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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an 05. 2024

사내연애 목격의 희열

주말에 서울에 갔다. 처음 가본 동네였으며 밥집을 찾아 이 골목 저 골목 들어가다 문 연 집에 들어갔다. 밥을 시키고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낯선곳에 느닷없이 익숙한 그림이 잡혔다. 대각선 멀리 직장동료 남녀 둘이서 해물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뜨악. 내 눈이 보는 게 맞나? 하고 너무 놀랐다. 처음에 든 생각은 저 둘이 왜? 둘이 커플이다! 99퍼센트의 확신으로 둘은 사귄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평소에 오지도 않는 곳에 랜덤으로 길 걷다 만난 식당에, 밥시간도 아닌 때에 저 둘을 목격한 거지? 진짜 우연이기에 너무나 신기하고 절묘하다.


그러면서도 크게 희열을 느낀 것이, 월요일에 회사 가서 어떻게 골려주지, 하고 드는 생각이다. 저 커플 중 여자 동료는 평소 질투와 욕심이 많다. 남을 잘 깎아내리며, 미화원을 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보아 얘는 영 인성이 아니다 싶어 빠르게 손절을 했다. 여왕벌처럼 사람들이 자기만을 위해 환호해 주길 바란다. 나에게도 대놓고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며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를 어떻게 괴롭혀줄지 도파민이 뿜어져 나와 잠도 안 왔다.


다음날 오전, 마침 그 남자 부서에 볼일이 있어 그 부서를 찾아갔다. 볼일이 생긴 것에 소리 내서 환호했더니 우리 부서 동료들이 쟤 왜 저래, 하고 쳐다봤다. 잠깐 00 부서 좀 다녀올게요~ 하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그 부서로 갔다. 그 부서 사람들 몇 명이 있었다. 용건이 끝난 뒤 그 남자의 자리에 다가가 말했다.


“오, 거기 해물탕 집 맛집이에요?” 하고 물었다. 컴퓨터를 보고 있던 그 남자는 네에?! 하고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해물탕집 맛집이냐고요. 어제 00 하고 둘이서 같이 밥 먹던데! 국자로 친절히 퍼주던데요?” 하니 엄청 당황해하며 얼굴이 쌔빨개 지면서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와 100프로다. 신난다! 하고 생각했다. 평소 사내에서 같이 다니던 그 둘을 의심했던 동료들이 목소리 크게 말한 내 얘기를 듣고 자리에서 풋, 하고 웃는 게 보였다.


왜 크게 얘기하냐고 하면 왜 뭐, 남녀 동료 둘이서 주말에 만나서 밥 먹을 수 있지,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걸 비밀스럽게 말할 필요가 있나? 하는 나 스스로의 떳떳함을 마음속에 가진 채 모른척하며 얘기를 지속했다. 그 남자는 다시 침착한 척 대화 주제로 돌아오며, 아, 그 동넨 왜 오셨어요? 하고 물었다. “아, 거기 그냥 뭐 사러 갔다가 배고파서 밥집도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갔는데 괜찮더라고요? “ 아 네. 하며 그는 말을 돌렸다.


그가 여자에게 이 일화를 무조건 말할 텐데 왜 하필 나에게 걸려서, 하고 아찔해할 걸 생각하니 고소하고 신났다. 늘 정신고문과 복수에 희열을 느끼는 나. 이런 게 일상 속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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