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믿음과 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
50kg. 내 몸무게와 근사해 ‘체중’의 개념으로만 생각했지 이 무게를 들고, 버티고, 움직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들고 있잖아! 바로 내 두 손으로 말이다! 회사 다닐 땐 고작 370ml의 물이 담긴 텀블러 1개, 손바닥 크기의 카드지갑과 핸드폰만 들고도 ‘이게 인생의 무게냐’며 패악을 부리던 내가 말이다.
첫 시작은 작고 앙증맞았다. 덤벨도 3kg, 4kg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야 대학시절 지고 다니던 전공 서적 수준이니 가뿐하게 성공했다. 하지만 한번 ‘이게 된다’는 걸 알자 무게가 늘어나는 속도가 내 인지 과정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특히 데드 리프트의 경우, 처음엔 20kg로 시작했지만 45kg까지 늘어나는 건 순간이었다. ‘무게가 늘어야 자세 잡기가 쉬워진다’는 관장님의 철칙에 따른 결과였다. 물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져(그러니까 관장님이 전문가이겠지, 그러니까 내가 관장님 수업을 듣는 거겠지) 자세는 초보자인걸 감안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완벽해졌으나 문제는 내 멘털이었다. 매번 수업 전 관장님은 PT 장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화이트보드에 그날 할 운동 종류와 새롭게 시도할 자세들, 중량을 적어놓곤 하셨는데 그 내용을 확인했을 때 45kg 이상이 쓰여있는 날엔 준비운동을 하면서부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저 중량을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저 중량을 들 수 있을만한 근력이나 에너지가 있는 사람인가.
그건 중량에 비해 하잘 것 없이 가벼운 자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사회에서 인정할만한 그럴듯한 성공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기준이 엄격한 탓에 나는 무엇을 성공해도 딱히 감흥이 없었고 내 능력에 대한 자신이나 기대도 없었다. 대학도 쉽게 간 것 같고,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단 한 자리를 차지한 인턴 합격 소식도 그렇고 몇 번의 면접을 거듭해 얻게 된 직장 자리도 그냥 그랬다. 뭔가 진정한 성공이라는 건 BTS처럼 몇 년간을 노력하다 갑자기 빌보드 차트를 휩쓴다거나 스티브 잡스처럼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든다거나 예술가 혹은 철학자들처럼 머리를 뜯으며 역사에 두고두고 회고될 작품을 만든다든가 하는 모습일 것 같은데, 그에 비해 내 노력과 성공은 소소하고 시시하기만 했다. 마치 판촉용 달력 같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너무 뻔해서 들여다볼 마음도 안 생기고 딱히 눈도 안 가는 그런 존재. 그게 내 노력과 성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 교과서가 헐도록 들여다보고 모의고사에 희로애락을 느끼던 과거와 한해 전국에서 오직 천몇 백명만 입학 가능한 대학교에 합격한 것이 정말 그 정도 노력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턴이 되기 위해 했던 수많은 대외활동, 면접을 준비하며 머리를 싸맸던 고뇌의 밤들과 합격 소식을 듣고 음악방송을 보던 중 엄마와 얼싸안았던 그 순간은? 매 회차마다 면접에서 돌아오며 ‘이렇게 말할걸’, ‘다음번엔 이렇게 해야지’라고 결심했던 다짐들은? ‘남들도 다 그 정도 하니까’라고 쉽게 폄하했던 그 노력과 성취들은 다 내 안에 쌓여있는데, 나는 뭣도 노력한 적도, 성공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니까 이 45kg 바벨도 들 수 없을지 몰라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심지어 들어 본 적도 없는데, 그 ‘들어본 적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성공과 45kg 바벨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글쎄, 직접적으로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 믿음이나 자기 확신은 의지와 관련이 되고 의지는 곧 운동 능력 및 출력과 관계가 있다. 운동 심리학의 연구 주제 중에는 ‘운동선수가 ‘할 수 있다’고 되뇌는 것이 운동 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반복하고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박상영 선수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기도 했겠지만, 본인이 노력하고 땀 흘려온 것에 대한 자기 믿음이 있었기에 실제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 믿음이 없었다면 허황된 바람이나 잠깐의 최면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생각을 갈무리한 후 45kg 바벨 앞에 다시 서 보았다. 거울을 보니 눈 속 두려움이 엿보이지만 빠르게 ‘할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를 읊조린다. 다시 든 45kg는 무겁긴 했지만 나를 쓰러뜨릴 만큼은 아니었다. 5kg를 더해보았다. “억”소리가 절로 나오는 무게다. 하지만 이 역시 나를 무너뜨릴 만큼은 아니다. 결국 이 무게는 본인에 대한 믿음의 중량이라 생각하니 드는 팔에 힘이 절로 실린다. 오늘도 운동을 통해 또 하나 배웠다.
Back in the days 3.
절약으로 우울감 해소하기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그래도 뭐라도 남긴 하잖아요”
장점: 회사 생활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 때문에 간혹 ‘나 이때 도대체 뭐 했냐’라는 현타가 오는데, 그때 통장을 보면 ‘뭐라도 남긴 했네’하는 위안이 된다. 그게 돈인건 더 큰 장점이고요.
단점: 사람이 괴팍해진다. 가뜩이나 스트레스받는데 돈까지 못 쓰니까 ‘이러려고 돈 버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고 욕구불만이 그득 차게 된다. 세상 사람들 다 재밌게 사는데 나만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슬퍼진다. (사회인은 뭐든 돈을 써야 재밌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