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고기반찬? 아니, 채식 요리로 한 상 차려볼래!

명절엔 고기를 먹는다는 편견을 깨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의 한가위가 코앞이다. 예전에는 명절하면 풍성한 식사와 함께 가족 간의 애정을 느끼는 시간이었지만, 이젠 해외여행을 가거나 홀로 조용히 보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래도 먹짱의 민족이라는 습성은 변하지 않는 터라, 추석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쯤 되면 핑계가 없어 못 먹는 사람인 듯하다만. 핫핫.

명절엔 기름진 음식이 위주라지만 조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전은 부치다 보면 기름 냄새에 질려 상에 올라온 건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은 게 현실이고, 고기는 쉽게 더부룩해져서 손이 안 간다. 이렇게 남긴 음식들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신선도가 떨어지고, 그러면 더 손이 안 가고..의 무한루프. 차라리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채식 요리라면 어떨까. 태어난 이래 매 명절마다 먹어온 그런 음식들 말고 이번엔 좀 색다르게 가보자고요.

그래서 제안하는 요리 첫 번째, 콩나물잡채다. 우리 언니도 그렇지만 명절이나 생일처럼 다 같이 식사하는 날이면 꼭 잡채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고기를 넣은 잡채는 특유의 기름지고 느끼한 맛에 손이 잘 가지 않는데, 이런 나도 한 움큼 집어 들게 만드는 잡채가 있었으니 바로 콩나물잡채. 살짝 데쳐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길게 썬 대파를 넣고, 마지막 킥으로 매콤한 고추를 잘게 다져 넣어주면 느끼함이 뭐예요? 묻고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들어가는 완벽한 잡채가 된다. 아, 당면은 원체 칼로리가 높으니 주의해 주시고요.

둘째, 비건 만두다. 언니가 명절 때마다 잡채를 찾는다면 내겐 만두가 그런 음식이다. 어릴 때부터 명절에 큰아빠 댁에 가면 아침으로 만둣국을 먹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이젠 그 만두를 손수 빚어 쪄먹는 어른이 되었다지요. 우리 집은 '비건 만두를 만들자!' 작정하기보단 심심하고 덜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내 취향에 맞춰 부추, 두부, 당면, 버섯 등을 넣고 만두를 만들어왔다. 마트에서 파는 만두피에 내용물을 듬뿍 넣고 빚다 보면 어느새 김치냉장고 한 통은 금방 채우지요. 만두는 그냥 쪄먹어도 맛있지만 만두전골을 해 먹거나 채 썬 양배추에 빨간 양념을 해서 무침 만두식으로 같이 먹어도 맛있다. 만들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마켓컬리에도 비건 만두 종류가 상당히 많답니다.

이렇게 빚어놓은 만두는 두고두고 먹기도 좋다!

셋째, 고사리 애호박 매운탕. 이건 최근 참석한 불교 음식 클래스에서 획득한 새로운 메뉴다. 명절 음식을 먹다 보면 깨-운하게 속을 풀어줄 칼칼한 국물 요리가 필요한데 이럴 때 제격.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먼저 손질한 고사리를 들기름과 고춧가루에 달달 볶다가 큼지막한 다시마 두 장과 충분한 물을 넣고 끓여준다. 어느 정도 끓으면 반달 모양으로 썬 애호박과 두부를 넣고 간은 국간장과 소금으로 해주면 끝! 오신채를 안 넣는 불교 특성상 파와 고추는 따로 넣지 않았지만 넣어도 맛있을 듯. 처음에 이 음식을 봤을 땐 이 정도 재료로 무슨 맛이 나겠나 했지만 국물이 매우 깔끔해서 목에 낀 기름기를 대청소하는 느낌이었다.

명절이라면 푸짐하게 먹어야지! 하는 정서상 고기반찬 하나라도 더하려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매번 명절 연휴가 끝나면 더부룩한 속과 불어버린 턱살에 찜찜함을 느껴본 적, 한 번쯤은 다들 있을 거다. 하지만 채식 요리로 산뜻하게 명절을 즐긴다면? 가벼운 몸으로 어디 놀러 가기도 좋고 방방 뛰는 조카들과 놀아주기도 한결 수월하지 않을까. 매번 고기반찬을 부르짖는 친척들에게 새로운 비건의 길을 알려줄 좋은 핑계도 될 터. 그래! 기분이다! 이번 추석은 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