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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18. 2020

소설 한 권과 루이보스티

래리 브래드버리 <화씨 451>

석운동 카페 @greennote

책을 읽고 소지하면 책, 집 전체, 그리고 그 사람까지 태워버리러 방화수가 출동하는 사회를 그린 소설 <화씨 451>.  방화수인 주인공 몬태그는 ‘도대체 이 사회는 왜 책을 불태우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책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렵사리 한 교수를 만나게 되고 세상 곳곳에 여전히 목숨을 다해 책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작가 래리 브래드버리는 노 교수의 입을 통해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왜 책 읽기가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첫째, 책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질이 좋다.

둘째, 우리에게 충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며,

셋째, 이를 통해 배움을 실행에 옮길 권리를 갖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발견할 것이오. 끊임없이 넘쳐나는 이야기와 깨달음을 발견할 것이오.
책들은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숨구멍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지는 삶의 이야기들을 전해 준다오.



전쟁에서 불구자가 된 남편과 살고 있는 채털리 부인은 남편이 고용한 사냥터지기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과 희열은 진지하고 솔직하며 그 여인의 전부이다. 일생에 이런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진 남작 부인으로서의 명예, 부, 존경을 모두 버리고 사냥터지기를 따라가서 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을 보면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랑을 느끼는 과정과 생각, 느낌의 묘사가 공감이 간다(D.H.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1,2).


불륜 후 남편에게 얻은 벌로 메이탄 푸라는 역병이 창궐한 지역에 들어가 ‘역병의 한가운데서도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는 수녀원’을 보며 숭고함을 느끼고시골 풍경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 대자연과 긴 시간의 흐름 속 너무나도 작은 존재인 나 자신을 깨달은 키티.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느낀 타운센드라는 남자와의 불륜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는데, 역병으로 결국 남편을 잃고 말았다.


편견, 콩깍지, 나를 둘러싼 작은 세계, 좁은 세계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과 인간관계라는 베일에 씌워질 때, 그리고 그 베일이 벗겨져 잔혹한 현실을 마주함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으로 그 잔혹한 현실 속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우리는 성장한다(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봉사하는 일에서 영혼을 재충전하는 길을 발견했다. 아이들의 신뢰를 느끼며 독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이 그녀의 상상력을 일깨웠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시작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굳건해졌다.

각자의 가슴에 수치스러운 비밀을 품고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피해 평생을 살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틀 무렵 은은하게 반짝이는 새벽이 말끔한 평원에 동화 속의 황홀경을 자아낼 때면, 제법 쌀쌀해서 후에 찾아드는 온기가 반가울 정도였다. 키티는 그 온기를 만끽하며 지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파란 하늘이 얼마나 절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전에는 결코 몰랐다. 길 위로 너무나 예쁘고 우아하게 기운 대나무 숲에서 또 얼마나 즐거웠던가, 자유! 그게 바로 그녀의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생각이었고, 비록 미래는 아주 희미했지만 아침 햇살이 드리운 안개 낀 강물처럼 다채롭게 빛났다.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올 가을에 읽으려고 산 책


당신은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놓고 잠깐 생각에 잠길 수도 있소. 현실에선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여유를 배려받을 수 있소.
안성카페 @칠곡상회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이 글을 읽고 책을 덮고 멈추어서 생각해 본다.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사람을 나눌 수 없다고.


파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에는 늘 사람의 피를 달아오르게 하고 뜻밖의 일에 대한 기대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활력이 넘쳐흐른다.

파리의 거리를 걷노라면 뭔가 모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파리에 대한 묘사를 읽다가 파리를 그리며 상상에 빠진다. 이 생각 저 생각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세련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걷는 날씬한 파리 여성. 중년이지만 근육이 있는 건강한 몸에 땡땡이 리본 원피스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멋있는 여성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상상. 파리가 나오는 영화도 생각이 나고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도 떠오른다. 이 책을 읽다가 ‘골루아즈 담배’가 어감이 좋아서 노트에 써놨는데. 자기 또래의 익숙한 남자와 새로 나타난, 열네 살 연하의 스물다섯의 어린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폴이라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그녀의 사랑과 선택을 응원했는데.



Tavalon 루이보스 빌베리

루이보스 빌베리 차의 향을 정말 좋아한다. 행복해지는 향이다. 창문을 살짝 열어 놔 약간 서늘한 공기를 맡으며 가을 색과 향이 나는 차를 한 잔 우려서 소설 한 권 끼고 읽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편안하고 안정된다. 여유가 생긴다.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희열을 느끼게 하는 문장을 만나면 살아있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유브 갓 메일>

편안하게 누워 <유브 갓 메일>이라는 90년대 뉴욕 배경의 영화를 보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뉴욕 거리를 보며 연말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상상 속에서 뉴욕 겨울을 걸었다. 번쩍번쩍한 조명과 높은 빌딩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올해 연말은 기분이 어떨까 상상한다.


유브 갓 메일의 여주인공이 운영하는 소규모 길거리 서점과 같은 따스한 분위기의, 느낌 있는 문양의 카펫이 깔려있고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한 서점에 가고 싶다. 영화에서 손님이 물으면 어떤 어떤 어린이 책을 추천하듯이 주인이 책을 직접 추천해주고, 작은 독서행사와 여러 이벤트가 열리는,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공간을 겸하는 곳. 예쁜 머그컵도 팔고 시나몬 라떼 향 가득한 그런 서점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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