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11)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아파서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샀다. 원님만 근처에 있는 윈 코스메틱스(도 저렴하고) 옆에 한국인들이 잘 사는 약 모음을 코팅해서 보여주는 약국이 있는데 약사분들이 영어도 잘하시고 친절하고 싸다. 거기서는 55바트 하는 걸 여기선 80바트에 판다. 3400원이면 거의 뭐 한국 가격인데. 여행자의 가벼운 복통과 설사에 좋은 약이라고 쓰여있는데 꽤 효과가 있어서 다 먹고 원님만에 갈 일이 있을 때 두 개를 샀다. 아무것도 안 먹긴 그래서 근처에 죽집을 찾다가 포기하고 치킨라이스 집에 갔다.
40바트에 삶은 닭고기를 밥 위에 얹어주고 국물도 준다. 근처에 돼지 내장도 넣은 국밥집이 있는데 챗지피티가 기름진 돼지보단 닭이 낫다고 했다. 삶은 닭고기는 괜찮겠지. 국물에 고수가 들어있길래 숟가락으로 퍼내고 속에 술술 잘 들어가서 계속 국물을 마시는데 지켜보던 직원이 고수 없는 국물을 하나 더 갖다 주었다. 아, 고수 빼서 괜찮다는 시늉을 했는데 그냥 놓고 갔다. 그래서 구수한 닭국물을 두 그릇을 먹었다. 친절하고 배려심있는 태국분들. 소자를 시켜서 그런지 위에 올라가는 닭고기 양이 약간 부실하지만 간이 배어있는 밥과 국물이 있으니 그냥저냥 맛있게 먹었다.
이제 두 달이 되어가니 여행했던 곳 중에 어디가 좋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좀 멀지만 파처협곡이 좋았다고 말한다. 차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모든 치앙마이 여행지가 그러하듯 대중교통이 없고 차를 빌리거나 기사를 알아보거나 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혼자라면 투어를 이용하는 게 손쉽고 여러 명이면 기사를 알아보면 좋은데, 다른 관광지랑 엮어서 가기 좀 혼자 동떨어져 있어서 어디랑 묶어서 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한 곳만 가고 돈을 내자니 꽤 비싸다. 나는 치앙마이에서 가고 싶었던 곳에 파처협곡이 우선순위에 있었기에 하루 차를 렌트하여 파처협곡과 도이수텝을 갔다.
파처협곡을 가는 길은 롱간 나무가 징그러울 정도로 가득하다. 그냥 길에 멈춰서 따가도 될 것 같다. 양이 너무 많은데 잠깐 멈춰 서서 따서 먹고 갈까, 하는 마음은 안 드는 게 껍질 까먹기가 너무 번거로운 과일이다. 앞에 가는 오토바이는 애기 엄마가 애를 대충 품 안에 놓고 타고 가는데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선 안전과 위생은 눈을 감아야 해!
파처 협곡에 도착해 차를 대고 화장실을 들렸다가 물과 모자를 챙겨서 화살표를 따라간다. 황토색의 신비로운 자연 지형 같은 길을 따라가면 웅장한 황토색의 자연물의 풍경이 펼쳐진다.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어서 기분이 좋다. 펼쳐진다고 표현하기엔 덩그러니 딱, 소박하게 있지만 충분히 멋있고 감탄사가 나온다. 오길 잘했다고, 안 왔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랜드캐년이니 뭐 페트라니 하는 곳을 가보지 못했지만, 동남아에서 즐기는 정말 멋있는 캐년!
아침이라 사람도 중국인 2팀 정도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라탄 모자와 발리에서 산 마호가니색 문양의 바지가 잘 어울려 입고오길 잘했다. 점프샷도 찍고 동영상도 찍다가 땀을 흘리며 지쳐서 금방 차로 왔다.