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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5. 2022

때를 밀자

한 마리의 우럭처럼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다. 때밀이 아줌마는 내게 힘을 빼라고 했다. 아줌마가 다리를 벌리면 벌려놓은 대로, 옆으로 뉘이면 뉘이는 대로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에는 물 때가 가득하네, 하고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축 늘였다.


누운 채로 몸 전체를 밀고 난 뒤 발목 쪽 다리를 톡톡 친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다 옆으로 누우라는 건가 하고 누우니 계속 진행하였다. 벌거벗고 옆으로 누워 한쪽 다리는 접고 다른 쪽 안쪽 다리살이 밀리고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한 채 내맡긴 몸뚱아리.

옆자리에 누운 아줌마가 배를 밀릴 때마다 출렁출렁이는 뱃살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마음이 편안하다.

아줌마는 그러고 나서 또 한 번 톡톡 쳤다. 뒤집으라는 뜻이다. 어깨부터 등, 엉덩이도 밀고 발뒤꿈치까지 시원하게 민다. 누운 채로 이마로 대라고 한 뒤 목도 밀어준다. 그러고는 다시 톡톡 치며 다시 정면을 보고 누우라는 신호를 준 뒤 전신에 물을 쫙 끼얹는다. 잘못하면 귀에 물이 들어가니 고개를 약간 들어주면 좋다.


그리고 나면 목 뒤에서 한번 또 톡톡 친다. 이건 또 뭐지, 하니 답답하다는듯이 뒤에서 밀며 등을 세워 앉힌다. 아, 앉으라는 뜻이구나. 팔을 들어 밀어준다. “대지 마.” 하길래 네? 하니 팔꿈치를 가급적 대지 말라고 한다. 새까매진다고. 아가씨가 민소매 같은 거 입으려면 팔꿈치가 하얘야 해, 하고.


때를 밀고 나니 몸도 가벼워지고 노곤 노곤해진다. 몸무게를 재보니 들어갈 때보다 100그람 정도 줄어든 것 같다.



https://youtu.be/Y8kW5Qv52m8

오늘의 음악! Jasmine Thompson, Old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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