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머리손질이나 꾸밈에는 소질이 없었다. 예쁜 것을 모아 두고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가 나를 치장하는 것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잘 못한다. 머리 드라이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도 잘 못하고 안 하는 편이다. 사실 거의 안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화장은 의외의 해결책이 있었다. 반영구 문신을 했다. 엄마가 했던 어색한 문신과는 달리 반영구는 십 년 전 그때도 무척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 눈썹 문신은 다시 해야 할 시기가 되었지만, 아이라인 은 남아있는 색이 여전하다. 긴 시간 반영구문신이 유효했으니 그 당시 십몇만원 했던 비용은 지금 생각하니 무척 경제적이었다.
머리손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솜씨 없는 내게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해가 지날수록 머리숱은 줄어들고 퍼석해졌다. 몇 년 전부터는 꾸밈을 떠나 두피 상태와 탈모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어 서글프기도 하다. 20대 30대 초중반까지는 약간 긴 머리를 유지하며 일년에 한두번 웨이브나 열펌을 했다. 아주 가끔 단발로 자르고 펌을 하기도 했지만 머리 길이는 어깨 위아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용실에 한번 가면 20만 원은 가볍게 넘겼다. 드라이며 고데기며 머리손질을 영 못하는 내게 웨이브펌은 여러 모든 단계를 건너뛰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집에서는 머리 감고 수건으로 물기를 털고 대충 말렸다는 이야기이다.
3년 전 어느날 우연히 머리를 짧게 자른 이후 계속 단발머리이다. 펌을 하지 않고 머리만 짧게 자른 것은 중학교 졸업 이후로 그때가 처음이었다. 컷트비는 동네 작은 미용실에서 저렴한 곳은 2만 원 안쪽이었다. 짧게 자르면 힘이 없던 머리에 볼륨이 살아나니 저렴한 비용으로 펌의 효과를 본 기분이었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도 단축이 되어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 편리함을 더해주기도 했다. 단발머리는 돈과 시간을 아껴주었고 얼굴이 길쭉하고 턱선은 둥그스름한 내 얼굴형에 훨씬 더 어울리기도 했다. 이렇게 경제적일 수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발을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았다. 머리카락은 손톱에 못지않게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머리 길이 1센티미터의 차이로 단발머리의 느낌은 확 달라졌다.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의 컷트실력에 따라 뒷머리와 옆머리가 많이 뻗치기까지 했다. 싼 가격에 자르고 당장은 좋았지만 곧 머리가 지저분해졌다. 한 번 자르는 데 비용이 낮더라도 내가 손질할 때마다 뻗치는 머리로 힘이 든다면 경제적이지 않았다. 저렴하면서도 실력 있는 미용실을 찾으면 해결이 될테지만 찾지 못했고 단발머리 경제학은 통하지 않았다. 컷트비는 싼데 너무 대충 잘라줘서 다시 오고 싶지 않은 미용실부터(난 생머리가 아니고 반곱슬 머리라서 생머리자르듯 뚝뚝 길이만 쳐내면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정성스레 잘라주지만 어딘지 마음에 안드는 단발일 때도 있었고 미용실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에 워킹맘인 내게는 미용실은 무조건 집에서 가까워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안 가보았던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고 그 곳에 한번 들러보았다.
컷트비는 2만 7천 원이었다. 자주 들르기에 썩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나를 보자마자 드라이 안 하더라도 손질하기 쉽게 잘라주겠다는 디자이너의 세심한 고객 맞춤형 배려가 좋았다. 말에 걸맞은 정성을 들이는 가위 솜씨도 뒤따랐다. 다른 시술이나 제품, 선결제를 권하지 않는 것도 편했다. 그 디자이너에게는 강원도로 이사 가서도 일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거짓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도 줄곧 그 미용실에서 컷트를 한다. 혹여라도 미용실 갈 시기를 놓치더라도 머리가 지저분해보이거나 뻗치지 않게 신경 써서 잘라주는 미용실은 내가 들렀던 곳 중 그 곳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긴 머리일 때는 일 년에 두세 번 미용실에 갔던 것 같은데 단발머리는 한 달에 한 번은 가야 했다. 그래야 처음의 그 산뜻한 느낌이 유지가 되었다. 과연 단발머리는 비용 면에서 경제적인가 따져보았다.
- 펌과 크리닉 비용 1년에 2회 15만 원 x 2번 = 30만 원. (1회 20만 원으로 잡으면 40만 원.)
- 컷트비용 1달에 1번. 2만 7천 원 x 12번 = 324,000원.
염색은 긴 머리일 때나 단발인 지금이나 하고 있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돈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미용실에 들르는 간격을 넓힌다면 비용을 좀 더 아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단발 펌 헤어스타일은 미용실에 얼마나 자주 가야 하고 얼마나 써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미용실에 얼마까지 쓸 수 있느냐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두세달에 한번씩 머리를 자르고 펌을 하던데 그 경우에 일년 미용실 예산은 얼마로 잡는 걸까- 뭐 이런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있는 사람이야 말로 어쩌면 가장 경제적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언니는 긴 머리가 등 중간까지 내려왔을 때, 나 미용실 안 간 지 3년은 된 거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2년에 한 번 가서 자르거나 펌을 한다고 말해서 깜짝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긴 머리는 미용실에 가는지 아닌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며칠 전 서울사랑 상품권을 10% 할인 가격에 구입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30만 원을 미용실에 선불 충전했다. 선결제를 하면 10%를 추가로 적립해주기 때문이다. 27만 원으로 상품권 30만 원을 샀고, 미용실에 선결제를 하여 33만 원이 충전되었다. 18%의 할인효과가 생겼다. 다음 방문할 때 부터는 단발머리 커트 비용으로 내가 지불하게 될 돈은 1회 22,140원인 셈이었다. 선결제를 함으로써 포기하는 기회비용도 있기야 하지만 워낙의 저금리에 그돈을 대체할 현금이 없는 것은 아니니 기회비용은 아주 미미하여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품권 선결제 단발머리 경제학]
27만 원 지출의 결과로 33만 원의 상품을 선지 불하여
33만 원-27만 원 = 6만 원의 할인을 받았다.
총 18%의 할인 효과. (6만 원/33만 원)
- 미용실 커트 소비자 가격 27,000원
- 내 지갑에서 나가는 실질 비용 22,140원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지불하는 것이 좋았다. 남편은 여전히 8천원 내고 집앞 남성전용 미용실에서 컷트를 하고 오지만 나는 2만7천원을 내고 자르기를 고집한다. 이제 상품권 선결제로 1회에 2만2천원이 되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가장 경제적인 머리스타일은 미용실에 오래도록 가지 않아도 티가 안나는 길고 긴 웨이브 헤어 일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긴 머리를 비싼 크리닉 없이 유지하려면 모발이 튼튼하고 풍성할 것이 첫 번째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내가 자꾸 머리를 짧게 자르는 이유도 머리카락이 어깨선만 닿아도 푸석해지고 볼품없어 지기 때문이었다. 경제적인 헤어스타일은 머리의 길고 짧음이나 드라이, 펌을 하기 이전에 건강과 젊음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에 비해 일찍 나기 시작한 흰머리로 얼마전부터는 본격적인 새치염색도 시작해서 비용이 또 추가되었으니 말이다.
한때는 비용 한계 없이 미용실에 가서 기분에 따라 카드를 긁고 오긴 했다. 요즘은 부쩍 비용에 대해서도 따져보게 된다. 나의 일년치 미용실 비용 예산은 얼마로 정하고, 또 최대 얼마까지 한계를 둘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