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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Sep 05. 2024

채식하는 사람은 좀 멋져

엣헴, 나도 멋져.

안다, 나도. 아무리 힙하고 멋진 사람이라도 본인 입으로 "난 힙해"라고 말하는 순간 어딘가 촌스러워진다는 걸. 세상 쿨하다 생각했던 선배들도 "내가 좀 쿨하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얼마나 좀생이 같아 보이던지. 결국 모든 멋은 본인이 떠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조용히 타인을 납득시킬수록 견고해지는, 일종의 힘이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느끼고 있다. 근데 잠깐만, 채식하는 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어차피 입 다물고 멋을 지키는 건 영 그른 모양이니 다음의 근거로 여러분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조잘조잘.


채식하는 사람이 멋진 이유 첫 번째. 있어 보인다. 여기에서 '있어 보인다'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금은보화와 새로 나온 아이폰의 느낌은 아니다. 뭐랄까. 삶의 경험이 많고 새로운 시도에 개방적인, 심적 여유가 그득한 어른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어딘가 주류 문화에 비껴 나 본인만의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히피 느낌도 난다. 많은 것들을 경험한 후 본인의 취향을 고르고 닦아 채식의 형태로 구체화했다는 것. 그것을 루틴으로 꾸려 주류문화에 쉬이 휩쓸리지 않는 소신으로 만들어가는 것. 이 얼마나 섹시하고 멋진 일인가요. 큼큼.


두 번째.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를 이해하고 책임지려는 마음을 지녔다. 채식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들 중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졌거나 잡식성 식단으로 인한 자원 고갈 및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달은 분들이 많다. 이런 행보는 우리의 식습관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인간을 제외한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줄 예정인지를 이해한 결과이며, 더 이상 이런 결과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녹고 있는 빙하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북극곰과 펭귄들, 생전 가본 적 없지만 산림 벌채로 황폐해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수목림까지. 이런 결과들을 묵과하지 않겠다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상의 시도를 이어가는 게 얼마나 멋진가요. 지구 망했다, 곧 있으면 인류 멸망이니 어쩔 도리 없다고 자포자기하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이들의 멋을 보시라.


세 번째, 공백의 멋을 즐길 줄 안다. 어렸을 적 미술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말, 바로 '여백의 미'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채식은 '덜어냄의 미학'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기존의 식습관에서 많은 것을 덜어내야 할 수 있다. 물론 우유를 대체하기 위해 두유를 사용하고, 소고기를 갈아 만들던 다시다를 버섯을 건조해 만들어내지만 식재료의 일부를 제외하고 만드니 당연히 공백이 생길 수밖에.(맛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비건 제품을 과도하게 달거나 자극적으로 만드는 기업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호다. 기업 입장에선 갈수록 자극적이어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 공백 역시 채식의 맛이라는 걸 안다.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얼마나 멋진 사랑법인가.


한 연예인이 운동을 꾸준히 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이걸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멋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얘기한 적 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공감이 많이 갔는데 채식도 어찌 보면 그렇다. 체질이 잡식성 식단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하지 않는 이상 이 식단을 이어갈 영감을 꾸준히 얻긴 어렵다. 하지만 그런 내가 너무 멋지다면? 수많은 선택 중 어쩜 채식이라는 선택지를 고른 거야? 나 진짜 멋진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면? 그 자체로 큰 동력이 되지 않을까. 만일 채식하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더라도, 이 글을 통해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정말 멋져요, 근사해요, 대단해요! 나도 정말 멋져, 근사해, 대단해!


다 같이 칭찬 릴레이 해줍시다! 출처: 유랑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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