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로 채식을 시작하는 거? 현실성이 없진 않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한국에 살지 않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바로 장원영 되시겠다. 지난 몇 달간 온라인을 휩쓴 유행어 '럭키비키'의 주인공이자, 10대에게는 '궁극의 아이돌', 2030에게는 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장악한 파워 연예인, 자녀를 둔 4050 세대에겐 '자식 덕질 돕느라 익숙해진 아이돌'인 그녀는 현재 연예계에서 제일 파급력 있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판에 오래 몸담은 덕후로서 예전엔 예쁜 아이돌을 보면 부럽고 뭐라도 따라 해보려 애썼는데 요즘은 그냥 원영이 부모님이 부러워요. 흑.
채식 시리즈를 보러 왔는데 웬 아이돌 타령?이라고 물으신다면 여기 앉아 얘기를 들어보세요. 큼큼. 최근 기사에 따르면 장원영이 한 유튜브에 출연해 본인의 취미로 독서를 언급하고, 특정 철학가를 이야기한 이후로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30만 부가 증가했다고 한다. 영상 콘텐츠에 밀려 침체기를 맞고 있는 출판업계에 30만 부라니. 괄목할 만한 판매량에 발맞춰 해당 철학자에 관한 책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그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도 잦아졌다고. 꽁꽁 얼어붙은 출판업계에 불어온 훈풍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인했다니요.
이렇게 연예인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는 케이스는 꽤 많다. 백지영은 본인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안마기를 언급했다 망해가는 중소기업을 살렸고, 수지는 광고하는 제품마다 '수지 패딩', '수지 선글라스', '수지 렌즈'로 완판 기록을 세우며 광고주를 웃음 짓게 했다. 하지만 이중 대표주자는 아무래도 이효리지. 우스갯소리로 평생 슈퍼스타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그녀는 제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마저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례는 이효리의 말 한마디로 대중들이 그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렌틸콩'을 완판 시킨 사건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효리도 그냥 옆집에서 받았을 뿐인데 그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당황했다고. 슈퍼스타의 삶은 이런 건가..
앞선 장원영의 사례도 그렇고 주류에서 빗겨 나 있던 문화를 메이저 시장으로 끌고 오는 데 영향력 있는, 따라 하고 싶은 매력을 지닌 연예인의 언급이 꽤 유효하고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 맛에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를 쓰고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며 모델을 기용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채식 문화도 그렇게 될까? 최근 정재형의 콘텐츠를 보다가 비건인 배우 임수정이 나온 회차를 봤다. 그녀를 위해 차려진 식탁은 예쁘고 맛깔나 보였고, 차려진 음식을 보며 자연스레 나온 채식과 동물 보호에 관한 이야기에 영향을 받았다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이 사례를 보니 출연하는 이들에게, 요리하는 정재형 씨에게 비건 메뉴를 더 요구하길, 더 보여주길 원한다고 외치고 싶었다. 더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더 다양하게 보여주세요!
개인적으로 나 역시 채식 혹은 비건 식단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는 최애가 있다. 덕질 중인 모 아이돌의 멤버인 그는 채식을 실천하진 않지만 멤버들이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까먹을 때 삶은 완두콩을 먹고, 라면을 끓일 때 낫또를 먹는 건강지킴이다. 그를 보며 의식적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나의 사랑은 그와 함께 삶은 콩을 까먹는 것이여. 누군가 역시 그런 마음으로 멀리했던 콩을 불리고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연예계에 천문학적인 비용도, 관심도 쏠리는 건 문제지만 그 영향력을 좋은 쪽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나쁘다고 할 순 없겠지. 누군가는 연예인이 채식하는 게 내 식습관이랑 무슨 상관이야 싶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일수록 내 식단이 변화할 가능성 또한 농후하지 않을까. 원영이의 말 한마디로 OTT를 닫고 오랜만에 책을 마주한 수많은 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