았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고 나약하기 마련인데 시행착오 없이 모든 것에 완성형인 사람이길 너무나 바란 나머지 삶의 처음과 중간과정의 나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와 인간관계 등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 가능성을 차단한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조금은 슬펐지만, 항상 고민했던 삶의 실마리가 풀리며 새로운 눈이 뜨인 기분이었다. 그 길로 집에 와서 어설픈 내가 싫어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했다. 블로그 개설하기, 커리어 플랫폼에 기고인 신청하기, 어중간한 사이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기 등등.
운동이 삶을 바꾼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하면 당연히 삶이 바뀌겠지, 더 건강하게’라고만 생각했다. 이때의 건강은 신체적 건강뿐이었지, 정신적 건강은 기껏해야 ‘성실함’ 정도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훨씬 커진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나는 스스로가 ‘기회가 생기면 꼼수 부리는 사람’, ‘처음 시도할 땐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만 한번 괜찮다는 걸 인지하면 그다음부터 매우 대담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어쩌면 운동이 삶을 바꾼다는 말은 몰랐던 나를 깨달으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Back in the days 2.
원데이 클래스로 우울감 해소하기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조금씩 다재다능해짐”
장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다. 발 조금 담근 걸로 어디 가서 아는 척도 할 수 있음.(꽃꽂이 할 때 "스파이럴이 말이야~", 와인의 경우 "디켄더는 말이야~")
단점: 회사도 다녀야 하고 개인적인 할 일도 있는데 원데이 클래스도 가야 하니 일상이 아주 빡빡해진다. 본질적인 문제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이 든다. 비용도 무시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