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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10. 2023

12월 10일 모닝페이지. 2023년 물가 폼 미쳤다이

잠깐만 멈춰봐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좀 보게.

기상 시간 11시 30분!  주말인지 평일인지 헷갈릴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


요즘 아침 알람 소리에 현실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돈'에 관한 생각이다. 현재 직장을 안 다니고 있고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에 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민인데, 회사를 다시 다닐지 아주 앙증맞지만 작게나마 나에게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볼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 동안 없는 돈마저 증발하게 생겼다. 정신 차려잇!) 그나마 부모님 집에 같이 살고 있기에 지금 당장 먹고 자고 할 비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확실한 건 돈을 쓸 엄두조차 못나게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돈을 안 버니까 마음속 여유가 작아져 그렇게 보이나 싶었다. 아마 수입이 없는 시기를 거친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이전에는 습관처럼 구매했던 물건들도 버는 돈이 없으면 가격이 줌 200%는 한 것처럼 또렷하고 크게 보인다. 내가 제일 무지성으로 소비했던 건 바로 카페의 액상과당 메뉴들, 특히 아이스 초코였다. 일을 하는 중간에 당이 떨어지거나 점심시간 끝나기 직전 입가심(?)으로 먹던 아이스 초코를 주문할 때 웬만큼 비싸지 않고서야 으레 껏 사 먹곤 했는데, 최근에 보니 웬만한 카페 아이스 초코 가격들이 죄다 6~7천 원 이상으로 올랐더라. 입이 떡 벌어지고 손이 달달 떨리는 가격이다.


카페 앞을 서성이는 나...


며칠 전엔 책을 사러 근처 서점에 갔는데, 서점이 백화점 내부에 있는터라 어쩔 수없이(?) 백화점을 둘러 가야 했다. 겸사겸사 간식거리도 살까 싶어 지하 1층을 돌아보는데 소금빵이.. 소금빵이 7,500원이었다. 그날 책을 사면서 책 한 권이 17,000원을 호가하는 걸 보고 '책 값도 많이 올랐네' 생각했는데 소금빵 2개면 책 1권 가격과 엇비슷해지는 걸 보고 '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생각했다. 하기야 이전부터 한국 소금빵 가격에 관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외국 밀가루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SPC가 마진을 많이 떼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세계적으로 밀가루, 우유, 생크림 등 빵에 들어가는 재료 원가가 높아져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여튼 재료 값도 오르고 유통 마진도 오르고 결국 소비자 몫으로 할당되는 물가는 오르면 올랐지 내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어쩐지 최근에 마트고 백화점이고 쇼핑몰이고 가는 데마다 영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싶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마트를 들락날락거리는 엄마와 이야기했을 때도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름 연말 분위기를 낸다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올라가거나 캐롤이 조금은 울려 퍼졌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썰렁한 느낌이라고. 백화점에 가면 이전처럼 사람들에게서 '돈을 쓰며 느끼는 환희'를 전혀 감지할 수 없다고. 유통 공룡으로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이마트가 매출 부진으로 휘청이고 연일 비싼 물가 때문에 뭘 고르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의 인터뷰가 뉴스를 장식하지만 '물가 안정 총력'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정부의 노오력은 대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비싸면 안 먹으면 되지, 비싸면 안 사면 되지 하겠지만 그건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다. 물가는 단순히 먹고, 영위하고, 즐기는 문제가 아닌 생존과 실존의 문제다. 처음에는 없어도 되는 것, 그다음에는 없어도 되지만 조금 불편한 것, 그다음에는 없으면 불편하지만 결국엔 필요한 것, 그다음에는 필요한 것, 그다음에는 없으면 생존이 위협받는 것 순으로 서서히 반경이 줄어든다. 소금빵, 아이스초코, 책 모두 없어도 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다음은? 현실판 호러 이야기가 된 물가가 너무 무섭다.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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