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Lucy Dec 14. 2023

12월 14일 모닝페이지. 뉴진스도 좋은데 이문세가 짱

휘파람 짱.

기상 시간 8시 42분. 늦잠 잤지만 그러면서 쉬어가는 거지.


예전에 그런 기사를 본 적 있다. 사람의 나이가 30세를 넘어가면 그 이후로는 이전에 듣던 노래만 듣게 된다고. 그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공포스러웠다. 100세 라이프를 넘보는 시대에 30세면 너무 어린데 이후 70년을 예전 기억을 벗 삼아 살게 된다니, 신체와 별개로 마음만 급하게 늙어버리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 31세, 마음이 편해지고 싶을 땐 이문세 노래를 듣는 늙은 마음을 가진 소녀가 되어버렸습니다.


웬 갑자기 이문세? 이문세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이다. 최애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덕질의 유구한 역사를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온 아이돌 덕후로서 나는 아이돌 노래도 좋아하고 (요즘은 라이즈 멤버인 찬영군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재즈 LP를 모으는 재즈 마니아이기도 하고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디 음악도 듣고 (김수영님 사랑합니다) 락이나 팝송도 좋아한다(절대적으로 많이 듣는 건 팝송). 동시에 내가 태어나기 전 발매된 음악들도 좋아하는데, 노고지리의 찻잔이 대표적이다. 정확히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979년에 발매된 이 음악은 지금 들어도 세련된, 예술적 여백의 미를 살린 근사한 곡이다. 이 곡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한 나머지 동년배 중 이 노래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었던 적이 있을 정도. 이문세 역시 30~40년이 지난 현재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들이 많기에 매우 좋아한다.


앨범 아트는.. 이게 최선이셨던 거겠죠.. 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좋아하고, 각 장르 혹은 씬 별 아티스트의 개성과 매력이 너무나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다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확실히 70~80년대 만들어진 곡이 주는 정취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며칠 전엔 옛날 돈까스 집을 갔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느낌이라 왜일까? 했더니 가게 BGM으로 이문세 메들리가 나오고 있어서였다. 대체로 가사가 서정적인 편이고 verse별로 멜로디가 휙휙 바뀌지 않다 보니 후렴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게 그때 그 시절 노래들의 매력인 것 같기도. 최근 나오는 노래들은 마치 각자 다른 노래를 짜깁기 한 콜라주 마냥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스파의 next level도 처음 공개했을 때 노래를 듣고 '이게 뭐야?' 했다지..


이런 성향으로 뜻하지 않은 이득을 보게 되는 건 바로 우리 엄마다. 드라이브할 때 엄마가 따로 선곡하지 않아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옛 노래들이 알아서 재생되며, 옛 노래가 나오는 티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도 같이 보면서 호응할 수 있는 든든한 덕질 메이트가 생겨서다. 지난번엔 엄마 생일 선물 겸 내 덕질(?)을 위해 이문세 콘서트를 같이 다녀온 적도 있는데, 이문세 라이브를 듣고 내가 행복해한 만큼 엄마도 매우 신나 했다. 30살 차이 나는 엄마와 딸이지만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가족으로서 형성되는 공감대와는 다른, 어떻게 보면 친구와 같은 동질감을 갖게 하는 것 아닐까. 오늘은 한동안 입에서 이문세 노래를 한창 흥얼거리게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