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도 괜찮은 나의 길
나는 길치다.
자주 가는 길도 헤맨다. 내비게이션이 친절하게 알려줘도 꼭 한 번씩은 다른 길로 간다.
처음 가는 동네에 가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씩씩하게 다닌다. 목적지를 찾고도 그 동네를 빙빙 돌면서 탐색한다. 목적지를 앞에 두고 찾지 못할 때도 있다.
내 삶의 길을 찾는데도 길치다. 이것저것 다 경험해 봐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직접 겪고 확인해 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개의치 않는다. 답답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17년 된 스터디 모임이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난다. 나처럼 길치인 친구가 있다. 주로 그 친구 차로 이동한다. 목적지가 어디든 우리는 늘 돌아간다. 한 번에 제대로 간 적이 없다. 이야기하다가 다른 길로 빠지고, 신호 놓쳐서 다음 신호 받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서기도 한다. 코앞에 두고 몇 바퀴를 돌기도 한다.
우리 중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오늘도 역시나 도는구나 하며 까르르 웃는다. 운전하는 친구가 오늘 안에 가기만 하면 되지 하면 그렇지 하며 맞장구친다. 맞다. 가기만 하면 된다.
혼자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켜고 간다. 남편과 함께 가던 길인데 나는 꼭 이상한 길로 들어선다. 다녀와서 남편에게 말하면 도대체 내비게이션은 왜 키고 다니냐고 한다. 나는 내비가 시키는 대로 갔다고 말한다.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남편의 말이 나는 더 이해할 수 없다. 그럴 수도 있지.
엉뚱한 길로 돌아가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한다. 내가 가는 길은 옛 도로더라. 차가 별로 없어서 운전하기 여유롭다. 시간에 쫓겨 다니지 않으니 마음이 평안하다. 긴장하지 않으니 몸이 덜 피곤하다. 길치라도 나는 불편하지 않다. 구경거리가 많으니까.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된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다.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체득 되도록 몇 번이고 해봐야 한다. 전력질주하다 지치면 잠시 쉰다. 천천히 간다. 돌아간다고 해서 늦게 간다고 해서 나쁠게 뭐람? 내 인생이고 내가 괜찮다는데.
빨리 가던 천천히 가던 그 안에서 모든 이치는 돌아가게 마련이다. 필요한 만큼 먹을 것이 생기고,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간다. 하고 싶은 일도 어느새 하나씩 이룬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급한 마음만 먹지 않으면 사고 날 일 없다. 시간 걸리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다.
나는 길치다. 길에서도 인생 여행에서도.
그렇게 해서 어떻게 세상을 사냐. 제대로 갈 수 있느냐 잔소리 듣는다. 답답하다. 이해 안 간다고들 한다.
길치라도 좋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많아서다.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로 가고 다음번에는 가장자리로 걷는다. 그 다음번에는 언더 길을 걷고 샛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더 좋은, 재미난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마음 여유 가질 수 있다. 내가 찾아간 길이므로 잊지 않는다. 쫓아가는 인생 아니라 만들어가는 삶 산다.
길치여도 괜찮다. 나는 계속해서 여행할 거니까. 걷다가 잠시 멈춰 길가에 핀 예쁜 꽃을 본다. 힘들면 시원한 그늘 밑에서 쉰다. 비바람을 만나 홀딱 젖기도 한다. 길을 잃으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귀인을 만나 더 좋은 길로 안내받기도 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수하게 많다. 나는 그 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 내가 가는 길이 내 흔적이니까. 내가 남긴 흔적을 따라오는 이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도 그 길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 자신의 발걸음을 만들기를 바란다. 더 많은 길을 찾고 더 많이 즐기기를 바란다.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하길 바란다.
길치는 목적지에 가지 못할까?
길치라고 해서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다. 언젠가는 도착한다. 다만 이곳저곳을 들르기 때문에 늦어질 뿐이다. 늦어도 괜찮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더 많은 곳을 구경 할 수 있으니까.
둘러 가도 되는 이유는 어차피 나는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고 목적지까지 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곳에 가있을 거니까.
둘러 가다가 길을 잃어도 괜찮다. 더 많은 풍경을 보고, 오히려 더 좋은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니 길치라고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당당하게 헤매고 다닐란다. 나만의 좋은 길을 찾고 탄탄하게 만들란다.
돌아가도 괜찬아, 나의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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