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Jan 01. 2020

새해 감흥 별로 없어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뭐하세요?”

“크리스마스엔 뭐하세요?”

“새해인데 뭐하실 거예요?”


사람들이 안부처럼 물을 때마다 나는 그냥 뭐 집에 있을 거다,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벌써 12월이 되었네, 한 해가 끝나가네, 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이상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냥 공휴일, 빨간날이라는 생각에 주말처럼 느껴진다.


유럽에서 공부할 때 보면 크리스마스, 연말 기간엔 유럽인들은 가족이 있는 고향집으로 열흘, 2주씩 다녀오고, 미국인 친구들도 이때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연인이 있으면 연인을 가족으로 초대해 함께 보내는 문화로 느껴졌다. 한국은 성탄절이 연인과 함께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문화로 정착된 것 같다.


2019년 마지막 날, 옆 부서는 두 명 빼고 다 휴가를 내서 막내 직원 혼자 전화를 받느라 고군분투했고,

우리 부서도 오후 반차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최소 인원만 남게 되었다. 딱히 할 일 없이 옆 자리 양 옆, 대각선 자리 동료의 전화를 하루 종일 당겨 받다가 한 고객이 다른 건 아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전화를 한 것이라 했다. 고객은 나에게 건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예기치 않게 덕담을 해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전화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아기자기한 일들이 많이 있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오늘, 보일러를 뜨뜻하게 해 놓고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밀린 책도 좀 보고, 냉동실에 얼린 남은 피자를 데워 먹고 휴식을 즐겨야겠다. 지루해서 본 영화를 또 보지는 않지만 그레타 거윅 영화를 하나 다시 볼까 싶기도 하다.

<프란시스 하> <매기스 플랜>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방황하는 소녀들>, 직접 연출한 <레이디 버드>를 봤는데 캐릭터를 통해 그레타 거윅이 표현하고자 하는 삶이 뻔한 삶이 아니어서 공감이 된다. 영감이 되는 문장과 상황들을 던져주고, 기존, 주류에 대한 의문, 삶과 가치관에 대한 깊은 꼬리물기 생각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뉴욕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의 삶과 가치관과 다르면서도 비슷하여 재미있고, 뉴욕의 삶 속을 간접 체험하는 것도 흥미롭다. 영화 때문은 아니지만 내년 휴가는 꼭 뉴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뉴욕에 가서 작은 연극들을 보고 싶다. 그냥 대학교 동아리가 하는 연극 같은 것이라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최근에 본 Mistress America라는 영화가 너무 좋았다. 특히 그레타 거윅의 입을 통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I wasn’t just brought up that way.”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캐릭터와 이 말을 하게끔 하는 상황들. 나도 자주 느끼는 감정인데, 뭐라고 표현할지 를 몰랐던 차에 그 감정을 착 하고 표현해주는 말을 찾아 정말 기쁘다. 곧 개봉하는 그레타 거윅의 연출작 <작은아씨들>은 또 어떤 감성으로 담아낼지 굉장히 기대된다.


기존 직장 문화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접한 동료들은 내가 통통 튄다며, 종종 당황스러워하기도 하며, 나의 캐릭터를 신기해하면서도 귀여워하며,

“서울 사람들은 원래 다 그래요?”라고 묻는다.

“아니 저만 그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에선 바나나 피자와 케밥 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