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순이는 한 달 살기 전기요금 얼마나 나올까

치앙마이(6)

by 모네

까칠한 도시여자 같은 이미지 덕에 "되게 검소하시네요."라고 말하며 놀라는 표정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놀라는 때는


쪄 죽기 직전이 아닌 한 에어컨을 안 튼다(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학교 빈 강의실, 회사 빈 회의실에 혼자 가동중인걸 보면 에어컨과 불 모두 다 끄고 다닌다)

택시를 절대 안 탄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네일아트를 절대 안 한다

음식점이 비싸다고 생각 들면 다른 식당에 가자고 한다

비싼 호텔에 묵지 않는다


정도가 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함도 있지만 불필요한 낭비를 싫어해서 호텔 방에서도 참을만하면 에어컨을 잘 키지 않고 금방 끈다. 동남아보다 더운 한국에서도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자지 않았어서 치앙마이는 한국보다 선선한데 왜 다들 에어컨을 키고 잔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왜 선풍기를 먼저 틀 생각을 안 하고 에어컨부터 켤려고 하냐, 에너지 많이 들게 왜 TV 큰 화면으로 유튜브 음악을 틀어 놓냐 핸드폰으로 틀지, 싱싱고실에 과일 상하도록 안 먹는데 과일을 왜 또 사냐, 오래된 반찬이랑 곰팡이 설은 것 좀 버리지 왜 계속 두냐, 주부가 냉장고 관리가 그게 뭐냐, 설거지하기 아깝게 뭘 그렇게 접시를 꺼내냐, 알뜰폰을 쓰면 싼데 왜 안바꾸냐'라고 하면 엄마가 시어머니랑 사는 거 같아서 살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전현무 불효짤 다시 소환)


한국에서는 택시를 탄 것은 인생에 손에 꼽는다. 빈혈증세가 심해 쓰러진 엄마와 급히 대학병원을 갈 때 급의 위기 상황 정도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데 굳이 택시를 타지 않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회사 지각 위기여도 택시는 절대 안 타고 차라리 30분 시간제 휴가를 쓴다. 택시 타기 싫어서 대중교통이 끊길 시간이 되도록 밖에 있지를 않고 그전에 집에 온다.


치앙마이에서도 혼자서는 택시를 탄 적이 없고 바이크를 불러서 탄다. 엄마가 놀러 왔을 때 공항까지 바이크를 불러서 데리러 갔고 올 때는 두 명이라 택시를 불러서 집에 왔다. 버스가 있었으면 버스를 탔을 텐데 치앙마이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아쉽다. 다행히 공항이 가깝고 오히려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 공항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너무 상쾌하다. 얼마 전에는 센트럴 페스티벌이라는 쇼핑몰에 바이크를 타고 가는데 고속도로 같은 것을 타고 달리는데 괜찮을까 싶지만 오토바이를 부르니 왔다. 거리가 약간 있어서 택시비가 왕복 만원이 넘는데 오토바이비는 반 값도 안되니 나에게 택시 선택지는 고민도 없이 지워진다. 안전이 담보가 안되니 조심조심 주의를 하며 탈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같은 데를 70 정도로 쌩 하고 달리는데 속도감이 너무 크고 조금씩 빗방울도 떨어지니 우박처럼 따끔따끔하다. 아무리 바이크를 자주 탔지만 이건 좀 무섭다. 사고 나면 완전 저세상 갈 것 같다. 그래도 올 때도 바이크를 탄 나.


동남아에 오면 만원 이쪽저쪽으로 네일, 페디큐어를 할 수 있어서 여행 오면 항상 받는다. 회사나 학교에서 타자칠 때랑 지하철에서 핸드폰 할 때 여자들 손톱소리가 너무 거슬리길래 폐 끼치기 싫기도 하고 손톱을 진중하게 기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동남아 네일 가격을 아는데 굳이 한국에서 그렇게 비싼 값을 주고 네일을 받는 건 진짜 돈 아깝다. 동료 중에는 네일샵을 정기 결제 해놓고 주기적으로 가서 바꾸고 화려하게 단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돈 아깝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두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존중하지만 나는 네일에 그만한 만족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치앙마이에서도 한국 여자들이 500바트도 싸다고 예약하고 몰려가는 네일샵에 가지 않고 와로롯 시장 안에 있는 100바트짜리 네일을 받는다. 나에게는 100바트짜리 네일샵이나 500바트짜리나 효용 차이가 크지 않다.


쨍한 레드로 칠한 발이 엄지발톱을 빼고는 벗겨지기 시작해서 내일 시장 근처에 갈 일이 있는데 이번엔 까만색으로 해봐야겠다. 현지에서 산 로컬 감성 있는 샌들을 신고 다니는데 샌들 라인만 하얗고 주변이 까맣게 타기 시작했다. 챗 지피티에게 까매진 발에 어울리는 페디 색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블랙과 화이트, 피치 오렌지색 계열 등을 추천해 준다. 뭐 색깔을 섞는 것도 추천해 주던데 그냥 풀 컬러로 발라도 충분히 만족한다. 색깔 차트에서 색깔을 요리조리 고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나의 절약 스토리를 들으면 대단하다 놀라기도 하고 다시 보기도 한다. 의외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한 게 나는 내가 좋아하고 가치를 두는 것에 소비를 하는 것은 아깝지 않아 한다. 밥을 잘 사기도 했다(지금은 무급이라 더치페이여서 과거형). 나는 좋은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고 최신 아이폰을 쓴다. 비싼 브랜드를 입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티나지 않는 이너도 좋은 브랜드를 입는다) 비싼 브랜드는 소재가 마음에 들고 라인이 예쁘다. 딱 봐도 고급스럽고 클래식하게 몸의 라인을 예쁘게 보여주는 그런 옷을 좋아한다. 고액 연봉받는 디자이너들이 만드는데 뭐라도 다르지 않겠는가. 우리 회사 직원들이나 나보다 연봉이 높은 또래들도 일상에서는 잘 안 입는 브랜드를 입는데 옷이 걸려있어 보거나 옷이 예쁜데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면 그렇게 비싼 브랜드를 입냐고 놀란다. 100만 원 대 옷도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까워하지 않고 산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아울렛에서 자주 사는 편이다. 그래서 늘 고급스러운 옷을 다채롭게 입고 다녀서 부잣집 딸 같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고 돈을 쓰는 여자애 같은데 짠순이니 놀라는 것이다.


뭐 꾸미지 않을 때는 크록스에 운동복으로 자주 다니고 캐주얼한 옷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는 현지 감성이 있는 옷을 잘 골라서 사는 편인데 "어머 그 옷은 어디서 사셨어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너무 행복하다. 최근에 대만여자들이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도 어디서 샀냐고 물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한 달 살기 전기세는 얼마가 나왔냐면, 계산해 주는 직원이 보통 이 건물 입주자들이 적게는 1000바트에서 평균적으로 1500바트 정도 나온다고 했는데 나는 세금 포함 300바트 대가 나왔다. 1500바트 현금 준비해 갔는데 내 자신이 대견했고 돈을 절약해서 신났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보니 나의 진심을 누군가 알아줘서 성과가 좋게 나올 때의 기분이다. 물론 전기요금으로 아낀 돈 그날 쇼핑으로 다 썼지만. 다른 한 달 살기 중인 한국인이 자기도 1000밧이 넘었는데 혹시 뭐 따로 태양광을 쓰시냐고 되물었다.


그 비결을 주로 에어컨을 최소한으로 키는 것으로 꼽겠다. 그 밖에도 뭐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충전할 때 코워킹스페이스 갈 예정이면 집에서 말고 거기 가서 충전한다(전기 도둑 아님! 사용료에 포함이고 디지털 노마드들 모니터 추가하고 온갖 기계 다 가져와서 멀티탭에 여러 개 꽂고 일하는데 나는 핸드폰 충전이라니 소박함). 그리고 아이패드 안쓴채로 계속 두면 배터리 계속 다니까 안 쓸때나 밤에 끄고 잔다. 최고기온 28-29도이기에 에어컨을 굳이 안 틀어도 되지만 습해서 잠깐 방의 습도를 낮추기 위해, 비가 와서 눅눅하기도 하고 잘 마르지 않는 빨래를 위해 베란다에 있는 실외기를 가동하기 위함이다. 물론 치앙마이가 시원하다 해도 여름이니 한낮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거나 줌으로 요가 클래스를 듣는 날에는 너무 후덥지근하다고 느끼긴 해서 겸사겸사 한 30분 틀기는 하는데 요즘엔 그마저도 샤워를 얼른 하러 들어갔다 나오면 시원해져서 그 잠깐은 참는다. 지난달에는 엄마도 왔다 가서 에어컨을 좀 틀어서 그렇지 다음 달에는 더 적게 나올 듯! 뿌듯하다. 에너지 지킴이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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