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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n 27. 2021

빛이 나는 사람

한가로운 주말 11시. 가스레인지에 팝콘을 튀긴다. 팝콘 소리는 경쾌할 거란 이미지가 있지만 그 음이 밝은 건 아니었다. 치치-포포-푹푹 알갱이 튀기는 소리가 난다.


어제 신세계 백화점 마트에 갔다가 팝콘을 샀다. 팝콘을 찾기 어려워 계속 둘러보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중년의 여성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혹시 팝콘은 어디에 있어요? 다른 코너에 있던 직원이었기에 귀찮은 티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너무나 친절하게도 직접 막 찾아주려고 여기저기 찾다가 못 찾으니 다른 직원에게 요청을 해서 알려주었다. 미소와 태도가 감동스러웠다. 그 직원 역시 내일처럼 친절하게 찾아주었다. 원하는 팝콘을 얻든 얻지 못했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받은 그들의 태도와 인상이다. 그들의 친절과 서비스는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에 들어있다고, 그 사람들이 월급을 받으니까,라고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태도가 고객을 감동시킨다는 것,

활자로 보면 쉬워 보이는데 어렵다. 아니 어려우면서 쉬울 수도 있다. 내 일을 대하는 나의 마음 가짐에 따라 다르다. 일이 그냥 돈만 벌기 위한 수단인지, 그렇지 않은지 등등. 일을 하면서 불만만 가득한 사람도 많다. 나는 이런 일이나 할 사람이 아니야, 하는 태도(이런 일을 할 사람이 그럼 따로 있다는 소린가, 왜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절하하지)를 동료들에게 늘 내비치는 사람도 있고, 감사해야 할 복지 혜택도 늘 부족하다, 우리 회사는 미래가 없다, 하는 사람, 승진하자마자 안면 몰수하고 자신이 맡아줘야 할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고 타 부서에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 등. 그런 사람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같이 일하기 싫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직장이고 내 일이고, 내가 원치 않는 부서에 가게 되어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이왕 그 일을 지금 당장 피할 수는 없다면 그 안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원하는 곳으로 전보가 나지 않았다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티를 팍팍 내며 매사 비협조적이고 부정적인 에너지만 방출하는 사람이 부서에 있으면 정말 힘들다.


나도 지사에서 일할 때 고객응대 업무를 일상적으로 해본 적이 있다. 나는 고객에게 평이 좋은 직원이었다. 나에게 상담을 받고 싶어 하기도 하고 상담 후 돌아가는 발걸음에 만족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별로 크게 결과를 낸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이 고마워서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마음이 감동이 되었다. 진심을 다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예기치 않게 알아주는 표를 내주면 고마움을 느낀다. 재미있게도, 중매를 서겠다고 하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내일처럼 진심을 다했던 것 같다.  다른 시험을 준비하다가 이곳에 왔지만 난 이런 일이나 할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선택한 직장이고 들어와 보니 마음에 드는 점도 있고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조직이기에 한두 푼에 이직을 할 생각도 없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다 보면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원하는 부서에서 데려가는 기회도 생기게 된다. 지금 오게 된 새 부서에서도 재미를 느끼며 일하는 중이다. 이 부서에 와야지, 하고 골몰하며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행동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냥 나를 오며 가며 좋게 봐주는 사람들에 이끌려 자연스레 오게 되었다. 의도와 욕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고객을 돕는 일이 내 일이고, 만족하는 일을 하면서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도 받는다. 진정성 있게 한 명 한 명의 삶과 인생을 고려하다 보면 성과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계량화하여 판단하면 우리 부서 성과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는 일도 크게 보면 우리 부서와 지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가치와 아웃풋은 건건으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매달 받는 월급도 감사하니 성과급은 더 받으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안 받아도 내 인생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월급이 많아서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서,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과 마트에서 일하는 거의 대다수는 중년 여성들이다. 어떤 할머니들은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내내 손잡이만 닦는다. 아름답다. 노인들이 자기 일을 하며 시민들의 건강과 위생에 기여하고 돈도 벌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 할머니들이 저런 일을 하다니, 장애인이 저걸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이런 감정적인 태도에 나는 동의가 안된다. 오히려 무책임한 감정 표출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할머니들을 생각해주는 사람인  우위에 서는 모양새로 분석돼 불편하다. 경력 단절된 주부들이나 60 이상인 분들이   있는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고 너무 뻔한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이 노력해주어 개선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자기 일을 사랑하며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오히려 폭력일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가치를 보이는 것으로 레벨을 나누어 보는 폭력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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