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Lucy Sep 19. 2024

비건 식도락 여행을 떠나자

모두 다하는 그런 여행 말고, 내가 만들어가는 비건 대동여지도

여행. 강아지들이 '산책'이라는 단어에 꼬리를 흔들고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혹은 '뽀로로'를 언급하면 엉덩이를 들썩이듯 나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선덕거린다. 처음 마주하는 광경에 불쑥 뛰어들며 느끼는 낯선 두려움도, 자연과 문명 사이에 펼쳐진 드라마틱한 풍광도 하나같이 설렘 포인트라지요. 그중 가장 설레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음식. 일상 속 챙겨 먹는 식사도 즐겁지만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얼마나 즐거운지. 대단히 맛있는 음식은 아니더라도 해외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이한 메뉴라든가 지방에서 접하는 독특한 식재료들은 먹짱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다"는 말은 여기서 안 통한다고요!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답게 한국에는 지역마다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음식들이 많았다. 부산은 밀면이나 돼지국밥, 전주는 놋그릇에 나오는 비빔밥, 제주도는 흑돼지구이와 해산물 등등.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 된 게, 요즘엔 지역에서 잘 나가는 음식점들은 웬만하면 서울에 지점을 내고, 백화점이나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니 현지에 가서 먹는 즐거움이 예전 같지 않다. 대전에서만 판매한다는 성심당을 제외하곤 희소성이 사라지니 감동도 줄어들 수밖에. 그렇다면 먹짱의 계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고민한 결과, 최근 여행은 비건 맛집을 발굴하는 걸 컨셉으로 잡아봤다. 여행지에서만 발동되는 P성향은 잠시 내려놓고 극강의 J답게 미리 가둘 곳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결국 부산에 내려간 1박 2일 동안 비건 디저트 가게 4곳과 비건 메뉴로 미슐랭에 오른 레스토랑까지 방문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잠깐, 비건식으로 먹었다고 하니 '샐러드랑 비빔밥 정도 먹고 왔겠네' 하셨나요? 디저트는 초당옥수수 브레드 푸딩, 각종 잡곡과 콩류가 들어간 찹쌀식빵, 떠먹는 두바이 초콜릿과 바나나 푸딩, 복숭아 빙수를 먹었고 식사는 고사리 파스타와 크리미한 알배추 샐러드를 먹었답니다. 한 줄 감상평을 해보자면 '끝내주는 식사였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비주얼에 아름다운 맛이...


일상 속 채식을 하며 때때로 대기업 비건 제품을 접하게 될 때면 '오, 이렇게도 비건식을 만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비건'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비건 디저트와 비건 레스토랑 메뉴들은 또 다른 감각을 일깨우게 했다. 새로운 시도와 지속 가능한 식단에 대한 열망이 합쳐진 결과물은 흔히 보던 메뉴들과 다른 고유의 찬란함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비건 맛집을 발굴해 가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에겐 적합한 여행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다 먹는다니까, 거기가 유명하다고 하니까 따라가는 여행이 아닌 내가 직접 데이터를 쌓아가는 여행이니 즐거움은 배가 되었고 선택마다 설렘과 궁금증이 일어났다. 지방이니 비건 음식점이 더 적을 것 같다고? 그럼 발견하는 기쁨 또한 커지지 않을까요?


부산 여행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 여행을 계획했다. 모두가 성심당, 칼국수와 두부 두루치기를 외치는 도시라지만 난 거기에서 비건식을 한번 외쳐보려 한다. 찾아보니 대전엔 말로만 듣던 비건 마라탕을 파는 가게도 있고 비건 중화요리는 물론 비건 제품과 음식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있단다. 이번 여행에선 또 어떤 신세계가 펼쳐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떠나보자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