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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l 11. 2022

마침내

깜. 빡.

눈을 깜빡이며 속으로 깜. 빡. 하고 되뇌었다. 버스 창 밖으로 빵집에서 나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영상이 보이면 무의식 중에 시선이 따라가듯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내 오른편에 앉은 남성은 의식이 되는 듯 부자연스러워 보이길래 시선을 다시 버스 안으로 돌렸다. 뒤편에서 보니 앉아있는 사람이든 일어서 있는 사람이든 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며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온 카톡에 바로 답장을 한다.


하차문 근처 봉을 잡고 서있는 여학생은 나이키 흰색 양말을 발목 한참 위까지 올려 신었는데 덥지는 않을까 생각하다가 그가 쥐고 있는 초코에몽을 보고 와, 꿀떡꿀떡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초코에몽의 노란색이 하차 태그의 노란색과 조화를 이루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막 요가를 다녀오는 길이라 목이 말랐다. 요가 학원에서 정수기로 한 모금 마셨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얼른 집에 가서 생수를 컵에 따라 한 번에 마셔버리고 싶다.


오늘은 아쉬탕가 요가 수업이 있었는데 어려웠다. 빈야사 수업은 쉬지 않고 정신없이 이어지다 어지러워 순간 앞이 보이지 않기도 했는데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누워서 가부좌를 틀어 허공에 띄우고 손을 바닥에서 띄우랄지,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한달지 하는 건 도저히 따라 하기 힘들어 포기하였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포기하는 걸 그냥 두고 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무서워요, 하고 안 하고 싶음을 표현해도 한번 해보세요, 도와드릴게요, 하고 해보게 한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저번에 플라잉 요가를 할 때 거꾸로 매달리는 게 너무 무서운데 계속 시도를 하게 한 그 사람이다. 포기를 모르는 선생님!


오늘은 그래도 간밤에 비가 와서인지 날이 아주 무덥지는 않다. 주말엔 최고기온이 35도 정도였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였다. 푹 파인 끈나시 원피스를 입고 헐벗고 다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햇빛이 모든 걸 다 바삭바삭하게 말려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더위에도 다들 몸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금요일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 서있다가 다리에 벌레 물렸는데 너무 가려웠다. 주말엔 그 부위가 땡땡하게 부어올라 걷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잠결에 얼마나 긁었는지 지금은 카키색 바탕에 피멍이 크게 든 모양으로 남아있는데 다행히 처음만큼 가렵지는 않다. 지금은 왼쪽 가슴이 더 가렵다. 노브라 상태라 길을 걷다 살짝 긁어도 보는데 가려움이 해소가 안돼서 답답하다.

@광주 양림동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내리면 걷는 구간에 더워서 집게핀으로 머리를 틀어 올린다. 일주일 전 대프리카를 갔다가 땀이 가슴을 타고 흘러 지나가던 상점에서 산 집게핀을 하고 있었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머리를 묶은 게 예쁘다고 했다. 대구를 갔던 주말에는 광주에 갔었는데, 도저히 걸을 수가 없는 더위였다. 속옷까지 흠뻑 젖어서 진이 빠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체감은 40도가 넘었던 것 같은데.


왜 이리 기분이 좋고 즐거울까. 기분 좋은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고 별거 아닌 것에도 웃음이 난다. 길을 걷다 생각나서 혼자 소리 내서 웃는다. 이제 배가 아프지 않아서 그런지 식욕도 마구 돋는다. 점심에는 선팅이 찐하게 된 은색 벤츠를 탔는데,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부서원들이 뭐 먹었냐고 물어봤다. 돈까스요! 하니 벤츠를 타고 돈까스를 먹냐고, 한 사람이 시니컬하게 농담했다. 나는 선팅이 아주 찐해서 비밀 연애하기에 좋겠다고 했다. 오늘 내 은색 빤짝이 치마랑도 잘 어울린다고 했더니 그는 뭐, 차를 뺐을 거야? 하고 말했다.


 생각을 편하게 털어놓을  있는 사람은 좋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줄줄 털어놔도, 남을 애써 배려해 말하거나 착한 사람인  포장하며 말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는 대상에게 말하는 순간이 좋다.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질  같다. 각자에게 이런 사람은 탈모 예방자다.


생각을  해내고,  남들도   있는 생각이라도 이것저것  엮어 구성을  해내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글의 가장  요소인데 이를 가치 절하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생각도 뛰어나고  생각을 바탕으로 일하는 것도 아웃풋도 남다른데 일을 잘한다고 칭찬하지는 않고 걔는 글을  , 하고 뉘앙스로서 능력을 축소해서 언급한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애써 깎아내리는 것인지, 좋은 글을   모르는 사람인 것인지, 글을  쓰는 사람의 가치를 모르는 것인지.

@광주 문화전당역. 형광 주황색으로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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