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자 타고 누비는 중

by 모네


안녕?

서울은 따릉이, 광주는 타랑께, 대전은 타슈, 그리고 창원은 누비자이다. 도시에 오자마자 집 근처에 공유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어서 반가웠다. 바로 가입방법을 알아봤다. PC로 회원가입을 하면 한 달에 4천 원으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해서 저렴하고 좋은 데다 누비자 터미널도 편리한 곳곳에 있다. 운전면허도 없는 뚜벅이로서 언제든 도움을 받을 누비자 터미널을 기준으로 지리를 파악하는 중.


창원은 지하철이 없고 중심부(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는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 거리가 애매하여 바쁠 때 15분-20분을 걷기에는 그럴 때 자전거를 타기 딱 좋다. 중심부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자전거 도로가 서울보다 잘 되어있고 주행하기도 안전한 느낌이다.

미술관 가는길에 나타난 주택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능성이가 뻗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구간은 도청에서 롯데백화점 방향의 내리막길. 가로수가 뻗어있는데 따뜻한 곳이어서 그런지 낙엽보다는 아직 푸르른 나무들이 서있다. 내리막길에서 페달을 구르지 않고 내려올 때의 시원함이란! 도시의 중심부 전체가 크게 언덕져있는지 남쪽으로 향하는 코스는 항상 행복하고 반대방향은 땀이 난다.

어제는 저녁 먹고 밤 라이딩을 했다. 이렇게 아무 때나 잡아타고 달리며 운동하고 밤바람도 쐴 수 있다니 행복하다. 가벼운 내복 같은 옷에 바람막이 하나 입고 나왔는데 쌀쌀하지도 덥지도 않게 딱 좋은데 달릴 때 바람도 차갑지 않고 시원하다. 가끔씩 누비자를 타고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길거리에서 스몰톡을 나눈 할머니가 말해준 대로 점점 좌측으로 가보기로 했다. 대충 공원 위치를 봐볼 작정으로 그냥 좌방향으로 달렸다. 평지라 기어를 약간 올려도 힘이 들지 않았다. 창원병원을 지나 어느 공원을 지나고 국화공원이라는 곳에도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한 바퀴 돌았다. 돌아올 때는 여러 학교를 지나 경남도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지나왔다. 탐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구분되어있는 것이 바르셀로나 자전거 도로가 생각났다. 시청 부근의 광장을 지나칠 때 에스파냐 광장이 생각났는데, 여기 곳곳에서 바르셀로나가 자꾸 떠오른다. 사실 여러 곳이 떠오르는 게 낯선 곳이어서 자꾸 익숙한 장면으로 투영해서 보려는 기제가 작동하는 것인지. 어느 학교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서는데 갑자기 라오스 냄새가 나는가 하면 출근하면서 지나친 상남동 밀집거리는 수내나 서현역 뒷거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봇대 선들만 빼면(분당은 전봇대가 없다).

분당 뒷골목 느낌. 아침 8시입니다요

시민의 건강을 위한 자전거 도로 투자와 공용자전거 운영이 정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아파서 병원가서 써서 건강보험비가 크게 나가는 것보다 예방을 돕는 것이 비용 차원에서도, 삶의 질 차원에서도 역시나 좋은 것 같다. 대신 헬스장을 안 가도 되니 피트니스 업계에서 싫어할까?라는 잔잔한 생각도 해보고.


기분 좋은 밤 라이딩을 끝내고 근처 마트에서 생수 한 병을 사서 돌아왔다. 한 번에 주문해서 먹으면 저렴하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4층이라 배달 아저씨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병씩 사다 먹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삼다수로! 4층까지 어두운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일은 사실 좀 무섭다. 한층 위 어둠 속에서 누가 대기하고 있진 않을까 두려움을 안고 얼른 키를 돌려 열고 재빠르게 닫고 잠근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더욱 노곤해져 침대에 누웠다. 오늘까지 만료인 왓챠 플레이 리스트 중 집에 와이파이가 안 되므로 아까 식당에서 저녁 먹을 때 다운로드 한 우디 앨런의 영화 <마이티 아프로디테>를 다 보고 잤다. 데이터도 안되는데 왓챠를 연장할지, 안 그러면 퇴근 후 아직 너무 심심한데 어쩔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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