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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7. 2019

야시장 옷, 현지인들은 안 입지만

루앙프라방의 한 골목

나는 여행 갈 때 옷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가서 그 나라에서 옷을 사 입는다. 그 나라에 가면 꼭 사고 싶은 작은 가방이 있기 마련이라 어느 순간부터 여행중에 필요한 가방도 안 가져간다. 돌아올 때 괜히 짐이 되기 때문에. 라오스라는 여름 나라에도 텅 빈 작은 캐리어 하나만 가지고 갔다.


라오스 야시장에서 사는 옷들은 35,000낍에서 50,000낍 정도 하는데 여러 개 사면 흥정이 가능하기도 해 사는 사람마다 가격이 다르다. 특히 항상 관광객이 많은 유네스코 세계도시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은 상인들 전체가 담합이라도 한 양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어느 가격 이하로는 깎기가 어렵기도 하다. 동남아에 왔으니 동남아 기분을 내기 위해 친구와 원피스를 사서 입고 다녔다. 나는 버건디 색을 골랐다. 어두울 땐 이 정도인 줄 몰랐는데 숙소에 와서 풀어보니 실밥이 옷 전체에 군데군데 나와있고 조잡하다. 옆구리도 생각보다 너무 파졌다. 몇 천 원 주고 산 옷이니 그렇겠지 한 두 번 입고 버리자. 한국에선 도저히 못 입겠다.



남색 코끼리 문양 프린트의 원피스는 디자인과 색에 끌려 샀는데 정말 시원하고 편하다. 게다가 가슴 조금 아래 부위에 고무줄이 있어 붕 뜨는 형태여서 가슴이 비치지 않아 노브라로 입고 다니기에도 정말 편해 자주 입었다. 루앙프라방 보다는 비엔티엔의 야시장이 천 원이라도 더 저렴하다.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듣기에는 루앙프라방 야시장 물건도 비엔티엔에서 떼 온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운송비와 수고비가 있으니 더 비싼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실내 온도계도 34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다. 밖은 이미 너무 뜨거우니 선풍기 두 대를 내 쪽으로 틀어 놓고 책을 읽는다. 아무리 무료 숙박이고(이모집) 집주인이 없다고 해도 우리 집에서도 안 키는 에어컨을 남의 집이라고 펑펑 킬 수는 없다. 가만히 있으면 시원하다고 나 자신에게 세뇌시키기.


사실 내 생활 반경은 관광지가 아니여서 야시장에서 산 동남아 문양의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현지인들은 오히려 우리의 일상복에 거의 가까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그래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관광객이다. 백인 관광객 여성들도 현지 야시장 옷을 잘 활용해서 입는다. 검은색 끈나시에 펑퍼짐한 야시장 바지를 느낌 있게 연출해서 히피스럽게 입고 다니고, 어디서 샀는지 궁금할 정도로 시원하면서 스타일리시한 원피스를 잘 사서 입고 다닌다.

현지에서 산 가방과 티셔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행할 때도 최대한 가볍게 다닌다. 카드지갑, 핸드폰, 그날 바른 립스틱 하나, 그리고 여행지에선 혹시나 하고 여권 하나가 추가된다. 루앙프라방 야시장에는 아기자기한 가방을 많이 판다. 물론 끈이 조악해서 며칠 만에 끊어졌다. 두 개 모두. 라오스어로 된 티셔츠를 사고 싶어서 마음먹고 둘러봤는데 만졌을 때 질이 굉장히 좋다. 가격도 5천 원 안 쪽이고 면 100%라고 쓰여있다. 사이즈를 찾아 돌아다니다 사고 싶던 플럼 색의 맞는 사이즈를 찾았을 때의 행복! 티셔츠를 입어보고 착용감도 좋고 편해서 비엔티엔에 돌아와 티셔츠와 나시티 몇 개를 더 사갔다. 한국에서 바지에 막 입기에도 좋다.


대학생들이 입는 교복


하루는 비엔티엔의 빠뚜싸이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학생들이 다가와 자기들은 어느 대학에 다니는데 인터뷰를 하며 촬영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학교 과제라고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응했다. 막상 질문은 별게 없어 시시했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끝나고 다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제일 라오스인스러운 옷을 입고 있다. 저 스커트는 비엔티엔 야시장에서 35,000낍을 주고 산 치마인데 색감과 패턴이 정말 예쁘다. 가을에 꺼내 입으면 좋을 듯한 색감. 밤색 주황색 색감은 뻔하지만 역시 가을에 입기 좋다.


한국에 와서도 티셔츠와 스커트는 쉽게 입고 다니는데 아직 야시장 원피스는 못 입어 봤다. 5월이 이렇게 더운 이상 왠지 이번 여름엔 꺼내 입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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