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마산의 예술거리

by 모네



창원에 본격적으로 가을이 왔다. 자전거 타기에 낭만적으로 더욱 노랗게 바뀌었다.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부서 사람들 전체에게 메일을 보냈다. 파일을 첨부하면서 내용에는 저는 주말에 마산 국화축제에 갑니다! 선생님들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라고 마무리했다.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보내는 것보다 약간의 정을 주고받는 게 좋다.


토요일은 광주에서 근무하는 여자 동기 둘이 창원에 놀러 오기로 했고, 진해를 갈까 하다가 거리가 좀 있어서 마산 창동 예술촌과 어시장 근처에서 열리는 국화 축제도 겸사겸사 같이 들르기로 했다. 언니, 저희는 10시 50분에 도착해요. 종합버스터미널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햇빛이 쨍하니 눈이 너무 부시다. 청바지에 배낭을 멘 외국 남자 둘이 걸어오더니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둘 다 고동색 턱수염을 기르고 머리는 짙은 금발색이 뾰족뾰족했다. 영어가 아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독일 말 같기도 하고 왠지 유럽 사람인듯했다. 보려고 본건 아닌데 아이폰으로 티맵을 열심히 검색해서 본다. 여행자인 것 같은데 창원을 왔다니 신기하다,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인가 하면서 그들의 여정이 궁금해졌다. 길거리 사람과 스몰톡을 좋아하지만 나는 음악을 듣고 있었기에 말을 걸지 않았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동료들에게 창동예술촌에 간다고 하면 여기에도 창동이 있어?라고 하거나 딱히 볼 건 없는데.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가 좋다. 거창한 건 없어도 소박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언니, 여기는 독특해요.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시대의 거리 같은 감성과 요즘 입주해서 살고 있는 예술가들, 그리고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어울려 있다. 예술 체험활동도 있고 마술, 작은 연극, 음악 등 거리공연이 이어진다. 벽의 색감들이 재밌어 사진 찍기에 좋고 기분이 정화된다. 동기들을 골목 곳곳으로 이끄니 현지인 같다고 말했다. 곳곳을 사진 찍기에 바쁘다. 금방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훌륭한 스몰 트립이다.


오래된 공간과 예술가들 그리고 시민들의 만남은 정말 좋다. 과거-현재-미래와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예술가들에게서 무언가 마법사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까만 옷을 위아래로 입고 찰리 채플린처럼 분장을 하고 얼굴은 하얗게 뒤죽박죽 분칠을 한 남성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민들 중 한 사람을 자기 옆으로 초대하여 같이 아트 퍼포먼스를 한다. 그에 맞춰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군복을 입은 어린 남성 군인은 음악에 맞춰 유머러스한 춤을 춘다. 몇몇 시민들도 함께 춤을 추고 모두가 깔깔 웃는 즐거운 시간이다.




아저씨 여기 국화 축제 가려면 어떻게 가야 돼요? 횡단보도 가판대에서 귤을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동기가 지도를 찾아볼까요 하는 사이에 내가 물었다. 나는 지도를 찾기보다는 주민들에게 묻는 편이다. 이렇게 지역 주민과 대화를 해보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쪽으로 쭉 가서 내려가면 요 도로가 나오는데 계속 쭉 가면 된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 같다. 역시나 아저씨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판대 옆 두 명의 아저씨들도 거든다. 감사합니다 저 시장을 지나가면 되지요?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지나가면서 들었는지 또 다른 아저씨가 나타나서 또 설명을 해준다. 봤니 얘들아 창원 주민들의 정이야!


어시장을 지나 뽈뽈뽈 내려가니 국화축제 입구가 보였다. 바다도 보인다. 바다 근처여서 그런지 바닷바람에 머리가 날린다. 나들이 나온 기분이라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국화축제에 사람이 엄청 많을 거라고 하던데 이 정도면 사람이 많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국화로 된 여러 조형물들이 조성되어 있고 바다도 잘 보였다. 축제장에는 각종 먹거리와 문화행사 체험 부스가 있었다. 와 같이 셋이 사진 찍어요! 여기저기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날은 따뜻하고 국화 향은 아주아주 은은하게 달콤했다.

막내가 우와 터키 아이스크림이닷!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쏠게. 터키에서 온 듯한 아저씨가 파는 터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바닐라와 초코의 조합이 맛있었다. 쫀득했다.



40분 정도 106번 버스를 타고 상남동 쪽으로 왔다. 30-40분 정도만 가면 돼.라고 말하니 역시 수도권 사람들은 30분이면 짧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린 한 시간은 기본이니까. 그리고 여기는 카드 뒤로 내릴 때도 찍냐고 물었다. 광주에서는 환승할 때만 찍는다면서. 버스 맨 뒷자리가 세 자리여서 같이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동기 내 CC가 생겼다는 얘기, 지사 별 분위기 얘기, 가족 얘기 등을 나누었다.


롯데백화점 부근에서 내려 창원에 도착하였고 대로변으로 나오며 여기는 되게 서울 같지 않아? 하니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두 눈이 동그래지며 여기는 광주의 상무지구 같다, 저기는 아문당(아시아 문화전당이라고 한다) 같다, 아문당 앞에 빵집이 많다 등등의 얘기를 쏟아냈다. 광주 사람의 시선으로 새로운 도시를 본 감상을 들으니 또 새롭다.

필터가 필요없는 자연의 예술성

돌아가는 버스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용지호수를 산책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이런 호수도 있고 주변에 공원도 산책길도 잘되어 있는 것이 새삼 감사한 일임을 느꼈다. 나는 어느새 창원의 장점을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되었다. 창원 진짜 좋지? 동기들은 창원에 반했다. 언니는 벌써 정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광주에 와도 진짜 적응 잘할 것 같아요. 다음엔 광주로 오세요. 아 그럴까. 다음에 2지망에는 광주 적을까? 광주엔 여자 관사 자리 좀 남아있니 라고 물으니 아 2-3년 뒤에 오셔야 돼요. 2호선 개통되면! 그래야 회사 앞까지 편하게 다녀요. 집 근처 연고지로 가고 싶은 마음 반 나머지 반은 여러 지역을 여행하듯 살고 싶은 마음 반이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어떤 아줌마가 아가씨 여기 세븐 일레븐 같은 게 있어요?라고 물었다. 아, 아파트 내에는 없는 것 같고 저기로 쭉 나가시면 편의점도 있고 마트도 있어요.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도 있다니. 어느새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창원 사람 다됐네.



지금 서울엔 비가 오나보다. 비오면 좋잖아. 감기 걸리면 책임 질꺼야? 헬스하는 사람은 감기에 안걸려(친구의 일상 얘기의 시작과 끝이 맨날 헬스장 간다여서 나는 항상 좀 다른 얘기좀 없니 라고 말한다). 아 나 헬스하는 남자지. 좀 전에 김밥 사러 나갔다 오는 길에 빗방울 두 개정도 맞았는데 글을 쓰는 지금 여기두 번개가 무섭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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