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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08. 2023

12월 8일 모닝페이지. 벗은 채 돌아다니는 꿈을 꿨다

아무리 개꿈이라도 계속 반복되면 뭐가 있는 거 아닌가.

기상 시간 8시. 정신이 혼곤하다.


오늘 새벽에는 하반신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꿈을 꿨다. 가리기엔 걸치고 있던 것이 허리 위까지 오는 짧은 반팔티 하나였던 터라 결국 인어공주 자세로 앉는 것만이 해답인 것 같아 털썩 주저앉다가 알람에 꿈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이후에도 몇 분 간을 침대에 누워 이게 무슨 숭한 꿈이야...라고 생각했다. 현실이 아닌 게 천만, 천만다행이다.


꿈이라서 너무너무 다행이야 흑흑.


나는 꿈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잘 기억하는 편이다. 오늘처럼 아침에 일어난 직후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특이한 꿈을 많이 꿔서인 것 같기도 하다. 심리학을 공부할 당시 잠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우리는 보통 밤에 잠을 자며 4~5개의 꿈을 2~3시간 정도 꾸게 되는데, 렘수면 중 갑작스레 깨면 꿈을 기억 못 하게 된다'는 내용을 배웠는데 그렇다면 나는 렘수면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숙면을 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온전히 4~5개의 꿈을 다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기상 직전에 꾼 꿈 정도야 기억할 수 있으니 마지막 수면의 질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조금이라도 잘 잤으면 다행이지 뭐.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고 한 프로이트는 꿈에 나오는 내용을 분석하여 상담자가 갖고 있는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는 정신적인 아픔은 억제된 무의식에서 나오며, 이 무의식을 현실로 포용할 수 있게끔 직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 '꿈의 해석'은 대체로 모든 꿈을 성적 욕구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하여 비판을 받았지만 꿈을 '무의식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무의식의 장'이라고 강조한 것은 현재 시대에 봐도 큰 의미가 있다. 궁금한 것은 한번 꾸는 꿈이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치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꿈은 무의식에 그것을 촉발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내 꿈에 최소 5번 이상 출연한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1. 이빨 빠지는 꿈, 그것도 하나만 툭 빠지는 게 아니라 위쪽이나 아래쪽에 있는 치아가 와르르 빠지는 꿈. 대표적인 흉몽이라길래 걱정했는데 한 번도 나쁜 일이 벌어진 적은 없다. 그냥 이를 가는 수면 습관과 관련된 걸까.

2.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천장을 뚫고 하늘 위로 치솟는 꿈. 고소공포증을 가진 나에겐 정말... 두려운 꿈. 이건 길몽이라네요.

3. 괴생명체로부터 쫓기는 꿈.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바실리스크(엄청 큰 뱀)에게 쫓겨 옷장 안에 숨는 꿈을 꾼다.

4. 관심도 없었던 연예인이 나오는 꿈. 이건 뭐 다들 꾸시니까.. 근데 정말 쌩뚱맞은 연예인들이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하다.

5. 오늘 꾼 꿈처럼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꿈, 화장실 가는 꿈, 학생 시절 꿈 등등...


바실리스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네...


대체로 썩 유쾌한 꿈들은 아니다. 무의식에 뭐가 있길래 이런 꿈들을 잊을만하면 꾸는가 싶기도 하고. 이럴 때면 최면 의식이라도 해서 저 아래에 뭐가 숨어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프로이트 선생님, 제 무의식엔 대체 뭐가 있는 걸까요. 꿈에 대한 생각이 너무 길어졌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니 오늘도 현실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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