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복잡한 대도시야

by 모네

누비자를 타고 도착한 남산시외버스터미널은 부산에 가는 사람들로 길게 줄 서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부산에 가볼 요량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마다 부산에 가보셨냐, 어디 가면 좋으냐 하고 물었다. 부산 출신, 부산에서 학교 다닌 사람들은 물론이고 창원에 살아서 부산까지 30-40분 거리에 사는 동료들에게 부산 가봤냐는 질문은 참 엉뚱한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산에 처음 가보면 남포동에 가면 구경거리가 많다고 했다. 나도 한 지역을 여행하면 시장을 항상 방문하는데, 국내 시장은 특색 없이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 들고 딱히 살 게 없으면 굳이 들리고 싶지는 않다. 국제시장이니 자갈치시장이니 깡통시장이니, 무언가 부산에 가면 꼭 들려야 할 것 같지만 마산의 어시장이나 올해 갔던 주문진이나 차이를 못 느꼈다.



무인기계에서 4300원을 내고 사상가는 버스표를 발권했다. 좌석 예매 없이 선착순이었다. 줄이 길었지만 두 줄씩 되어있는 버스여서 기다리는 인원이 모두 탔다. 나는 맨 뒷자리 바로 앞 좌석, 이미 아주머니가 한 칸 앉아있는 옆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뒤에 앉을 거라면 한 단 위에 있어 정면을 보면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낫다.


그래도 조오금 익숙해진 창원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초행길이라 낯설고 긴장되었다. 올 겨울, 리스본에서 오비두스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도 그랬다. 처음 가보는 길이어서 버스 시간 맞추는 것도, 제대로 올라탄 것은 맞는지 약간은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마침내 버스가 출발할 때의 안도감. 버스가 안내해줄 45분을 편안하게 즐기기로 마음먹을 때 주변에 탄 사람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너무 덥다며 겉옷을 벗었다. 창문도 조금 열었다. 벗은 옷 속에는 화려한 꽃무늬의 모포 소재 옷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낡은 톤이면서 갖가지 꽃들의 색이 통일감이 없는데, 제일 큰 문양으로 주된 꽃은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큰 나무색이었다. 마른 주황색.


창원에서 부산 사상까지 가는 길은 창원을 빠져나오는데 길이 약간 밀렸다. 저 이제 출발해요. 어제부터 부산 여행 중인 동기가 있길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해서 문자를 보냈다. 10시 반인데 길 밀리니 1시간은 걸리려나.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틀었다. ‘이제 일어나서 각자의 길을 가자-‘ 마산의 카페에서 나오던 노래를 리스트에 넣어놨었다. 내 이어폰의 치렁치렁한 흰 줄이 나는 좋다.


예상 시간 45분이 아닌 35분 만에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커다랗고 사람이 많아 복잡한 터미널을 빠져나오니 그늘이 져서 쌀쌀했다. 오늘 낮 기온이 20도라 더워서 까만색 코트를 입고 나오다 다시 들어가 벗고 나왔다. 새빨간색 스웨터 소매에 손을 집어넣고 지도가 15번 버스를 타라고 안내해준 길을 따라 걷는데 정말 큰 아디다스, 나이키 매장이 나왔다. 우와 정말 크다. 리스본 지하철에서 막 나왔을 때 골목에서 본 큰 브랜드 체인점을 만난 느낌이다. 리스본에서도 예쁜 운동화를 찾아 나이키를 들어갔었는데 결국 못 사 왔다. 이곳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못 본 색은 있는데 끌리는 예쁜 운동화가 없어서 나왔다. 없을 줄 알았어. 오래 신어 결국 버린 꽃무늬 나이키 운동화가 그립다.


동기와 만나기로 한 BIFF 광장 근처로 안내해 줄 버스에 올라탔다. 외국여행을 하며 버스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이들 역시 다 새로운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왠지 이방인 같다. 그렇지만 외모로는 서로가 누가 현지인인지 구별이 안 가는. 좀 전에도 나이키 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여 아가씨예, 서면 가려면 어떻게 가야됩니꺼. 아.. 저도 오늘 처음이에요.


부산 사람들은 성격이 급한가 보다 라는 결론을 단 두 명을 보고 내린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버스 벨을 누르고 내리는 입구에서 도착도 하기 전에 한 계단 내려서 기다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내리는 장면은 부산에 와서 처음 보았다.



같이 밥 먹기로 한 한 살 위의 남자 동기는 해운대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고 있는 중이었다. 자갈치역에 25분 후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일찍 도착했네요 구경하고 있을게요. BIFF 광장, 한글로 발음하면 비프 광장이 되는 거리는 처음 와봤는데 길거리 음식 점포들이 쫘르륵 있는 게 굉장히 명동 같았다.


다양한 속을 골라 넣어 즉석에서 꼬마김밥을 싸주는 것도 맛있어 보이고 떡볶이도 맛있어 보인다. 저번에 부산에 왔을 때 깡통시장에서 먹은 떡볶이와 물떡은 그냥 그랬는데. 나중에 또 오면 떡볶이를 다시 먹어봐야지. 저 멀리 씨앗호떡을 판다. 어슬렁거리면 아줌마가 줄 서는 곳으로 밀어 넣는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들이 신나 보인다. 몇 개? 하고 한 명씩 수금을 해간다. 난 현금 없이 다녀서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었다. 계좌이체돼요? 하니 바로 명함 같은 거를 꺼내 준다. 확인 내는 안 한다. 아가씨가 알아서 안 내고 먹고 가라,라고 유쾌하게 말하면서 내 뒷사람에게는 몇 개, 삼십 개? 삼십 개 사가면 싸다~ 장난이다~ 하고 수금을 한다.


씨앗호떡은 우리가 먹는 호떡과는 달리 작고 좀 더 튀긴 느낌인데 씨앗이 들어가 있는 것은 고소하지만 딱히 계속 사 먹을 맛은 아니다. 게다가 씨앗을 흘리기라도 하면 으아악 주위의 비둘기들이 달려들어 다리를 껑충껑충 빨리 걷게 된다. 이따 만나게 되는 동기는 여행을 거의 해보지 않은 여행 초심자로, 온 김에 먹을 수 있는 건 먹어보고 본전을 뽑자는 주의인데 불행하게도 씨앗호떡을 먹어보지 못했다. 다시 찾은 씨앗호떡집엔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해야 했고, 결국 용두산 공원 가는 길에 기름 쫙 빠진 다이어트 호떡을 발견해서 이거라도 먹으라고 하니 두 개 사서 나를 하나 주는데 너무 웃겼다.

점심은 돼지국밥을 먹었다. 국밥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혼자였으면 사 먹지 않았을 메뉴였으나 동기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부산 출신인 사람들이 항상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이지 라고 말했던 터라 흔쾌히 먹자고 했다. 시장 근처 대기 줄이 한 팀 정도 있어 왠지 맛집 같아 보이는 집에서 대기했다. 동기도 서울 출신이라 우리는 촌스럽게도 ‘내장 없이, 밥 따로’를 주문했고, 어떻게 먹는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구지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옆 테이블 소리에 내가 정구지가 뭔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연히 몰랐다. 정구지는 여기 부추예요! 하니 벌써 사투리 잘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저도 00 씨가 여 정구지좀 드릴까예 하는데 뭔지 도저히 몰랐어요.


돼지국밥의 국물은 짤 줄 알았으나 새우젓을 몇 번을 넣어도 될 정도로 담백했고 고기의 질은 정말 좋고 맛있었다. 입구에서 아줌마가 몇 번에 나누어 국물을 담는 것을 보았는데 장인 같았다. 와 맛있다. 서울에 있는 부산 출신 카톡방 친구들에게 자랑의 사진을 보냈다.


자갈치 시장

내가 건강을 회복 중인 엄마에게 보낼 생선을 사러 간다고 하니 동기도 자갈치 시장을 둘러본다고 해서 밥 먹고 헤어지지 않고 같이 다녔다. 부산 가면 뭐 사가? 엄마가 꾸득꾸득 말린 반건조 가자미를 먹고 싶다고 했다. 시장에 가니 반건조 가자미가 많았다. 민어 조기도 있고 참조기도 있고 다양해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전화해서 카톡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민어가 보양식이던데 민어도 싸면 보내. 여러 군데를 둘러본 뒤 아가씨예, 둘러보고 꼭 여기로 오이소! 했던 아줌마네 집에서 결국 사기로 했다. 가자미 얼마예요? 요 아침에 한기다. 2만 원! 이거 전체가요?! 그럼! 민어는요? 요 만원. 한 마리에요? 아니 요 바구니. 결국 4만 원어치 사고 배송비 만 원이나 들었지만 엄마한테 말하니 그래도 더 싸고 좋은 것이라 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쓰고 명함을 받아왔는데 잘 도착하길 바란다.


동기는 내가 가자미 사는 데 시간을 보내는데도 따라다녀 주었다. 내가 가자미 상태에 확신이 없자 검색을 해보겠다며 구글에 ‘가자미 상태’라고 쳐서 보는 것을 보고 빵 터졌다. 가자미 상태라니. 검색어가 너무 웃겨. 그러면서 자갈치 시장 저 멀리 언덕에 있는 마을이 감천마을이 아니냐고 했다. 언덕마을만 보면 다 감천마을이라고, 저길 가야 된다고 말해 촌스럽다고 놀렸다.


용두산 공원
올라가는 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관광객으로서 용두산 공원에 갔다.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는, 지도에는 패션 거리라고 써있는 곳은 정말 옷가게가 많았다. 가로수길스러웠는데 아시아인 외국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용두산 공원 입구에서 가는 코스를 올려다보니 약간의 산행을 해야 한다. 동기가 물을 꺼내길래 입대고 마셨냐고 하니 하나 더 있다며 새 물을 주었다. 오 목말랐는데 감사.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목을 축였고 쉬면서 동기의 핸드폰을 빌려 사진을 찍었다.

어제 투명케이스가 누래져있는 것을 보고 벗겼더니 새빨간 게 예쁜데, 오늘 입은 스웨터랑도 조화로워 남기고 싶었다.


용두산 공원 계단을 오르면서 칭다오 신호산 공원을 오르던 일과 루앙프라방의 일몰을 보기 위해 올랐던 푸시산 가는 길이 떠올랐다. 물론 오르는 코스가 완전히 가벼워서 푸시산 오르는 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용두산 공원에 올라 보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전망대를 가려면 8천 원이나 내야 해서 가지 않고 조금 둘러보다 내려왔다.


어제 출장 가는 길에 대화한 분이 부산 출신이어서 롯데백화점 옥상에 올라가면 두시마다 영도대교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사실 큰 관심은 없지만 같이 걷던 동기는 보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두시를 넘겨 보지 못하고 어디 갈지 고민하다 서면에 있는 전포 카페거리에 가보기로 했다. 남포동에서 서면은 거리가 꽤 될 텐데, 라고 다른 직원이 말했던게 떠올랐지만 서울 수도권 사람에게 30분 정도는 가볍다.

자갈치라는 명칭이 귀엽다

덕분에 부산 지하철도 타보네. 지하철을 찍고 내리는데 부산교통공사라고 쓰여있다. 우리 회사 인턴 전환에서 탈락하고 부교공에 합격해서 갔다는 사람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사람의 회사에서 관리하는 곳이겠군. 사실 평생 지하에서 근무할 생각을 하면 나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서교공 서류만 내놓고 필기시험에 가지 않았었다.


어쨌든 서면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다. 지하철도 그렇고 역도 그렇고 창원에서 볼 수 없는 여유 없는 장면이다.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지하철에 외국인들도 보였다. 난 동기의 배낭 가득 무거운 걸 알고 있는데 그는 흔쾌히 중국어를 쓰는, 아버지뻘 이상되는 아저씨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자녀들인지 일행은 내게 씨에씨에, 인사했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잘 못 알아듣겠어서 수화음을 최대로 높였다. 굉장히 사투리로 말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고 혹시 아까 생선산 집인가 싶어 생선이요? 했더니 ;₩(@:”@(<${+{^]••세탁~$£•#=|${+^#] 이라고 했다. 무릎을 탁 치며 오전에 허리를 줄이려고 세탁소에 정장 바지 맡긴 게 생각이 났다. 아, 그러고 보니 생선집에는 엄마 번호를 썼구나. 뭐가 다 되었다는 걸 보니 월요일에 바지를 찾으러 가면 되겠다.


이제 대면 사투리는 약간 익숙해졌는데 전화 사투리는 영 못 알아듣는다. 듣기 평가 수준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서 수화기를 귀에 바싹댄다. 다른 소리를 안 들리게 귀를 완전히 막아버리겠다는 의지로. 업무 중에도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내가 걸기도 하는데, 내가 거는 건 그래도 내가 용무가 있어 거는 거라 대략 내용을 파악하는데 오는 전화는 외국어 수준으로 못 알아듣는다. 계속 네? 네? 하기도 죄송하다. 한 번은 정말 외계어 수준이어서 그 많은 말 중 채 씨 시라구요? 하고 말하다 지나가는 경상도 출신 동료에게 손을 들어 대신 좀 받아달라는 눈빛을 보내며 바꾸어주니 채 씨가 아니라 진주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전화를 끊은 동료에게 와~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다 알아 들어요? 하니 자기도 여러 사투리가 어려울 때가 많다며 내가 전화받는 모습은 거의 외국어 만난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서면역에 도착했다. 카페거리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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