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보고 싶다 서울의 봄!
기상 시간 8시. 눈이 조금 뻑뻑하다.
영화 티켓 가격 상승, 과도한 인력 감축으로 생긴 상영관 서비스 저하 문제로 한동안 꾸물거리던 영화산업에 광명이 들었나 보다. 서울의 봄이 엄청난 속도로 관객 수 700만 명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이 추세라면 천만 달성은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개인적인 영화 취향으로 정치적 스릴러(?)에 크게 관심은 없다만 담긴 내용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아야 하는 내용인 만큼 이런 상황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나도 상영관에서 보고 싶긴 한데... 요즘 빈대 문제는 다 사라진 건가요? 조금 겁이 나네요.
공교롭게도 이 포스팅을 적는 날짜도 12월 12일이다. 노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맞아요, 노린 거예요. 문과이긴 하지만 역사, 근현대사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던 사람이라도 12.12 사태가 주는 의미를 안다. 1979년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군사세력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이후 1980년 5월 신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에 항거해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을 계엄군으로 진압하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다. 5.18 민주화 운동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어릴 적 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보았는데, 웬만한 근현대사는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군요.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긴 하지만 황정민이 역을 맡은 인물의 이름이 '전두광'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긴 한 것 같다. 중요한 건 왜곡 없이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전달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런 잔혹한 사건 등이 일어났었던, 일어날 수 있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평을 들어보면 '보고 난 후 일주일 내내 너무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영화 시작 때는 팝콘을 잘만 먹었는데 보면 볼수록 콜라 얼음만 들이키게 되더라'는 이야기들이 다수고, 급기야 황정민 배우가 괴롭힘(?)을 당하는 영화 '인질'이 재개봉을 하는 웃픈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지은 죄에 비해 너무 편안하게 영면에 들어버린 그를 비롯해 아직 권세를 잡고 있는 관련 인물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을 것이냐는 담론이 빠져있다는 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영화 서울의 봄에 담긴 봄은 철저히 잔혹하고 비정한 것인지, 2024년의 봄을 어떻게 소망하고 있는지 직접 봐야 알겠지만 이런 반응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환류되고 더 큰 논의를 가능케 했으면 좋겠다. 화가 나도, 무력감에 슬퍼져도 아직 우리에겐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죽은 사람을 꺼내서 짤짤 흔들며 괴롭힐 순 없더라도 더 이상 그런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을 쥔 이들이 뻔뻔하게 그 권세를 누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맞이할 우리의 봄은 모두에게 따뜻하길, 모두가 환히 웃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봄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